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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공시가 90%…참 교묘한 증세 방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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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1호 01면

“참으로 교묘한 증세 방법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3일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 4년간 서울 아파트값이 58% 올랐는데, 오른 집값에 맞춰 공시가격을 올리겠다면서 현실화를 이야기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부는 앞서 주택 등 부동산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다주택·고가주택 소유자는 물론 중저가 1주택자의 재산세 부담이 확 늘어날 전망이다. 이를 두고 주 원내대표가 ‘꼼수 증세’라고 비판한 것이다. 이날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공시가격 인상은) 결과적으로 증세”라고 인정했다.

주호영 대표 ‘꼼수 증세’ 비판 #진영 장관 “결과적으로 증세” #학계선 보편 증세 공론화 움직임 #선거 앞둔 정치권은 몸 사리기

‘형평성’ ‘현실화’를 앞세워 정부가 부유층을 대상으로 잇따라 꼼수 증세에 나서면서 경제학자를 중심으로 ‘보편 증세’를 공론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꼼수 증세로는 증세 효과가 없어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쇼크가 진정되면 재정 건전성 관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부자 증세만으론 재정 확보가 어렵다”며 “전반적인 소득세율 인상 등을 포함한 보편적 증세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11일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를 내고 “재정 건전성 유지를 위해선 장기적으로 증세를 포함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면서 재정 지출을 원활히 하려면 추가 재정 확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앞서 8월엔 국회입법조사처가 저성장·초고령화에 대비해 10%인 부가가치세율 인상 논의를 제안했다. 오세형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 팀장은 “일정 수준의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선 복지 지출을 늘릴 수밖에 없으므로 큰 틀에선 증세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느냐다. 코로나19로 체감 경기가 바닥인 상황에서 정부가 ‘모두 세금을 더 내라’는 보편 증세를 공론화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정치권이 선제적으로 움직이기도 어렵다. 내년 4월엔 서울·부산시장 등 핵심 재·보궐 선거가 예정돼 있고, 후년엔 대통령 선거가 있다. 그렇더라도 국가 재정에 빨간불이 켜진 만큼 더는 증세 논의를 미뤄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김학수 KDI 연구위원은 “감염병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재정 지출을 마냥 늘릴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정부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핑계를 대는데, 공감대 형성을 위해선 정부나 국회가 먼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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