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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군제 83조 대박나면 뭐해···시진핑에 밉보인 알리바바 ‘끙끙’

중앙글로벌머니

입력

솽스이(雙十一)

지난 11일 광군제 행사 당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알리바바 본사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1일 광군제 행사 당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알리바바 본사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1월 11일(쌍십일, 광군제·光棍節로도 불림)에 대규모 할인 행사를 벌이는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쇼핑 축제다. 중국을 취재하는 기자라면 매년 챙겨야 한다. 중국 소비 시장의 규모와 위력을 상징하는 행사이기 때문이다.

기사 쓰기도 좋다. 알리바바는 축제 시작 후 거래액을 실시간으로 전광판에 알려왔다. 2009년 시작 이래 전체 매출액은 매년 경신됐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제목 뽑기 좋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해외 언론에도 구미 당길 자료를 내놓는다. 알리바바는 솽스이 동안 ‘가장 많이 팔린 해외 브랜드 톱10’, ‘알리바바의 해외 직구 상위 10개국’ 등의 자료를 실시간으로 홈페이지에 공개해왔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의 경쟁력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한국 언론도 주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올해는 달랐다.

[알리바바 홈페이지 캡처]

[알리바바 홈페이지 캡처]

미묘하게 변했다. ‘해외 직구 상위 10개국’ ‘가장 많이 팔린 해외 브랜드 톱10’ 자료, 12일에 알리바바 홈페이지에 없었다. 솽스이 당일인 전날 오후까진 있었다. 최종 결과를 확인하려 들어갔더니 사라졌다.

[알리바바 홈페이지 캡처]

[알리바바 홈페이지 캡처]

12일엔 중국의 각 성별, 도시별 매출 상위 10곳 등 국내 시장 관련 자료만 가득했다. 해외 자료는 ‘해외에서 많이 소비한 나라 상위 10곳’뿐이다. 중국 내 소비나 해외 소비자의 중국 e 커머스 이용 현황만 알린 것이다.

중국의 돈이 해외로 나간다.

[AFP=연합뉴스]

[AFP=연합뉴스]

이런 느낌을 주는 자료들만 하루 만에 쏙 빠졌다. 왜 그랬을까. 11일 오전에 나온 솽스이 관련 신화통신 기사를 보면 조금 짐작할 수 있다.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가 설계한 마케팅 규칙을 보면 구매한 만큼 할인해 준다는 게 많다. 대단한 것인 듯싶다. 수학에 손을 놓은 지 오래된 소비자들이 머리를 싸매고 계산한다. 평소 가격과 별 차이 없단 사실을 뒤늦게 안다."

[알리바바 홈페이지 캡처]

[알리바바 홈페이지 캡처]

“최근 수년간 '솽스이'에서 업체가 만든 할인 방식은 갈수록 복잡해졌다. 여기저기 꼼수가 숨어 있다. 한 소비자는 인터넷 쇼핑 플랫폼에서 900여 개의 훙바오(紅包·현금)를받았지만, 실제 할인 금액은 모두 합쳐도 10위안(약 1700원)이 채 되지 않았다며 시간만 날렸다고 허탈해했다.”

솽스이가 소비자를 우롱한다고 질타하고 있다. 같은 날 또 다른 중국 관영 언론 글로벌타임스 보도를 보자.

[글로벌타임스 캡처]

[글로벌타임스 캡처]

“(솽스이에서) 에스티로더 화장품 1만 병이 2분 만에 매진되고, 애플, 코치, 월마트는 가장 성공적인 판매자가 되는 등 미국 제품이 일본에 이어 가장 많이 판매됐다.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도 중국 시장에서 미국 기업 제품의 판매가 늘고 있다.”

다음날 알리바바는 솽스이 관련 통계 자료에 변화(?)를 준다. 국내 소비 증진을 나타내는 자료만 남겼다.

12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광군제 행사장에서 입너 행사 기간 총 매출이 4982억 위안이라는 표시가 전광판에 뜨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12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광군제 행사장에서 입너 행사 기간 총 매출이 4982억 위안이라는 표시가 전광판에 뜨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이후 나온 신화통신 기사를 보자. 12일 솽스이 최종 거래액이 정해진 직후다. 알리바바에 따르면 올해 11월 1일부터 11일까지 티몰, 타오바오 등 알리바바의 전 플랫폼에서 이뤄진 쇼핑 거래액은 4982억 위안(약 83조원)이다. 11월 11일 하루 거래액만 발표하던 예년과 달리 집계 기간을 1∼11일로 늘렸다. 코로나19 충격으로 하루 거래액만 집계하는 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이에 대한 신화통신 평가다. 뉘앙스는 전날과 사뭇 다르다.

[AFP=연합뉴스]

[AFP=연합뉴스]

"중국 소비자들이 솽스이에서 큰돈을 소비하며 우리나라가 코로나19에서 강력히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지난 12년 간 솽스이 거래액. 알리바바는 매년 11월 11일 하루 거래액만 발표했지만, 2020년엔 거래액 집계 기간을 11월 1~11일로 늘렸다. 따라서 이전 통계와 직접 비교는 힘들다. [자료 : 플래텀]

지난 12년 간 솽스이 거래액. 알리바바는 매년 11월 11일 하루 거래액만 발표했지만, 2020년엔 거래액 집계 기간을 11월 1~11일로 늘렸다. 따라서 이전 통계와 직접 비교는 힘들다. [자료 : 플래텀]

솽스이는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사’에서 ‘코로나19 회복의 증거’로 변신했다.

일련의 보도에 담긴 맥락은 분명하다.

[신화망 캡처]

[신화망 캡처]

중국 정부 의중이 여실히 반영됐다. 코로나19와 미·중 신냉전으로 위태로운 중국 경제는 회복돼야 한다. 해결책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강조하는 '쌍순환(雙循環)'이다. 미국의 경제 제재에 맞서 국내 대순환(국내 소비)을 원동력으로 경제를 살릴 거다. 이런 와중에 국부 유출로 느껴지는 일은 안 된다. ‘애국 소비’가 필요하다. 솽스이도 예외 없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알리바바의 발 빠른 ‘통계 자료 변화(?)’는 이런 배경에 나온 것 아닐까. “우린 정부의 쌍순환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생각이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던 거다. 업계에선 알리바바가 솽스이 당일 실시간 거래액 중계를 하지 않은 것도 행사를 최대한 조용히 끝내 여론의 주목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본다.

[바이두 캡처]

[바이두 캡처]

안 그래도 중국 정부에 밉보인 알리바바다. 중국 금융 시장을 비판한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자의 10월 24일 연설 후폭풍이다. 중국 정부는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를 무한 연기시켰다. 솽스이 전날인 10일엔 알리바바와 같은 대형 인터넷 플랫폼 기업의 규제를 강화하는 ‘반독점 규제 초안’을 정부가 공개했다.

중국 정부는 앤트그룹이 하는 온라인 소액대출 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점을 이유로 든다. 하지만 그랬다면 앤트그룹이 IPO를 준비하는 과정에선 왜 못 막았나. IPO를 이틀 앞두고서 왜 갑자기 연기시켰나.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관련 기사가 13일 오전에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진핑 주석이 마윈의 연설 내용을 보고받은 뒤 격노해 앤트그룹의 IPO 중단을 직접 지시했다"고 중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쇼핑 축제가 아무리 잘 돼도 베이징에 찍히면 아무 소용 없다.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이 사실, 시장이 더 잘 안다. 알리바바 주가는 솽스이 당일인 11일 홍콩 증시에서 10% 가까이 폭락했다. 솽스이 총매출 83조원에 맞먹는 70조원 이상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국가(당)가 쳐 놓은 새장 속 새일 뿐

[바이두 캡처]

[바이두 캡처]

중국 기업이 '조롱경제(鳥籠經濟)' 신세란 사실. 이번 솽스이가 재확인시켜줬다.

Ps. 한국의 솽스이 활약도는 어떨까. 

[신화=연합뉴스]

[신화=연합뉴스]

알리바바가 11일까지 공개한 자료로 소개한다. 1일~11일 오전 9시 기준으로 해외 탑 브랜드 10곳 중 한국 브랜드는 AHC 하나다. 다만 알리바바의 해외 직접 구매 순위에서는 일본, 미국에 이어 3위를 차지하면서 전년에 이어 같은 자리를 지켰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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