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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 이렇게 좀 만들지"···완전 달라진 쌍용차 올뉴 렉스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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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각형의 다이아몬드 셰이프 그릴과 LED 헤드램프, 공격적인 범퍼 디자인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사진 쌍용자동차

8각형의 다이아몬드 셰이프 그릴과 LED 헤드램프, 공격적인 범퍼 디자인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사진 쌍용자동차

지금까지 주변에서 “쌍용차 어때?”하고 물어보면 그냥 얼버무리곤 했다. 따져 묻는 이에겐 “코란도가 나쁘진 않고, 렉스턴 스포츠도 아웃도어용으론 좋지”라고 답하는 정도였다.

[타봤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쌍용자동차의 차들이 경쟁 차들보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었다. 나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명가’의 전통에, 노사 갈등 없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려는 노력을 잘 알기에 나쁜 얘기는 잘 못 했다. 하지만 누군가에 ‘권할 만한 차’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젠 “살 만하다”는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게 됐다. 새로 나온 ‘올 뉴 렉스턴’ 얘기다. 12일 인천 영종도 일대에서 열린 미디어 시승회 이후 나온 첫마디는 “진작 이렇게 좀 만들지”였다. 쌍용차치고 괜찮은 게 아니라, 차 자체가 괜찮다. 경쟁 차들과 비교하더라도.

완전히 달라진 외모, 커진 존재감

첫인상부터 완전히 다르다.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이지만 신차 못지않은 변화다. 그동안 고집했던 ‘숄더 윙’ 그릴을 버리고 8각형의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을 달았는데 훨씬 보기 좋다. ‘다이아몬드 셰이프’라 불리는 그릴의 디테일과 LED 헤드램프, 꺽쇠([ ]) 형태의 주간 주행등까지 존재감이 커졌고 세련됐다.

후면부 역시 알파벳 T자를 뉘어 놓은듯한 리어램프를 달았는데 깔끔하고 시인성도 좋다. 볼보의 ‘토르의 망치’ 리어램프를 따라 한 느낌도 있지만, 최근 이런 형태의 리어램프 디자인은 다른 완성차 브랜드에서도 종종 쓴다. 뒷면에 촌스러웠던 ‘G4 렉스턴’ 날개 로고를 없애고 영문으로 렉스턴 레터링만 단 것도 좋은 선택이다.

12일 인천 영종도 일대에서 올 뉴 렉스턴의 미디어 시승이 진행되고 있다. 부분변경 모델이지만 전후면 디자인 변화로 한결 세련된 모습이다. 사진 쌍용자동차

12일 인천 영종도 일대에서 올 뉴 렉스턴의 미디어 시승이 진행되고 있다. 부분변경 모델이지만 전후면 디자인 변화로 한결 세련된 모습이다. 사진 쌍용자동차

부분변경인 만큼 측면부의 디자인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터치 방식으로 문을 여닫을 수 있도록 한 게 요즘 트렌드에 잘 맞다. ‘바디 온 프레임(Body On Frame)’ 차량이어서 좀 껑충해 보이는 느낌인 건 어쩔 수 없다. 바디 온 프레임 차량은 차 바닥에 바로 탑승 공간을 쌓는 ‘모노코크 차량’(일반 승용차에 주로 쓰이는 방식)과 달리 사다리꼴 모양의 뼈대를 바닥에 설치하고 위에 탑승 공간을 만든다. 아무래도 좀 껑충해 보이지만 강성이 뛰어나 오프로드용 SUV에 유리하다.

20인치나 되는 커다란 바퀴를 달았지만, 휠베이스(앞·뒤 바퀴 축간거리)가 다소 짧고, 바디 온 프레임 차량이어서 소위 말하는 ‘자세’가 잘 나오는 편은 아니다. 요즘 SUV들이 큰 바퀴와 낮은 차체로 날렵해 보이는 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점은 아쉽다.

정통 오프로더 답게 트레일러를 견인할 때 좌우 흔들림을 막아주는 기능도 지원한다. 202마력으로 높아진 출력 덕분에 트레일러나 보트 등을 견인해도 답답하지 않다. 사진 쌍용자동차

정통 오프로더 답게 트레일러를 견인할 때 좌우 흔들림을 막아주는 기능도 지원한다. 202마력으로 높아진 출력 덕분에 트레일러나 보트 등을 견인해도 답답하지 않다. 사진 쌍용자동차

세련된 내부, 좋아진 질감

인테리어 변화도 ‘상전벽해’다. D컷 스티어링휠(아랫부분 림을 수평 모양으로 만든 스포츠용 스티어링휠)은 잡는 느낌이 좋다. 각종 기능을 조작할 수 있는 버튼들도 기능에 맞게 잘 배열돼 있다. 직선 위주의 디자인이어서 대형 SUV인 렉스턴과 잘 어울린다.

12.3인치 디지털식 계기반은 주행 모드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바뀌고 필요한 정보를 잘 보여준다. 휴대전화를 무선충전하거나, 반자율주행 상태에서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을 경우 운전자에게 이 사실을 알려준다. 다만 디스플레이 바깥에 투명 플라스틱을 더한 형태인데 햇빛이 강하면 반사돼 잘 보이지 않는다는 건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변속 레버는 BMW처럼 전자식 노브로 바뀌었다. 사용 방식도 비슷한데 시동을 끄면 자동으로 주차(P) 상태로 바꿔준다. 쌍용차가 이번 렉스턴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다. 별것 아니지만, 슬라이딩 방식 컵홀더 덮개도 고급스럽다.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같은 스마트폰 앱 사용도 지원한다. 센터페시아의 9인치 모니터가 다소 작은 느낌이 들고, 모니터 주변 버튼이 약간 구식인 느낌이 들지만, 이 정도면 훌륭하다. 저렴해 보였던 마감과 소재들도 한결 나아졌다.

주행 성능, 칭찬해

인테리어는 신차급 변화를 줬다. 전자식 변속 레버와 새로 적용한 D컷 스티어링휠은 보기에도 좋고 사용하기도 편리하다. 사진 쌍용자동차

인테리어는 신차급 변화를 줬다. 전자식 변속 레버와 새로 적용한 D컷 스티어링휠은 보기에도 좋고 사용하기도 편리하다. 사진 쌍용자동차

부분변경 이전 렉스턴은 최고출력 187마력의 2.2L 디젤엔진에 메르세데스-벤츠의 7G트로닉 변속기를 개량해 맞물렸다. 2t이 넘는 차체에 구식 변속기를 달아 동력 전달의 느낌이 더디고 답답했다. 올 뉴 렉스턴은 파워트레인(구동계)도 업그레이드했다.

최고출력은 202마력으로 끌어올렸고, 현대트랜시스의 8단 자동변속기를 물렸다. 수치상 출력이 크게 늘진 않았는데 실제 주행감은 크게 개선됐다. 현대트랜시스의 8단 자동변속기는 저속·저회전의 실용영역에서 토크감(쥐어짜는 힘, 가속능력에 영향을 준다)이 좋고, 변속할 때에도 반응성이 뛰어나다.

구동계가 바뀌니 여전히 육중한 몸집이지만 한결 움직임이 민첩하다. 랙 타입 전자식 스티어링휠도 날카로워졌다. 출발할 때 답답하지 않고 시속 100㎞ 이상 가속해도 더딘 느낌이 들지 않는다.

차고가 높아 코너링에서 쏠림은 있는 편이지만 바디 온 프레임 차량이어서 차체가 뒤틀리는 듯한 느낌은 적다. 비슷한 국산 중·대형 SUV들이 이런 뒤틀림을 보여주는 것과 비교하면 역시 탄탄한 느낌이다. 부분변경 이전보다 다소 딱딱한 승차감이지만 크게 불편하지 않고 요철 구간을 지날 때도 세련된 거동을 보여줬다.

국산차의 고질적인 제동성능 부족은 렉스턴도 마찬가지였지만 방어운전을 한다면 부족하진 않은 수준. 수동인 게 아쉽지만 2열 등받이를 최대 139도까지 젖힐 수 있다. 5000만원에 육박하는 최고급 트림이긴 하지만 허리를 잘 잡아주는 나파가죽 시트도 품질이 훌륭하다.

편의사양, 국산차 중엔 수준급

레벨 2.5 수준이라고 자신하는 반자율주행 기능은 실제로도 훌륭하다. 차선은 물론 주변 차량이나 장애물도 잘 인식했다. 실제로 테스트 주행을 마치고 돌아올 때 현장 요원이 갑자기 끼어들어 차량 앞을 막았는데 긴급제동기능이 바로 작동했다. 앞차와의 거리를 조절해가며 차선을 따라 잘 주행했고, 반자율주행이 지속하는 시간도 제법 길었다.

해상도가 좀 낮긴 하지만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등 스마트폰 기반 앱도 잘 작동한다. 영종도(인천)=이동현 기자

해상도가 좀 낮긴 하지만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등 스마트폰 기반 앱도 잘 작동한다. 영종도(인천)=이동현 기자

시동을 걸었을 때나 저속에서 가속할 때 디젤 특유의 소음이 들어오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정숙성도 뛰어나다. ‘인피니티’ 사운드 시스템이 적용됐는데 블루투스로 연결한 음악 음질도 수준급이었다. 인공지능(AI) 기반 커넥티드카 시스템인 ‘인포콘’은 사용해보지 못했지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사용자 경험과 반응성 역시 나쁘지 않았다.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차 안에서 집의 가전·가스 등을 제어하는 ‘스마트 홈 컨트롤’ 기능도 지원한다. 음성인식을 통한 음악 재생도 잘 작동했다. 옵션이긴 하지만 서라운드뷰(차량 위에서 주변을 보는 듯 비춰주는 기능), 뒷좌석 승객과의 대화 기능같이 현대·기아차에서 보던 편의 기능도 탑재됐다.

능동형 안전장비와 반자율주행 기능을 더한 ‘딥 컨트롤’은 현재 나와 있는 경쟁 완성차 브랜드와 비교해 맞먹거나 오히려 뛰어나다. 코란도 때만 해도 반자율주행 기능이 다소 부족한 느낌이었으나 이젠 경쟁자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올 뉴 렉스턴의 2열 시트. 수동으로 조절해야 하기는 하지만 등받이가 139도나 뒤로 젖혀진다. 장거리 여행의 피로감을 훨씬 줄여줄 수 있다. 영종도(인천)=이동현 기자

올 뉴 렉스턴의 2열 시트. 수동으로 조절해야 하기는 하지만 등받이가 139도나 뒤로 젖혀진다. 장거리 여행의 피로감을 훨씬 줄여줄 수 있다. 영종도(인천)=이동현 기자

“사도 된다” 모처럼 제대로 된 물건

올 뉴 렉스턴은 모처럼 주목받는 쌍용차의 신차다. 사전 계약만 3800대를 넘겼고 지금까지 누적 계약 대수도 5500대나 된다. 지난달 판매량으로 보면 현대차 팰리세이드(5947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기아차 모하비(1285대), 한국GM 트래버스(285대)와는 경쟁해볼 만한 숫자다.

3695만~4975만원인 가격대는 국산·수입 SUV를 막론하고 가장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다. 쌍용차가 SUV 명가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까. 이제 누군가 “렉스턴 사도 돼?”라고 물어봐도 얼버무리진 않을 생각이다. 이젠 다른 차와 정면 승부해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영종도(인천)=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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