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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북방경제위 3년, 이제는 ‘성공 스토리’ 보여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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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신경남 전 ADB 선임 이코노미스트·경희대 국제개발협력연구센터 교수

신경남 전 ADB 선임 이코노미스트·경희대 국제개발협력연구센터 교수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하면서 ‘100대 국정 과제’에 신북방 경제 협력을 포함하고 전담 기구인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신설했다. 러시아·카자흐스탄 등 14개 신북방 국가들로 구성된 4억 규모 거대 시장의 성장 잠재력과 경제적 가치를 인식해서다. 위원회 출범도 이제 3년이 지났으니 성과를 보여줄 때다.

신북방 14개국과 협력 기회 많아 #핵심 사업 발굴, 선택과 집중 필요

러시아는 ‘신북방 정책’과 ‘에너지 전략 2035’ 등으로 아·태 지역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한국도 극동개발기금 등 주요 공공기관들과의 협력 파트너로서 러시아의 자원과 지역 개발 참여를 지원해야 할 때다.

유엔 개발계획(UNDP)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초당 5m에 이르는 양질의 바람을 보유한 카자흐스탄은 연간 1조8000억 메가와트의 풍력을 건설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중앙아시아 재생 에너지기금’을 조성해 풍력·태양광·수소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카자흐 남부지역 거점인 쉼켄트에는 주거 도시 확충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 우리 그린 뉴딜의 한 축인 친환경 스마트 도시의 표준을 이곳에 심을 기회다.

몽골은 한국을 ‘솔롱고스(어머니)의 나라’로 여긴다. 한국과 몽골은 올해 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몽골의 ‘국가 계획 2030’은 에너지·건설·관광 분야를 전략산업으로 지정했다. 최근 발표된 ‘비전 2050’ 핵심 목표에 녹색성장과 스마트 도시 육성을 포함했다. 수도 울란바토르 인근 사인샨드 신도시에 대규모 친환경 에너지 사업이 추진되고 있어서 더할 나위 없는 참여 기회다.

우크라이나는 세계적 곡창지대라 코로나19에 따른 식량 위기 경고가 나온 상황에서 한국의 식량 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 상대다. 한국의 의료기술에 높은 관심을 가진 극동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는 한국의 의료산업이 진출하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우리 앞에 놓인 기회들을 어떻게 활용하면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 돌파구를 만들어 줄 것인가. 신북방 국가들과의 원활한 협력을 위해 많은 권한이 위임된 신북방 국가들의 국영기업들과 구체적 협력 사업을 조속히 실행해야 한다. 작은 것부터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이제는 핵심 프로젝트들을 발굴·선정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쓸 때다. 북방위원회의 ‘9개의 다리 정책’과 16대 중점과제 중에서 실행 가능한 사업을 선별하고, 한국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2025년까지 뉴딜 차원에서 85조원에 이르는 재원을 녹색산업 생태계 지원, 일자리 창출, 탄소 배출 저감 노력에 투입할 예정이다. 신북방 국가들도 탄소배출 저감을 추진 중이므로 한국의 성공 사례를 만들어 우리 기업들이 신북방 국가들에 진출하도록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여러 부처가 각자의 재원을 경쟁적으로 사용하기보다는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성공 가능성과 지원 효과가 높은 사업들을 선별해야 한다. 공적개발원조(ODA)와 민간재원 투자를 결합해 끝까지 가는 전주기(全週期)적 민·관 협력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전 세계가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목표를 향해 매진하고 있다. 탄소 저감은 이제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한국수출입은행은 그린 인덱스 개발을 통해 한국의 뉴딜 방향에 맞고 탄소 저감 성과도 올릴 수 있는 ODA 사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인천 송도에 유치한 녹색기후기금 (GCF) 재원 사업화를 위해 한국의 또 다른 대표 국제기구인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등 국제기구도 활용해보자.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경제 충격 등 도전적 위기 상황이야말로 한국 기업들이 북방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기회다.

신경남 전 ADB 선임 이코노미스트·경희대 국제개발협력연구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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