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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김봉현 녹취록 입수···"로비 의혹 흘려라, 여당만 조지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야당은 빼고 여당만 다 조져버릴 테니까.”

1조6000억원대의 환매 중단 사태를 빚은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김봉현(46·구속기소)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해 검찰에 검거되기 직전 측근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

김봉현의 검거 직전 통화 녹취록

본지는 김 전 회장이 지난 3월 20일 한 측근과 라임사건 무마와 도주 방안을 논의한 내용이 담긴 녹취 파일을 13일 단독 입수했다. 당시 김 전 회장은 수원여객의 회삿돈 241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의 추적을 피해 도주 중이었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도주했고, 4월23일 경찰에 의해 검거됐다. 이 녹취록에는 김 전 회장이 검거되기 직전 검찰 수사를 피하려 정·관계 로비설을 언론에 흘리는 방안을 모의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봉현, “여당만 조지자”며 與 인사 거론   

정관계 로비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 연합뉴스

정관계 로비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 연합뉴스

김 전 회장은 측근과의 통화에서 "언론에 로비 의혹을 흘리라"는 취지로 말한다. 특히 그는 “여당만 조지겠다”며 로비를 실시한 대상으로 여권 인사 6명을 언급했다. 일부 인사에게 줬다는 구체적인 로비 금액도 말했다.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2억5000만원,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에게 “거의 억대”의 자금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전 회장이 언급한 당사자들은 펄쩍 뛰고 있다. 김영춘 사무총장은 “근거 없는 허위사실로 국회 사무총장의 명예를 극심하게 훼손했다”며 김봉현 전 회장을 고소했다. 그는 “택도 없는 가짜뉴스로 세상을 어지럽히는 어둠의 세력이 있다”며 “그 정체를 밝혀내고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동민 의원은 김 전 회장에게 양복을 받은 점은 인정했지만, 돈은 받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는 “김 전 회장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피해를 보는 입장이라 곤혹스럽다”며 “돈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 김 전 회장의 녹취록에는 K 전 열린우리당 부대변인과 이상호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이 등장한다. K 전 부대변인은 최근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K 전 부대변인은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해명을 듣지 못했다. 이상호 위원장은 김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7월 23일 구속 기소됐고,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기동민 의원, K 전 부대변인과 더불어 (여당 측 인사인) K씨·L씨를 이강세 전 대표가 꾸준히 관리해 온 거로 하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 측 변호인은 “이강세 전 대표가 그 인사들을 관리했는지 여부를 현재로써는 알지 못한다"며 “다음 주 접견에서 이강세 전 대표에게 문의하겠다”고 말했다.

김봉현, "검찰 친구가 해외 도피 조언" 주장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 그래픽 차준홍 기자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 그래픽 차준홍 기자

김 전 회장의 녹취록에는 검찰과 정부 인사의 실명도 등장한다. 녹취록에서 김 전 회장은 측근에게 “법조 브로커 K씨를 통해 A와 B에게 로비와 인사 청탁을 했다는 증거를 언론에 공개하라”고 지시한다. 이 전 대표에게 검찰 청탁 명목으로 한 달에 1000만~2000만원씩 줬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이 언급한 A와 B는 당시 검찰 최고위 간부다. 이에 대해 B씨는 “(김봉현 전 회장이 언급했다는 법조 브로커) K씨와는 10년 이상 안 만났다”고 일축했다.

김 전 회장은 또 4월 21일 이 측근과 다시 통화하면서 도피 방법을 논의한다. 4월 21일은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김 전 회장을 검거하기 불과 이틀 전이다. 김 전 회장은 통화에서 “검찰 친구가 해외 도피를 조언했다”고 말한다. 그는 또 “형 지금 신분증·여권 만들기 시작했다…. (해외로) 나가면 신분 세탁을 해서 돌아다녀야지”라고 했다. 다만 그는 대화 중 ‘검찰 친구’의 실명은 밝히지 않았다. 김 전 회장은 또 “이강세 전 대표가 강기정 수석을 만나러 직접 청와대에 들어갔다”는 말도 한다.

한편, 김 전 회장의 변호인은 녹취록과 관련, “사실 무근이고, 누가 통화한 것인지도 모르겠고, 얼토당토않은 소리다”라고 밝혔다.

문희철·김민중·이가람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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