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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 1억 받고 1년 내 규제지역 집 사면 대출 회수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앞으로 1억원 넘는 신용대출을 받은 뒤, 1년 내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사는 경우엔 신용대출을 회수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대상도 고소득자의 고액 신용대출(1억원 초과)로 확대한다. DSR을 활용해 신용대출을 조이겠다는 건데 파장이 작지 않을 거로 보인다. 시행(11월 30일) 전에 신용대출 수요가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창구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창구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13일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2016년 이후 안정적인 증가 흐름을 보였던 가계대출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가파르게 늘었다. 올해는 특히 신용대출이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을 주도하고 있다. 이세훈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생활자금 수요와 주식·주택 등 자산시장으로의 유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위기가 여전히 진행 중인만큼 서민이나 소상공인에 대한 적극적 신용공급 기조는 계속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가계부채 속도 조절은 필요하다고 봤다. 당장 은행의 자율적인 신용대출 관리 체계를 강화한다. 은행별로 신용대출 취급 관리 목표를 세워 준수하도록 하고, 애초에 소득 대비 과도한 신용대출이 실행되지 않도록 수시로 점검하기로 했다.

DSR도 손 본다. 먼저 은행권의 DSR 대출 비중 관리기준을 하향 조정한다. 현재 시중은행은 DSR 70%를 초과한 대출이 전체의 15%를 초과해선 안 된다. DSR 90% 초과는 전체의 10%다. 이를 각각 5%(70% 초과), 3%(90% 초과)로 낮췄다. 은행이 고위험 대출을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라는 취지다.

연 소득 8000만원+신용대출 1억원 DSR 적용 

DSR은 차주가 대출을 상환할 수 있는 소득 능력을 갖췄는지 판단하는 기준이다. 구체적으로 모든 가계대출(주택·신용대출 등)에서 연간 갚아야 하는 원금과 이자가 연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현재 시가 9억원 초과 주택(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고객은 DSR이 40%를 넘으면 안 된다. 소득이 1억원이라면 연간 갚아야 하는 원금과 이자가 4000만원 이내여야 한다는 뜻이다.

일단 정부는 연 소득이 8000만원 이상이고, 총 신용대출 1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도 DSR 40% 규정을 적용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8000만원은 소득 상위 10% 수준인데 그 이하라면 이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며 “고소득자가 신용대출까지 많이 받아 자산시장의 거품을 키운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복도로 직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복도로 직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은 용도 관리도 강화한다. 신용대출 총액이 1억원을 초과하는데 1년 이내에 규제지역 주택을 사는 경우 신용대출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이 국장은 “과도한 레버리지를 활용해서 자산시장 투자수요가 나오는 것을 억제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시행 전에 받은 신용대출액은 포함하지 않고, 기존 신용대출의 기한 연장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한다.

이를 두고선 용도를 과도하게 제약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장, 편하게 쓰는 게 신용대출인데 집 사는 데 쓰면 안 된다고 못을 박는 건 과도한 규제”라며 “고액의 기준점이 왜 1억원인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과도하게 신용대출을 끌어다 집을 사는 걸 막으려는 것”이라며 “매입 자금이 조금 모자라 1억원 이하로 보태는 수준은 규제 대상이 아니어서 실수요자에게 큰 부담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자금 DSR 산정 때 포함하는 방안 검토 

DSR 적용 대상 확대 등은 이달 30일부터 시행한다. 그전까지 신용대출이 급증할 우려도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미 각 은행이 신용대출 속도를 조절하고 있어 신청이 늘더라도 한도를 줄이는 등의 방식으로 대출을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금융위는 장기적으로 추진할 과제도 공개했다. 여러 차례 강조했듯 차주의 상환 능력에 중심을 둔 심사 제도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역시 DSR이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거로 보인다. 전세자금대출을 DSR 산정에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이 국장은 “전세자금은 상환 전제보다는 주거를 위한 일시적 부채로 보기 때문에 지금은 DSR에서 제외하고 있지만, 이 부분이 바뀔 필요가 있는지 장기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고 했다.

현재 DSR 산정에 포함되는 대출은 주택담보대출, 비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이다. 서민금융상품과 전세자금대출, 이주비‧중도금대출 등은 포함하지 않는다. 현재 10년 만기로 환산해 산정하는 DSR 계산 방식도 손 볼 전망이다. 생애 소득 기간이 많은 남은 20~30대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금융위는 이런 방안을 담은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을 내년 1분기 내놓을 계획이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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