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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주도 26조달러 메가 FTA 15일 출범…바이든 TPP 복귀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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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식 사흘 뒤인 2017년 1월 23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식 사흘 뒤인 2017년 1월 23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중국 대기업 투자 금지를 명령한 직후 중국이 주도한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15일 출범한다.

트럼프 中대기업 투자금지로 미·중 디커플링 가속, #한중일+아세안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GDP규모 세계 30%…환태평양동반자협정의 두 배 #美, 트럼프 탈퇴한 TPP 복귀 때는 세계 GDP 40% #전문가 "대선 7200만명, 트럼프 美우선주의 지지, #민주 지지기반도 보호주의 성향, 재가입 힘들 것"

아세안 11개 회원국과 한·중·일·호주·뉴질랜드 15개 RCEP 회원국의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합산하면 26조 3000억 달러, 전 세계의 30%에 이른다. 유럽연합(17.8%)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월 탈퇴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12.9%)의 두 배가 넘는 세계 최대 경제권이 탄생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오후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 등과 RCEP 화상 정상회의에 참석해 협정에 공식 서명할 예정이다. 미국을 뺀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RCEP 체결은 G2 중국의 역내·외 경제적 영향력 확대와 직결된다.

또 미국의 중국 경제와 결별, '디커플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이뤄진 일이어서 내년 1월 바이든 행정부 인도·태평양 정책 방향에도 영향을 주는 등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앞서 1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패배 이후 '레임덕' 기간임에도 화웨이·차이나텔레콤·차이나모바일·랑차오그룹 등 IT 대기업은 물론 중국항공공업그룹(AVIC), 중국철도건설공사(CRCC) 등 31개 대기업에 미국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들 기업을 미국 자본을 약탈해 중국 인민해방군 현대화를 돕는 자금줄로 지목하면서다.

지난 9월 화웨이를 상대로 미국 기술을 사용한 반도체 수출통제를 단행한 데 이어 대상을 대폭 확대해 미국 자본 공급을 차단한 셈이다.

하지만 중국은 2012년 협상을 시작한 이래 8년간 노력 끝에 RCEP 출범하게 되면서 세계 경제 약 3분의 1의 경제 영토를 굳건히 지키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경제번영네트워크(EPN) 제안 등을 통해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퇴출하려는 노력은 수포가 된 셈이다.

거꾸로 2018년 말 발효된 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이어 아태지역 단일 경제권 구축으로 가는 2개의 대규모 다자 무역협정에서 미국만 소외되는 결과에 직면하게 됐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는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자초한 일이기도 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16년 2월 중국 주도 RCEP보다 먼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출범시켰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월 23일 취임 사흘 만에 탈퇴했다. 중국 봉쇄를 목표로 하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구상' 동참을 요청하면서도 오로지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양자 무역협정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아태지역 다자 정상 무대엔 좀처럼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2017년 11월 마닐라 정상회의에 마지막 순간 참석을 취소한 것을 포함해 중국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참여하는 14일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엔 4년 연속 불참할 태세다. 오는 20일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도 참석 여부를 통보하지 않았다.

2016년 2월 6일 미국을 포함한 12개국 회원국 대표들이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서명한 뒤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2016년 2월 6일 미국을 포함한 12개국 회원국 대표들이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서명한 뒤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이 빠진 TPP는 결국 일본·캐나다·멕시코·페루·베트남·싱가포르 등 11개국 참여한 가운데 '포괄적 점진적(Comprehensive and Progressive)'이란 표현을 추가해 출범했다. 이 과정에 미국이 요구했던 기업의 국가 상대 소송권 강화 등 22개 조항은 유보되거나 수정됐다.

외교 전문지 디플로맷은 이날 "미국이 비록 군사력은 상당한 우위를 갖고 있고, 여전히 아시아 국가들의 중요한 경제적 파트너이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 경쟁의 경제적 차원을 무시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역 국가들과 사소한 무역분쟁을 벌이길 좋아하는 경향이 중국의 지역적 영향력에 대항하는 더 큰 목표를 훼손하기만 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탈퇴한 뒤 일본 주도로 체결된 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11개 회원국 대표들이 2019년 5월 16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회의를 개최했다. [AP=연합뉴스]

미국이 탈퇴한 뒤 일본 주도로 체결된 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11개 회원국 대표들이 2019년 5월 16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회의를 개최했다. [AP=연합뉴스]

에번 페이건바움 카네기재단 선임연구원은 9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아시아에서 향후 한 세대 동안 무역과 투자기준을 정하는 두 개의 협정 바깥에 소외됐다"며 "미국이 경제 규칙 제정자에서 점점 밀려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아태 경제권에서 세계 최대 경제 미국의 소외를 반전시킬지는 바이든 당선인이 내년 1월 20일 취임 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복귀하느냐에 달렸다. 그럴 경우 RCEP을 단숨에 뛰어넘는 세계 GDP 약 40%의 메가 FTA가 탄생한다.

페이건바움 연구원은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CPTPP 복귀는 솔직히 엄청나게 가능성이 작다"며 "지금은 공화·민주 양당 모두 무역에 관한 회의주의가 팽배하며, 미국은 다시는 다자무역협정을 체결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게 더 합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대선에서 7200여만명 유권자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지지했기 때문이다..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NBC 방송 인터뷰에서 "이것이 단순히 지정학적 문제라면 당장 재가입하겠지만, 민주당 지지 기반이 공화당보다 더 보호주의적이기 때문에 바이든에겐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국내 이해관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선 오바마 행정부 때 원래 버전과 유사한 TPP로 재협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초 TPP 협상에 빠졌던 우리 정부도 바이든 당선인의 TPP 복귀 추진 여부에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TPP 복귀를 결정하면 우리도 본격적으로 가입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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