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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남성 호시절 끝?…사상 최다 女임원 등용한 골드만삭스

중앙일보

입력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앞 두 상징물인 '돌진하는 황소'상과 '두려움 없는 소녀'상. AP=연합뉴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앞 두 상징물인 '돌진하는 황소'상과 '두려움 없는 소녀'상. AP=연합뉴스

세계적 투자은행(IB)인 미국 골드만삭스의 11월은 희비가 엇갈리는 인사철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임원급인 파트너에 대한 인사가 났다. 이번에는 희비를 넘어 파격이란 평가가 나왔다.

골드만삭스 발표에 따르면 이번 인사에서 파트너로 진급한 인물 중 27%가 여성, 17%는 아시아계, 17%는 아프리카계, 5%가 히스패닉이었다. 여성 비율은 창사 이래 최고다. ‘명품 수트를 입은 백인 남자’로 대표되는 IB 파트너의 이미지를 골드만삭스가 앞장서서 깬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백인 남성 파트너들 사이에선 ‘좋은 시절 다 갔다’는 푸념이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성별과 인종 다양성에만 국한되지도 않았다. FT에 따르면 소수이긴 하지만 위기관리 등 다양한 직군에서 파트너 승진자가 나왔다. 전통적인 금융 전문가(뱅커) 일색이었던 기존 관행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FT는 “디지털 뱅킹 등 새로운 도전에 발 빠르게 적응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뉴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뉴스

파트너로 진급하면 기본 연봉 95만 달러(약 10억원)에 각종 인센티브가 붙는다. 선택된 일부만 참여하는 펀드에 투자할 자격도 주어진다. 골드만삭스의 전체 임직원 3만8000명 중 파트너는 440여명에 불과하다. 전체 1.1%만 파트너 명함을 가질 수 있다.

조직원 모두가 선망하는 자리이다 보니, 파트너 인사 개혁은 골드만삭스 전체에 대한 혁신 의지의 반영으로 IB 업계는 보고 있다.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경영자(CEO)는 “골드만삭스를 강하게 만드는 기업 문화는 파트너에게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솔로몬 CEO는 백인 남성이지만, 2018년 취임 후 여성과 비(非) 백인 인재 등용에 공을 들여왔다. 그는 ‘DJ 솔’이라는 예명으로 전자음악(EDM) 분야에서 맹활약하고 있기도 하다.

골드만삭스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골드만삭스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파트너 임기는 대략 8년이 보장되지만 이를 다 채우지 못하는 이들 중에서 남성 비율도 늘고 있다. FT는 “2016년에 파트너가 된 이들 중 중도에 하차한 남성은 65명 중 10명, 여성은 19명 중 2명”이라며 “남성이 중도에 그만두는 비율이 더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중도 하차가 반드시 불명예 퇴직인 것은 아니다. 골드만삭스 파트너였다가 퇴직한 한 남성은 FT에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가다 보면 일순 ‘더 재미있는 걸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자의로 내려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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