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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벌레 기어 다니는 느낌 땐 ‘구안와사’ 조심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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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1호 28면

생활 속 한방

11월 중순에 들어섰을 뿐인데 한겨울을 방불케 하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예상보다 일찍 찾아온 추위에 대비해 따뜻한 옷과 방한용품 준비에 신경 써야 하는 때다. 급변하는 날씨에 조심하지 않으면 입이 돌아가는 ‘안면신경마비’를 겪을 수 있다.

추운 겨울 안면신경마비 경계령 #기온 변화로 자율신경계 교란 탓 #스트레스로 면역력 약화도 원인 #발병 3~4일내 치료해야 효과적 #한약·침 복합치료 회복 시간 단축

안면신경마비란 눈과 입 주변 근육이 마비돼 얼굴이 비뚤어지고 감각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을 말한다. 면역력 약화, 과도한 스트레스 등이 주원인으로, 특히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자주 나타나 ‘현대인의 병’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안면신경마비 환자 수는 매년 증가해 지난해 기준 20만명을 넘어섰다.

안면신경마비 환자 대부분 ‘말초성’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안면신경마비는 크게 뇌졸중(중풍)·뇌종양 등의 질환으로 발생하는 ‘중추성’ 안면 마비와 말초신경에 문제가 생겨 나타나는 ‘말초성’ 안면 마비로 나뉜다. 중추성 안면 마비는 마비된 측의 이마나 눈을 움직이는 데 문제는 없으나 언어장애·반신마비·감각저하·어지럼증 등이 생긴다. 안면 마비에 대한 치료와 함께 뇌 질환에 대한 치료도 함께 이뤄져야 하는 만큼 정밀한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안면신경마비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말초성의 경우 마비된 이마나 눈을 움직이지 못한다는 특징이 있으며 안면부 외 전신 증상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사실 안면신경마비라는 질환은 사람들에게 ‘구안와사’라는 단어로 더 익숙하다. 구안와사란 한의학에서 안면신경마비를 일컫는 명칭이다.

안면신경마비는 특히 요즘처럼 일교차가 크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시기에 발생할 위험성이 커진다. 안면신경마비 환자는 일교차가 큰 매년 봄과 겨울 환절기에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일교차가 크면 몸이 변화된 기온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자율신경계에 교란이 생겨 면역력이 떨어지고, 동시에 얼굴 근육과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액순환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안면신경마비 질환이 발생하면 표정을 맘대로 지을 수 없으며 입을 움직이지 못하거나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미각 소실, 구강 건조, 안구 건조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또한 얼굴 근육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게 돼 대화나 식사가 매우 불편해지고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아 환자의 자존감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치료가 늦어질 경우 증상이 점차 악화함은 물론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에 발견 직후부터 치료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안면신경마비는 발병 즉시 또는 3~4일 이내에 치료를 시작해야 치료 효과가 높으며, 초기 1~2주 동안의 적절한 치료가 향후 치료 기간과 후유증의 정도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안면신경마비는 몇 가지 전조를 보이는데 다음과 같은 증상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얼굴 감각이 평소보다 덜한 경우 ▶얼굴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듯 간지러운 느낌이 드는 경우 ▶얼굴이 저릿저릿하거나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다. 이 가운데 한 가지라도 증상이 이어진다면 속히 전문의를 찾아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안면신경마비는 매우 오래된 질환이다. 그만큼 폭넓은 임상 경험이 장점인 한의학에서 효과적으로 치료 가능한 질환 중 하나다. 이는 안면 마비 환자들이 양의학보다 한의학 치료를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방 의료기관을 찾은 안면신경마비 환자는 총 11만1969명으로 양방(9만2503명)보다 많았다.

한의약에서는 한약·침·약침·부항 등 종합적인 치료를 통해 안면신경마비 환자를 치료한다. 주된 치료법은 한약 처방이다. 환자의 체질과 발병 원인 등에 따라 처방되는 한약이 달라지는데, 급성기에는 손상된 신경과 저하된 근육 기능의 회복을 돕는 한약이, 급성기 이후에는 면역력을 향상시켜 후유증과 재발을 예방하는 한약이 각각 처방된다.

실제로 한의약의 종합적인 안면신경마비 치료 효과는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최근 대구한의대 연구팀이 2004년부터 2019년까지 15년간 안면신경마비로 내원한 환자 856명의 회복 속도를 분석한 결과, 한약 처방과 침 치료를 병행한 복합치료군에서는 환자의 93.2%가 3주 이내에 회복이 시작된 반면 침 단독치료군의 경우 같은 기간 83%만 회복 경과를 보였다. 회복 기간에서도 한약·침 복합치료군은 평균 12.36일이 소요됐지만 침 단독치료군은 16.43일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의계는 안면신경마비 치료 효과를 높이고자 각종 학술·임상적 노력을 통해 기존 치료법에 더한 새로운 치료법을 지속해서 개발·발전시키고 있다. 추나요법의 재정립을 주도해 온 자생한방병원 설립자 신준식 박사가 개발한 ‘SJS 무저항요법’이 대표적이다. SJS 무저항요법은 비뚤어진 안면신경과 근육을 바르게 교정하는 추나요법으로 지난해 서울에서 개최된 ‘국제 수기근골의학 연합회(FIMM) 컨퍼런스’에서 소개돼 주목 받았다. FIMM은 근거 중심의 수기근골의학을 시술하는 23개국 의료진을 회원으로 둔 국제 학회 연합회다. 최근 자생한방병원은 전국 21개 병원과 한의원에 안면신경마비 클리닉을 개설하고 SJS 무저항요법을 임상에 적극 활용 중이다.

한방 복합치료 결과 93% 3주 이내에 회복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의 지난해 환자 증례보고에 따르면 스테로이드와 항바이러스 치료제 등에 반응하지 않는 안면신경마비 환자에게 SJS 무저항요법과 침 치료, 한약 처방을 한 결과, 내원 당시 5단계였던 ‘HB-grade’가 5회 치료 후 1단계로 호전됐으며 안면 마비감과 비대칭이 사라지고 후유증도 나타나지 않았다.

치료와 더불어 갖가지 표정을 연습해 안면 근육을 지속해서 움직이도록 운동하는 것도 좋다. 입 다물기, 휘파람 불기, 촛불 끄기 등을 틈틈이 해 주는 것이 좋으며, 따뜻하게 데운 수건으로 얼굴을 마사지하듯 주물러 주는 방법도 추천된다.

병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병의 원인이 될 만한 요소를 만들지 않는 것이라 했다.

이진호 자생한방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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