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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IRP 세금 환급은 공돈 아냐, 노후 위해 재투자하라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성일의 퇴직연금 이야기(69)

퇴직연금제도가 2015년 시행된 이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은 2012년 한번 개정됐을 뿐 그동안 개정할 내용이 많이 쌓여 있어 가입자 입장에서 답답한 면이 있다. 그러나 법 개정이 아니라도 제도는 꾸준히 개선되어 오면서 나름대로 차츰 정비되어 가고 있다. 이런 개선은 가입자의 민원 및 건의사항이 출발점이 되는데, 금융감독원은 금융협회와 공동으로 향후 다음과 같은 중요한 개선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우선 개인형 IRP에 대한 핵심설명서를 도입할 예정이다. 현재 IRP는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표〉에서 보면 개인형 IRP는 2014년 이래 상당히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어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개인형 IRP는 퇴직연금 사업자가 가입에 따른 혜택만을 강조하고, 해지 불이익, 수수료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안내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즉, 연간 납입액 700만원 한도 내에서 13.2%(연간 총급여 5500만원 초과 가입자)와 16.5%(연간 총급여 5500만원 이하 가입자)를 세액공제해 준다는 것만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가입자가 피치 못해 해지하거나 일시금을 수령하는 경우 부담해야 하는 세액이나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를 가입 당시 충분히 안내받지 못하였다는 민원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해지할 경우 세액공제 받은 자기부담금과 수익률에 대해 기타소득세(16.5%)가 부과된다는 것을 가입 당시 설명을 듣지 못했거나 설령 설명을 들었다 해도 시간이 지나 기억하지 못하다가 막상 해지해야 할 일이 생기면 큰 손해를 본다는 하소연을 쏟아낸다. 이에 대해 개인형 IRP 계약 체결 시 가입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을 정리한 1페이지짜리 ‘핵심설명서’를 교부하도록 개선한다는 것이 당국의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당국의 개선 노력도 필요하지만 가입자는 세액공제 금액의 본질이 노후준비를 위해 정부가 지원해 준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그냥 주는 공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전제가 무너지는 해지가 발생한다면 지원한 세액공제 금액을 회수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이해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세액공제 환급금이 자신의 계좌로 들어왔을 때 이를 IRP 계좌에 재납입해 자산을 운용해 나가는 것이 보다 안전한 IRP 자산운용이 될 것이다. 세액공제 받은 금액은 불로소득이 아니라 가입자의 노후를 위해 세금으로 지원해 준다는 의미다.

퇴직연금 사업자가 퇴직연금펀드의 환매수수료에 대해 충분히 안내하지 않아(투자설명서는 제공), 이를 인지하지 못한 소비자 민원이 발생하는 현실이다. 만기가 없는 대부분의 공모형 퇴직연금펀드는 환매수수료가 없으나, 일부 사모펀드(DB형만 투자가능)나 만기매칭형(단위형) 공모펀드 등은 잔존 수익자에게 손실을 야기할 수 있어 손실보전목적으로 환매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따라서 만기매칭형 공모펀드로 자산을 운용할 경우 환매수수료가 통상 2∼3년 내 환매 시 환매 금액 기준 5∼10%를 부과되므로 부담이 적지 않다. 따라서 ‘운용지시서’에 환매수수료를 직접 기재(온라인 입력)하는 등의 방법으로 환매에 따른 불이익을 사전에 인지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퇴직연금 사업자는 불필요하게 환매수수료가 부과되는 펀드가 없는지를 자체 점검하여 안내하도록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미래 발생할 일을 다 예측하여 제도를 준비하면 좋을 일이지만 그건 거의 불가능하다. 퇴직연금 가입자는 퇴직연금제를 자신의 노후 동반자로 생각하고 늘 관심을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 pxhere]

미래 발생할 일을 다 예측하여 제도를 준비하면 좋을 일이지만 그건 거의 불가능하다. 퇴직연금 가입자는 퇴직연금제를 자신의 노후 동반자로 생각하고 늘 관심을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 pxhere]

DC·(기업형‧개인형) IRP 계좌에 기업은 경영성과금·퇴직금(부정기납), 근로자는 자기부담금(정기납) 등을 납입할 수 있다. 그러나 ‘운용지시서’상에 이런 정기납·부정기납 부담금 종류를 구분하지 않고, 일원화한 사전 운용지시에 따라 적립금이 운용되도록 하고 있다. 기업이 부정기적으로 납입하는 퇴직금·경영 성과금이 근로자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전 운용지시에 따라 펀드로 운용되고 손실이 발생해 가입자의 불만이 야기되는 실정이다.

특히, 퇴직적립금은 운용 지시 시점(주로, 계좌개설 시)과 퇴직금 입금 시점 간 시차가 길어 근로자가 운용 지시 내용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증시 변동성 확대로 단기손실 폭도 확대될 수 있어 문제가 소지가 많다. 따라서 ‘운용지시서’상 부정기적으로 납입되는 기업의 부담금은 별도로 운용지시를 받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도 이 점을 근로자에게 충분히 홍보할 필요가 있다.

일부 퇴직연금사업자의 운용관리약관(DC,기업형 IRP)에는 수수료 미납 시 일부 운용관리서비스가 중지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사업자는 운용관리수수료 미납 사실 통지 후 1개월 경과 시점부터 미납 수수료 납부 시까지 운용관리서비스(급여지급 및 중도인출 제외)를 일시 중지할 수 있다. 그러나 DC·기업형 IRP의 수수료 납입 의무자는 근로자가 아닌 기업으로, 금융회사가 기업의 수수료 미납을 이유로 근로자에 대한 서비스를 제한하는 것은 불합리한 조치다. 따라서 관련 약관 규정도 삭제되는 것이 옳다.

이외에도 퇴직연금 보험 약관상 연금수령단계의 수수료율 명시와 연금계좌의 연간 납부 한도(1800만원) 설정·안내·변경절차 개선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 개선 과제는 2020년 말까지 이행을 완료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금감원은 밝히고 있다. 다만 부정기납의 운용지시 구분 등 전산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사항은 2021년 1분기까지 이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금감원의 제도 개선사항은 가입자에게 매우 중요한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IRP 해지 때 발생하는 기타소득세 부과 안내와 펀드 환매수수료 개선, 그리고 부정기납에 대한 운용지시 안내는 매우 중요하다. 늦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바로 잡아 나간다면 퇴직연금 제도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미래 발생할 일을 다 예측하여 제도를 준비하면 좋을 일이지만 그건 거의 불가능하므로 시행착오도 피하지 못하는 과정이다. 다만 가입자는 퇴직연금제를 자신의 노후 동반자로 생각하고 늘 관심을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CGGC(Consulting Group Good Company)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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