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방일 김진표 "강제징용 문제 잠시 봉합하고 교류협력부터 하자" 제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을 방문한 김진표 한·일의원연맹 회장이 한·일 간 현안인 강제징용 문제 해결에 앞서 교류협력을 통한 신뢰관계를 우선 회복하자고 제안했다.

한·일의원연맹 방일, 스가 총리 등 면담 #"정상 간 일괄 타결 위한 환경 조성 중요" #"국회 입법엔 회의적, 정상 만남이 우선" #일 "스트라이크 존 들어온 느낌 없어"

김 회장은 14일 도쿄의 한 호텔에서 언론사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과거사 문제가 한·일관계에 족쇄가 되어선 안 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가능하면 모든 현안의 일괄타결이 가장 좋겠지만, 그게 안 된다면 강제징용 문제는 더 악화하지 않도록 봉합하고 그 밖의 사안에선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WTO(세계무역기구) 분쟁 해결, 코로나19 협력, 북한의 도쿄올림픽 참여 유도 등을 협력해야 할 사례로 들었다.

김진표 한일의원연맹 회장이 14일 도쿄의 한 호텔에서 도쿄특파원들과 기자간담회를 갖고, 2박 3일 방일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김진표 한일의원연맹 회장이 14일 도쿄의 한 호텔에서 도쿄특파원들과 기자간담회를 갖고, 2박 3일 방일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김 회장은 다만 “봉합이라는 게 동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여건과 환경이 호전될 때까지 교류협력을 활발히 하면 양국 간 신뢰도 높아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양국 정상이)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결단을 내리는 데도 유리한 여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피고 기업의 자산에 대한 현금화가 실제로 이뤄지기까지는 수개월이 예상된다.

전날 관저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 면담한 김 회장은 “스가 총리에게도 양국 정상이 가급적 빠른 시기에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소통하고 결단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전했고, 스가 총리도 ‘알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의원연맹은 내년 7월 개최 예정인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개최를 지원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일본 측 일·한의원연맹과 합의했다. 김 회장은 이 같은 제안이 청와대 등 정부 당국과 충분한 협의를 통한 것이라고도 밝혔다.

관련기사

의원단은 이번 방일 일정 중 강제징용 문제의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제안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나올 수 있는 안은 다 나왔으니 그보다는 여건과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데에 양국 의원들의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문희상 안’이 발의됐던 것처럼, 국회에서 해결책을 담은 법안을 제시하는 방안에 대해선 “입법부가 먼저 답을 만드는 건 오히려 일을 꼬이게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정상 간 일괄 타결 합의가 가장 바람직하다는 뜻을 나타냈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더불어민주당 김진표(오른쪽 두번째) 의원과 같은 당 윤호중(오른쪽 세 번째) 의원, 국민의 힘 김석기(검은 마스크) 의원, 남관표(왼쪽) 주일본 한국대사가 13일 오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를 만나기 위해 일본 도쿄도(東京都) 지요다(千代田)구 소재 일본 총리관저에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더불어민주당 김진표(오른쪽 두번째) 의원과 같은 당 윤호중(오른쪽 세 번째) 의원, 국민의 힘 김석기(검은 마스크) 의원, 남관표(왼쪽) 주일본 한국대사가 13일 오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를 만나기 위해 일본 도쿄도(東京都) 지요다(千代田)구 소재 일본 총리관저에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일본 측이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 조건으로 일본 피고 기업의 현금화 중단을 요청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선 “스가 총리 자신은 현금화 얘기를 꺼낸 적이 없다. 일국의 지도자라면 특정 조건을 걸어 안 간다는 식으로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박지원 국정원장, 한·일의원연맹 소속 국회의원 등 최근 잇따른 한국 측 인사들의 방일에도 일본 내 분위기는 아직 냉랭하다.

요미우리 신문은 14일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한국 측 인사들이 제시하지 않은 데 대해 "우리로서는 제로(zero) 답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온 느낌이 없다"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또 스가 총리가 전날 김 회장의 방한 요청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면서 이런 상태로는 한국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 회담에 응하지 않겠다는 것이 일본 정부 입장이라고 전했다.

김 회장을 비롯한 김석기, 김한정, 전혜숙, 이채익, 성일종 의원 등 한·일의원연맹 소속 국회의원들은 스가 총리 예방, 모리 요시로(森喜朗)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장 면담 등 2박 3일 일정을 마치고 14일 귀국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snow0@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