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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벽 차별? 하루확진 51명때 막은 집회, 127명땐 안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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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광화문 차벽. 사진 뉴스1

광화문 차벽. 사진 뉴스1

올해 8·15 광복절 집회 직전 1주일간 하루 평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는 50.6명이었다. 10·3 개천절 집회 직전 평균은 71명, 11·14 전국노동자대회를 앞둔 이달 6~12일 평균 확진자 수는 127.4명으로 하루에 56.4~76.8명의 확진자가 더 나오고 있다. 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전국에 내린 방역 단계는 각각 1단계, 2단계(추석특별방역기간), 1단계다. 확진자 수치로 따지면 세 자릿수가 지속되는 요즘의 방역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하다.

내일 진보단체 10만명 전국서 행사 #민노총 등 ‘99명 쪼개기’ 집회 신고 #서울시·경찰은 별다른 대응 없어 #광복절 보수단체 집회 땐 금지 명령

그런데 서울시와 경찰의 대응은 확연히 다르다. 광복절 때는 집회 금지 행정명령을, 개천절 때는 10인 이상 집회 금지 명령과 참가자 고발조치·구상권 청구를 했으나 이번 노동자대회를 앞두고는 아무런 조치가 없다.

광복절·개천절 집회와 노동자대회 등 집회가 다른 게 있다면 보수단체와 진보단체로 주최 측이 다르다는 것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내 편이냐 네 편이냐에 따라 방역 기준과 원칙도 달리 적용하는 집회 내로남불, 방역 편가르기 아니냐”는 소리들이 나온다.

각 집회 직전 일일 확진자 수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각 집회 직전 일일 확진자 수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전국민중대회준비위원회(준비위)는 한 달 전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14일 강원, 경북, 대구 등 전국 13개 지역에서 10만 명 규모의 전국민중대회를 연다고 예고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 민중대회는 오후 3시부터 여의도공원에서 99명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 동안 진행된다. 민중대회 종료 후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전태일 50주기’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한다. 민주당사, 국민의힘 당사 등 서울 내 5개소에서 각각 99명이 참석한다. 이 외에도 종로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는 빈민대회가, 세종문화회관이나 서울역 일대에서는 농민대회가 열린다. 주최 측은 정부의 ‘100인 이상 집회 금지’ 방역수칙을 고려해 99명까지 인원을 제한하고 광화문 일대 등 집회 금지구역은 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시와 경찰 당국은 이번 집회를 고려한 별도의 조치는 12일(오후 6시 기준)까지 하지 않고 있다. 주최 측이 방역수칙을 준수한다는 이유에서다.

하루 확진 71명 개천절 땐 참가자 고발, 구상권 청구

이에 따라 서울시는 코로나19 정례 브리핑도 서면으로 대체했다. 경찰 역시 방역당국 고시에 따르는 만큼 별도 금지조치는 하지 않을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인원이 많아져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 현장에서 해산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화문 광장은 집회 금지 지역으로 지정돼 개천절 때의 경찰버스 ‘차 벽’도 없을 전망이다.

주요 집회 이전 확진자 수 및 방역 조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주요 집회 이전 확진자 수 및 방역 조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서울시와 경찰의 이런 대응 방식은 이전과는 크게 다르다. 서울시는 지난 8·15 광화문 집회 이틀 전 26개 단체에 대해 집회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8월 11일과 12일 두 차례 집회 취소 공문을 보냈다. 집회 강행 시 주최자 및 참여자를 특정해 고발하고 구상권을 청구하는 등 강경 대응을 언급했다. 개천절 집회 5일 전인 9월 29일에는 “집회 원천 차단을 위해 서울지방경찰청과 공동대응하고 있다”며 참여자 고발·손해배상 청구를 재차 언급했다. 드라이브 스루 집회에 대해서도 금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은 11월 초 3단계에서 5단계로 바뀌었다. 서울시는 “현재 1단계인데 ‘100인 이상 집회 금지’ 조치(2단계 기준)를 적용한 건 방역조치를 강화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확진자 수를 놓고 보면 1일 확진자 수가 50명 이상 적은 개천절 직전엔 10인 이상 집회를 금지하고 확진자 수가 1.8배 늘어난 지금은 오히려 100명 미만까지는 집회를 허용한 것이다.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회 참여 인원이 99명인지 100명인지 경찰이 육안으로 확인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8·15집회 이틀 전 주최자 고발을 언급했던 중앙방역대책본부도 이날 브리핑에선 집회 관련 조치를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현재 거리두기 1단계에 따르면 500인 이상 행사의 경우 핵심 방역 수칙을 의무화하고 지자체에 신고 및 협의하게 돼 있다”며 “가이드라인과 별도로 마스크 착용이나 이용자 간 거리두기 등의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해 달라는 협조 요청 공문을 집회 주최 측에 발송했다”고 말했다.

허정원·위문희·황수연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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