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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변동 앞둔 항공업계…누구를 위한 빅딜일까

중앙일보

입력

금융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한 지붕' 아래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진그룹이 산은의 자금 지원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사진은 1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서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연합뉴스

금융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한 지붕' 아래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진그룹이 산은의 자금 지원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사진은 1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서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연합뉴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초대형 국적 항공사의 탄생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두 대형 항공사가 합병하면 세계 10위권의 대형 항공사로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빅딜 성사까지는 첩첩산중이다. 한진칼의 자금 동원력,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등이 걸림돌이다. 이 밖에도 독과점 논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3자 연합의 반발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화물 수송을 위해 개조 작업을 완료한 보잉777-300ER 기종을 처음으로 화물 노선에 투입했다고 지난 9월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일부 외국 항공사들이 여객기를 개조해 화물을 수송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대한항공이 처음이다. 사진은 개조작업이 완료된 대한항공 보잉 777-300ER 내부에 화물을 적재하는 모습. 사진 대한항공

대한항공은 화물 수송을 위해 개조 작업을 완료한 보잉777-300ER 기종을 처음으로 화물 노선에 투입했다고 지난 9월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일부 외국 항공사들이 여객기를 개조해 화물을 수송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대한항공이 처음이다. 사진은 개조작업이 완료된 대한항공 보잉 777-300ER 내부에 화물을 적재하는 모습. 사진 대한항공

항공업계 지각변동 불가피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다음 주 중 아시아나항공 투자의향서(LOI)를 KDB산업은행에 제출할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이 무산된 후 아시아나항공 정상화를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해 왔다.

산업은행 입장에선 세계적인 대형 항공사를 출범시켜 ▶글로벌 항공업계 경쟁력 강화 ▶아시아나항공 살리기 ▶혈세 투입 명분 확보까지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의 인수 검토가 보도된 12일 “여러 가지 옵션 중에서 검토 중이나 확정된 바는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실상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유력한 카드로 검토되고 있다는 게 항공업계의 해석이다.

한진그룹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딜이란 평가다. KCGI 등 3자 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조원태 회장의 지배력이 더 공고해질 수 있어서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산업은행이 항공사 운영 경험이 없는 제삼자에게 경영권이 넘어가는 것을 지켜보지 않을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초대형 항공사 출범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전이 무산된 이후 물 건너간 경영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되살아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산업이 위기에 내몰리면서 일각에선 국유화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며 “하지만 대우조선이나 STX 등 보유 기업 민영화로 골치를 썩였던 산업은행 입장에서 아시아나항공의 국유화는 피하고 싶은 카드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1위 항공사인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안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됐다는 의미다.

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서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연합뉴스

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서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연합뉴스

한진 자금력과 아시아나 부채가 걸림돌

문제는 돈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지난 6월 말 기준 11조 5459억원인데 자본금은 4880억원에 그쳐 자본잠식률이 56%에 달한다. 1년 내 상환 의무가 있는 유동부채도 4조 7979억원이다. 현재 부분 자본잠식 상태인 아시아나항공의 자본잠식이 지속하면 항공면허를 반납해야 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은 다음 달 3대1 무상감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에 2조 4000억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지만, 경영 정상화는 요원하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승객 감소로 세계 항공업계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칼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에도 한계가 있다. 올 상반기 기준 한진칼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 금융상품의 합계는 2821억원에 그친다. 대한항공도 코로나19 장기화로 화물 수송으로 겨우 영업이익 적자를 면하면서 버티고 있다. 기내식 사업부 매각 등 자구안을 실행 중인 대한항공에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짐이 될 수밖에 없다.

당장 산업은행의 지원으로 아시아나를 인수한다고 해도 정상화를 위해선 수조 원의 자금 수혈이 불가피하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 한진그룹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 한진그룹

국내 항공산업 독과점 문제도 해결 과제

독과점 문제도 변수다. 두 항공사가 합병하면 미주와 유럽 등 장거리 운행이 가능한 국적 항공사는 한 곳만 남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3개 이하 사업자의 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인 경우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고 규제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이 독과점 규제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여객 수송 점유율은 각각 19.3%, 14.1%로 50%를 넘지 않았다. 같은 기간 국제화물 수송 점유율의 경우 대한항공은 30.2%, 아시아나항공은 17.5%였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시장 점유율 50%를 넘더라도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사상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점을 반영해 예외적 허용 가능성도 거론된다”며 “지난 4월 공정위가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를 승인했을 때처럼 아시아나항공이 기업결합 외에는 회생할 수 없다는 점을 입증하면 불가능 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강성부 KCGI 대표,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연합뉴스

사진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강성부 KCGI 대표,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연합뉴스

3자 연합 “인수는 현 경영진 지위 보전 대책”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3자 연합의 반발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진칼이 산업은행을 대상으로 유상증자하면 3자 연합의 지분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3자 연합은 내년 초 한진칼 정기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가져오기 위한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3자 연합은 최근 한진칼이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시장에서 매입하는 방식으로 조 회장 측보다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실제로 일명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는 13일 ‘한진칼,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입장’을 내고 “다른 주주의 권리를 무시한 채 현 경영진의 지위 보전을 위한 대책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무적으로 최악의 위기 상황을 겪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을 한진그룹에 편입시키는 것은 임직원의 고용과 항공안전 문제 등 고객의 피해와 주주 및 채권단의 손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인수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정부는 이르면 16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 장관 회의를 열고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할 전망이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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