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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영환의 지방시대

통합은 균형발전 마중물이자 글로컬 선도 도시의 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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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오영환
오영환 기자 중앙일보 지역전문기자

광주전남 행정통합 주도 이용섭 시장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인터뷰에서 전남도와의 행정통합에 대해 시대정신과 2년 간의 시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명감과 소명의식을 되풀이해서 강조했다. [사진 광주시청]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인터뷰에서 전남도와의 행정통합에 대해 시대정신과 2년 간의 시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명감과 소명의식을 되풀이해서 강조했다. [사진 광주시청]

광역 지방자치단체 간 행정통합 움직임이 거세다. 대구경북은 지난해 말 이철우 경북지사가 통합을 공식 주창한 이래 민간의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했다. 내년에 주민투표와 특별법 제정을 거쳐 2022년 7월 대구경북특별자치시(가칭)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부산·울산·경남은 동남권 메가시티 구상을 본격화하고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최근 부산경남 행정통합 병행 방안을 제시했다. 광주전남은 지난 2일 이용섭 광주광역시장·김영록 전남지사 간 통합 로드맵 합의문을 내놓았다. 합의문은 1년간 연구용역, 6개월간 검토·준비를 거쳐 2단계로 공론화위를 구성하는 것이 골자다. 2년 후 출범이 목표인 대구경북보다 4년이 늦는 시간표다. 6일 이 시장을 만나 통합 논의의 배경과 비전을 들어보았다.

세계는 도시간 경쟁, 다핵 분산시대 #현재 틀로는 연방제 수준 분권화나 #균형발전은 구호로 끝날 가능성 커 #초광역화로 자립 경제권 형성해야

합의문 도출의 의의는.
“지난 9월 광주전남의 동반성장과 국가균형발전, 다음 세대에 풍요로운 미래를 물려주기 위한 해법으로 통합 논의를 제안했다. 통합 논의 제안 50여 일만에 광주전남이 역사적인 첫걸음을 뗐다. 주역에 ‘이인동심(二人同心) 기리단금(其利斷金)’이라는 말이 있다. 천 년의 역사를 함께 써온 광주 전남이 마음을 합하면 그 예리함이 단단한 쇠라도 끊을 수 있다. 우리 손에 광주전남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시대적 소명의식을 갖고 진정성 있는 통합 논의를 시작해 광주전남 번영의 시대를 열어가겠다.”

“통합은 수도권 블랙홀 방지와 생존 해법”  

왜 통합 논의를 제안했나.
“국내외적으로 긴밀한 경제 관계에 있거나 생활권이 같은 자치단체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우리만 이를 외면하고 현실에 안주하면 지역의 미래는 없다. (통합은) 수도권 블랙홀을 막아내고 광주전남이 살아남기 위한 해법으로 국가균형발전과 광주전남 경쟁력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발전 전략이다. 소지역주의에서 벗어나 광주전남 간 불필요한 경쟁이나 중복투자를 해소하기 위한 본질적 해결책이라고 여겼다.”
합의문 1항이 민간 중심의 통합 논의 추진인데 그 배경이 궁금하다.
“시도통합은 시도민을 위한 것인 만큼 지역민이 결정해야 한다. 다만 시도민들이 정보 부족으로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도록 시장과 도지사가 정보제공, 토론회 등을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는 뜻이다. 1986년 광주가 전남에서 분리된 후 많은 이해관계가 새롭게 형성됐다. 다시 통합하게 되면 단기적으로는 불이익을 당하는 사람이나 집단도 많이 있을 것이다. 개별 이해관계로 논의가 무산되거나 지연되지 않도록 행정이 통합 논의의 장애요소들도 제거해 나가야 한다.”
광주·전남 통합시 위상

광주·전남 통합시 위상

문재인 정부가 내걸었지만 지지부진한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제도 개선을 위한 두 단체 간 협력 합의도 눈에 띈다. 행정통합을 지방분권 강화로 이어갈 복안은.
“산업사회 때는 수도권으로 돈과 사람을 집중시켜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국가 간 경쟁시대이자 일극 집중체제였다. 그러나 지금은 지역마다 고유함과 독특함을 살려 지역이 균형 있게 발전해야 국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도시 간 경쟁시대이자 다핵(多核) 분산체제이다. 그런 만큼 권역마다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국책 사업과 국가 기반시설을 균형 있게 배치해야 한다. 참여정부 때 행정자치부 장관, 건교부 장관을 역임하면서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정책을 편 경험이 있다. 수도권은 비워서 살리고 지역은 채워서 살리자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한다고 해서 국가균형발전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공공기관 이전은 균형 발전을 위한 필요조건의 하나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이제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지방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규모와 기반을 갖춰야 하고 정부가 이를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 지자체 간 통합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정보통신이 발달하고 지방분권이 경쟁력인 시대인 만큼 행정 권한과 재정의 지방 이전을 마음 놓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지자체가 초광역화를 통해 자립경제권을 형성해야 한다.”
광주전남 행정통합의 비전은.
“올해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처음 추월했다. 광주(145만명)나 전남(185만명)과 같은 소규모 지방자치단체로선 사람과 기업 등의 수도권 블랙홀 집중을 막아낼 수가 없다. 경제적 낙후와 인구소멸 문제도 극복할 수 없다. 지역 간 인구이동이 거의 없었던 1949년, 호남 인구는 약 52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6%였다. 지금 호남 인구는 전체의 10%로 떨어졌다. 이대로 시간이 더 흐르면 광주전남은 한반도 남녘의 낙후지역으로 계속 남을 수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보고서에 따르면 전남 22개 시군 가운데 18개 시군(목포·여수·순천·광양 제외)이 30년 내 소멸위험 지역에 포함돼 있다. 획기적 변화가 없으면 광주전남의 쇠락은 피하기 어렵다. ”

“대구경북 특별법 제정에 적극 협력할 것”  

다른 비전이 있다면.
“지방자치단체의 초광역화나 메가시티는 시대정신이고 세계적 추세다. 광주전남 통합은 글로벌 선도 도시로 발전하기 위한 해법이다. 지역 단위로 경쟁력을 갖추려면 인구가 적어도 300만~500만 명은 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동일 생활권인 광주전남이 통합하면 자생력과 자립경제가 가능한 단일 광역경제권을 구축하게 된다. 지금보다 강력한 경제블록이 형성되고 지방 분권도 가능하게 된다. 국내적으로는 국가균형발전의 마중물이 되고, 대외적으로는 광주전남이 글로컬(glocal) 선도 도시로 도약하는 전기가 될 것이다.”
통합이 가져올 효과와 주민 편익은.
“광주전남이 따로 가면 완결성도 경쟁력도 확보하기 어렵다. 교통·문화·관광 등 광주전남 정책 중에는 광역화 관점에서 보면 반쪽짜리 정책이 많다. 사안마다 각자도생하고 치열하게 경쟁하면 공멸뿐이다. 농·축·수산물 생산기지로 항만과 천혜 자원을 지닌 전남과 교육·의료·문화·서비스 등 인프라를 갖춘 광주 간 통합이 이뤄지면 상호 시너지를 내면서 발전하게 될 것이다. 행정통합은 행정조직이 하나로 합친다는 물리적 의미를 넘어 한 뿌리인 광주전남 시도민의 사회·정서적 결합을 가져와 그 효과는 매우 다양하고 광범위하며 클 것이다.”
지역 여론은 어떠한가.
“지난 추석 연휴를 앞두고 방송과 신문 등 언론기관 2곳에서 여론조사를 한 결과, 광주와 전남 시도민 50% 이상이 시도 통합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갑작스럽게 나온 의제인데도 지역민들이 적극 찬성하고 나선 것은 광주전남의 상생이 절실하고 지자체 간 통합이 시대정신이고 흐름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행정통합을 위해선 국회의 특별법 제정 등 측면에서 대구경북과의 협조도 필요해 보인다.
“대구경북과 광주전남은 원래 한 뿌리에서 분리됐다가 다시 통합을 추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구경북을 벤치마킹하면 많은 시행착오를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구경북이 추진하고 있는 특별법 제정에 광주전남도 힘을 보탤 일이 있다면 지역 정치권과 함께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 아울러 중앙정부도 지방자치와 균형발전 정책에 대한 기존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현재의 틀로는 균형발전도, 연방제 수준의 분권화도 구호나 말의 성찬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지자체들이 초광역화해 자립경제가 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통합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실하게 제공해야 한다.”
행정통합시 염두에 두고 있는 지자체 명칭은.
“앞으로 충분한 논의를 통해 결정해 가야 할 문제이다. 광주시장이 먼저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광주전남을 넘어 전북과의 통합에 대한 생각은.
“전문가들은 지방정부가 완전한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선 인구가 500만명 이상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주전남에 전북(180만명)까지 함께 하면 인구 500만 이상의 초광역권 형성이 가능한 만큼 전북과의 통합도 추진해야 한다는 얘기들이 있다. 우선은 34년 전에 분리돼 정서·경제·문화적으로 한 뿌리인 광주전남이 먼저 성공적으로 통합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오영환 지역전문기자 겸 대구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