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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총리, 여긴 안오더라" 포항 지진 3년, 아직 집없는 그들

중앙일보

입력

지난 1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에 철거 공사를 앞두고 울타리가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에 철거 공사를 앞두고 울타리가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포항을 세계적인 재난 극복의 상징 도시로 만들겠습니다.”
 이강덕 경북 포항시장은 지진 3주년을 사흘 앞둔 12일 입장문을 발표했다. 지진 피해 주민 의견을 최대한 반영한 피해 지원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특별지원사업의 예산 반영 요청이 주된 내용이었다. 이 시장은 “늦가을 오후의 평온한 일상을 뒤흔들었던 포항지진이 일어난 지 3년이 됐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지방 경제가 모두 어려운 실정이지만, 포항은 더욱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포항 지진은 2017년 11월 15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 북구 북쪽 9㎞ 지점에서 일어났다. 당시 지진으로 포항에선 부상자 92명, 이재민 1800여명이 발생하고 시설물 피해 2만7317건 등을 일으켜 총 피해액 3323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지진으로는 최대 피해다.

 국내외 지진전문가들로 구성된 정부조사연구단은 지난해 3월 20일 “지진 발생지 인근에 위치한 지열발전소 영향”이라며 이른바 지열발전에 의한 ‘촉발지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지진이 지열발전소 실증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물 주입을 하면서 발생한 인재(人災)로 드러난 셈이다. 지난해 12월에는 포항 지진에 따른 피해 구제를 위한 이른바 ‘포항지진 특별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이강덕 경북 포항시장이 11일 오전 포스텍 국제관에서 열린 '2020포항지진 3주년 국제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이강덕 경북 포항시장이 11일 오전 포스텍 국제관에서 열린 '2020포항지진 3주년 국제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지진 후 3년이 지났지만 포항 곳곳에는 당시 상처들이 눈에 띈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에는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재민들이 있다. 지진으로 주택 파손 피해가 난 한미장관맨션 주민들이다. 이들이 사용하는 텐트 221개 동도 체육관 바닥에 그대로 설치돼 있다.

 이재민 정모(81·여)씨는 “지진 직후 몇몇 국회의원들이 말만 번지르르하게 늘어놓고 가더니 이제는 찾아오지도 않는다”며 “며칠 전 포항에 정세균 국무총리가 왔는데 여기는 안 오더라”고 말했다.

 주택 전파(全破) 판정을 받고 임대주택을 지원받은 이들도 걱정스럽긴 마찬가지다. 포항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절반씩 지원해 주는 임대주택 계약기간이 1년 뒤면 끝나서다.

지난 1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 안에 이재민을 위한 텐트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 안에 이재민을 위한 텐트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지진으로 건물이 기울었던 포항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는 철거 작업이 한창이다. 사용불가 판정에 따라 지난 3월부터 철거가 이뤄지고 있다. 대성아파트 터에는 687억원으로 도서관, 어린이집, 보건소, 트라우마센터 등을 지을 계획이다.

 대성아파트처럼 철거가 이뤄질 대웅파크맨션2차 터에는 209억원을 들여 수영장 등을 갖춘 국민체육센터와 생활문화센터를 만든다. 경림뉴소망타운 터에는 117억원을 들여 평소 실내체육시설로 활용하다가 재난 시 주민이 대피할 수 있는 다목적 재난구호시설을 마련한다. 국토교통부는 2018년 11월 흥해읍 일대 특별재생계획을 확정해 이곳에 2023년까지 2257억원이 투입될 방침이다.

 피해 보상 절차는 이제 막 시작한 단계다. 정부는 포항지진 특별법 시행에 따라 9월 21일부터 피해 주민 구제 신청을 받고 있다. 접수는 내년 8월 31일까지다. 정부는 이후 손해사정 전문업체를 통해 사실조사를 하고 피해구제심의위원회 심의·의결로 피해자 인정과 지원금 지급 결정을 할 계획이다.

이강덕 경북 포항시장이 11일 오전 포스텍 국제관에서 열린 '2020포항지진 3주년 국제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이강덕 경북 포항시장이 11일 오전 포스텍 국제관에서 열린 '2020포항지진 3주년 국제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와 관련해 포항시와 11·15지진 지열발전 공동연구단은 11일부터 14일까지 포스코국제관에서 ‘포항지진의 교훈에서 시작된 새로운 기회’라는 주제로 ‘2020 포항지진 3주년 국제포럼’을 열었다. 지열발전에 의해 발생된 포항 촉발지진과 유발지진의 다양한 사례에 대한 연구결과를 공유하고, 시민 중심의 도시재건과 경제활성화 등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강덕 시장은 “비 온 뒤 땅이 더 굳어진다는 뜻의 우후지실(雨後地實)이란 사자성어처럼 포항지진은 고난과 역경을 굳건하게 이겨내고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포항을 유발지진 발생 후 안전관리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스위스 바젤을 뛰어넘는 세계적인 모델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포항=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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