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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주도 RCEP엔 가입, CPTPP는 불참…난처한 한국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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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1호 06면

바이든 시대 - 무역전쟁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최종 서명한다. RCEP는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 또 하나의 기회다.

문 대통령, 내일 RCEP에 서명 #아태 15개국 참여 최대 무역협정 #신남방 정책 가속화 계기 마련 #미국 CPTPP 복귀 시간문제 전망 #바이든, 중국 견제에 활용 가능성 #가입 압력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시점이 공교롭다.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이 승리하면서 세계 통상 질서가 변곡점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중심의 ‘포괄적이고 점진적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다시 힘이 실릴 수 있다. 한국은 미·중 갈등 사이에서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 할 처지가 됐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RCEP는 세계 최대 규모의 지역경제공동체의 기반이다.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과 한국·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15개국이 참여한다. 참여국 인구는 지난해 기준 22억6000만 명이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26조3000억 달러에 이른다. 전 세계 인구의 30%, GDP의 29.9%를 각각 차지한다.

RCEP는 중국이 주도했다. 2012년 11월 동아시아 정상회의가 계기였다. 당시 미국이 추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대항마 성격이 강했다. 2013년부터 본격화한 협상은 난항 끝에 지난해 11월 잠정 타결됐다.

공식 서명을 하게 되면, 정부가 공을 들여온 신남방 정책 가속화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그동안 무역 상대국에 따라 차이가 있었던 원산지 기준이 통일되고, 절차가 간소화하면서 수출 기업의 애로를 실질적으로 해소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아시아권에서 특히 미비했던 지식재산권과 전자상거래 관련 무역 규범이 정립되는 토대도 마련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해 말 보고서를 통해 “RCEP 발효에 따른 관세 감축으로 한국 경제에 0.41~0.51%의 성장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소비자 후생은 42억~54억 달러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무역 적자 급증으로 인도가 불참하게 되면서 기대 효과가 줄어든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KIEP에 따르면 인도가 참여할 경우 한국 경제 성장은 약 0.1%포인트, 소비자 후생은 10억 달러 이상 늘어날 수 있다.

‘메가 FTA’를 맺게는 됐지만, 숙제도 함께 안았다. 바이든 당선에 따른 지형 변화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주도해서 만든 TPP에서 탈퇴했다. 그러자 일본 등 나머지 11개국이 CPTPP로 이름을 바꿔 지난 2018년 공식 서명했다. 하지만 미국이 빠진 지역 경제공동체의 무게감은 이전보다 크게 줄었다.

조 바이든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해 7월 미 외교협회(CFR)에서 TPP 탈퇴를 “중국을 운전석에 앉힌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아시아와 유럽의 친구들이 우리와 함께 21세기 무역 규칙을 만들고, 중국에 강하게 맞서도록 결집하는 것이 나의 주안점”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은 부통령 시절 TPP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의 CPTPP 복귀는 시간 문제로 본다. KIEP는 최근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정책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역내 다자무역협정으로서 CPTPP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중심의 다자주의 무역 체제를 부활시키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더욱 높은 수준의 CPTPP를 추진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시했다.

한국 입장에서는 난처한 상황이 될 수 있다. RCEP 회원국에 들어있지만, CPTPP엔 가입하지 않아서다. 당시 지나치게 중국 눈치를 보느라 가입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렇다고 당장 바이든 당선인이 한국에 RECP 가입을 문제 삼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RECP 협상이 이미 오래 진행된 데다 일본·호주 같은 전통적 우방 국가도 가입해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RECP 가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CPTPP 가입 압력은 커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심상렬 광운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FTA는 기본적으로 회원국끼리 서로 이익을 주고 비회원국은 차별하겠다는 것”이라며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는 RCEP, CPTPP에 모두 가입하고 이에 따른 부작용에 대비하는 편이 훨씬 낫다”고 말했다. 양 협정에 모두 가입한 국가는 일본·호주·뉴질랜드·베트남·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 6개 나라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의 CPTPP 가입은 여러 일정상 내년 후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라며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의 가입 일정에 맞춰 가입을 타진하고, 이 과정에서 나올 중국의 반발에 대해 시간을 두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두 시장 모두에 참여하려면 일본과 관계 개선도 과제다. 심상렬 교수는 “미국이 CPTPP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일본이 한국의 CPTPP 가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CPTPP 가입 여부를 저울질하고 나섰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미국이 CPTPP 등에 재가입하고, 우리에게도 유사한 (가입 요구)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며 “정부도 예전부터 (가입을) 검토해온 만큼 국익을 생각해 최종 입장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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