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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인 듯 취한 듯…소설가·시인의 산문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11호 21면

바깥은 불타는 늪 정신병원에 갇힘

바깥은 불타는 늪 정신병원에 갇힘

바깥은 불타는 늪
정신병원에 갇힘
김사과 지음
알마

왜냐하면 시가
우리를 죽여주니까
이영광 지음
이불

무의식을 방백하듯 쌓은 글이 시대의 조각을 맞춘다. SNS(소셜미디어) 글의 속성을 닮은 두 권의 산문집이 나왔다. 소설가 김사과(36)의 『바깥은 불타는 늪 정신병원에 갇힘』과 시인 이영광(55)의 『왜냐하면 시가 우리를 죽여주니까』다.

왜냐하면 시가 우리를 죽여주니까

왜냐하면 시가 우리를 죽여주니까

전자는 30대 여성 시인이 팬데믹 전 뉴욕에 살며 스친 감각의 매 순간을 달을 향한 인류의 첫 로켓 발사의 1분 1초를 묘사하듯 격앙된 어조로 의식의 기술법에 따라 새겼다면, 후자는 충북 조치원에서 시를 쓰고 가르치는 50대 남자 시인이 4년간 취기를 벗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백하듯 새긴 짧은 글 중 시(詩)와 정치, 사는 도리에 관한 것을 골라 담았다. 뉴욕과 한반도의 거리만큼 서로 다른  이 산문집들은 무의식의 바닥까지 드러내는 적나라한 솔직함에서 만난다.

김씨의 『바깥은…』은 ‘아메리칸 드림’의 총체와 같은 현란한 소비의 천국 뉴욕을 산책하며 광포한 대도시의 이미지를 해체된 언어로 조소하고 감탄한다. 음악·패션·쇼핑·소비문화 등을 넘나들며, 뉴욕을 ‘원본 없고 실체 없이’ 비어있는 정신병원의 독방에 빗댄다. 첫 소설집 『영이』(창비)에서 “실패하지 않은 건 끊임없이 지어지는 아파트뿐이다”라고 썼던 도시를 향한 그의 애증은 뉴욕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이씨의 『왜냐하면…』은 『나는 지구에 돈 벌러 오지 않았다』에 이은 5년 만의 산문집이다. ‘시는 늘 시인보다 더 크다’는 명제 속에 그는 ‘물렁한 현역의 태세’와, 강의실에서 만난 시인 유망주들의 ‘저 입에 뭐 좀 넣어줄 게 없을까 전전긍긍하는 식당 아재’의 정체성을 오가다 자주 세월호 참사에 대한 부채감에 마음을 깊이 담근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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