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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고가 아파트 싹쓸이? 中 부자들의 쇼핑, 규제 해야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각종 부동산 규제가 쏟아진 올해, 중국 부호들이 서울 고가 아파트를 매입하고 있다는 외신 기사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지난달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부호들이 서울 고급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집값을 (떨어지지 않게) 떠받치고 있다"며 "강남과 그 밖의 땅값이 비싼 지역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중국인들은 왜 서울 고가 아파트를 매입하고 있을까요?

[ㅈㅂㅈㅇ] 외국인에게 튄 부동산 불똥

중국인의 국내 아파트 매입은 증가세  

[ㅈㅂㅈㅇ]'서울 고가 아파트 쇼핑하는 중국 부자들...규제를 해야할까' 영상 중 일부. 유튜브 '중앙일보'

[ㅈㅂㅈㅇ]'서울 고가 아파트 쇼핑하는 중국 부자들...규제를 해야할까' 영상 중 일부. 유튜브 '중앙일보'

경영 컨설턴트인 중국계 홍콩인 허밍웨이(何民偉·63)는 지난 2016년 서울 종로구의 한 아파트를 약 6억 1300만원에 매입했습니다. 허밍웨이는 "당시에는 가격이 비교적 비싸지 않아 투자 시장에 진입하기 좋은 기회였다"며 "한국이 너무 좋아서, 처음에는 투자하고 나중에는 한국에서 살려고 구매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코로나 19가 끝나면 두 번째, 세 번째 투자를 하려고 알아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이 매입한 국내 아파트 건수와 거래 금액은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외국인이 매입한 국내 아파트는 2017년 5308가구에서 2018년 6974가구, 2019년 7371가구로 증가했습니다. 거래 금액도 2017년 1조 7899억원에서 2019년 2조 3976억원으로 늘었습니다.

2017년부터 2020년 5월까지 외국인이 구매한 국내 아파트는 총 2만 3167채입니다. 고가 아파트가 많은 강남 3구의 경우, 강남·서초·송파 순서대로 취득 건수가 많았습니다. 이 기간 국내 아파트를 구매한 외국인 수는 2만 3219명인데, 이중 중국인은 1만 3573명으로 약 60%를 차지했습니다.

"중국인만을 부각하는 것은 무리" 

[ㅈㅂㅈㅇ]'서울 고가 아파트 쇼핑하는 중국 부자들...규제를 해야할까' 영상 중 일부. 유튜브 '중앙일보'

[ㅈㅂㅈㅇ]'서울 고가 아파트 쇼핑하는 중국 부자들...규제를 해야할까' 영상 중 일부. 유튜브 '중앙일보'

하지만 윤선화 서울 글로벌부동산협회장 겸 한양대 부동산전공 겸임교수는 "중국인의 경우 단순히 명수로 얘기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했습니다. "2017년 기준으로 국내에 있는 외국인이 260만명이 넘었는데 그중 80% 이상이 중국인이다. 그래서 중국인이 유독 부각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윤 회장은 "외국인이 국내에 점점 많이 상주하면서 집을 사는 수가 늘어나는 건 당연한데, 이것을 비례로 계산하지 않고 단순히 작년에는 100채 팔렸는데 올해는 200채 팔렸으니 '증가했다'고 표현하는 건 행간을 읽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인들은 어떻게 한국 부동산에 눈을 뜬 걸까요? 윤 회장은 "중국인들이 부천 소사동이나 안산 원곡동과 같은 자신들 일터 근처에 집을 구매했는데 자꾸 집값이 오르고 아파트로 돈을 벌게 되니 소문이 돌았다"며 "강남이 많이 오르니까 강남에도 구매하고 그런 식으로 국내 부동산에 투자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점점 커지는 '외국인 규제' 목소리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외국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과 자국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외국인 부동산 매입을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도 '외국인 부동산에 대한 규제 부탁드립니다', '자국민의 재산을 빼앗아서 외국인들에게 헐값으로 넘겨주지 마세요', '외국인의 주택 매입을 규제하기 바랍니다' 등의 제목으로 규제 주장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습니다. 또 지난 8일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외국인 주택 취득세 중과'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국내에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이 주택을 구매할 경우 취득세율을 30%포인트 중과하는 내용입니다.

실제로 외국인은 몇 가지 측면에서 내국인이 받는 규제를 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외국인은 고강도 대출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외국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국내 부동산에 투자하는 게 가능합니다. 또 다주택자에게 부과되는 취득세와 양도세도 피해갈 수도 있습니다. 해외 거주하는 외국인의 경우, 가족이 각각 국내 부동산을 구매해도 1가구인지 확인되지 않아 1주택자 기준으로 세금을 내게 됩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외국인 규제'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윤선화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해외 투자 유치를 해야 하는데 무조건 외국인을 범죄자 취급하듯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다만 투기 조짐이 있으면 허가를 안 내 주는 등 외국인 허가제나 거래 신고제 등으로 규제를 하긴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실 다주택자에 대해 중과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며 "이런 외국인 규제 말이 나오는 이유는 결국 국내인에 대한 역차별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심 교수는 "(외국인 규제는)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 사람이 사는 경우도 많으니 호혜주의 그 관계를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영국 가서 집을 샀는데 거기서 세금을 많이 내라 하면 우리도 (영국인에게) 내라고 할 수 있다" 며 "다른 나라에서 어떻게 하는지를 봐야 하고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어떤 식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냐를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나쁜 영향을 준다면 그 부분만 해결하는 등 합리적 판단을 해야 하는데 전체 외국인 규제로 가는 것은 단순한 포퓰리즘이며 절대적으로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희윤 기자 chung.he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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