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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 신고에도 엄마 말만 믿은 경찰…세살배기는 그렇게 떠났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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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에서 생후 16개월 된 여아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30대 엄마가 구속되면서 아동 학대 방지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특히 이번 사건은 주변에서 학대가 의심된다는 신고가 3차례나 있었지만 경찰 등 당국의 분리 조치 등 대처가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생후 16개월 입양아 학대 치사 혐의를 받는 30대 여성이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생후 16개월 입양아 학대 치사 혐의를 받는 30대 여성이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대 의심 신고에도 엄마 말만 믿어     

숨진 아동이 다니던 어린이집 교사는 지난 5월 몸에 멍 자국을 발견하고 엄마를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아이 다리를 교정하기 위해 다리 마사지를 했다”는 엄마의 말만 믿고 내사를 종결했다. 6월에도 아동을 차 안에 3시간 넘게 방치한 혐의로 엄마는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혐의없음’이란 결론이 나왔다. 경찰은 9월 23일 경찰은 아동의 영양실조가 의심된다는 병원 신고를 받았지만, 엄마의 “아이가 입안 상처로 이유식을 못 먹는다”는 해명을 듣고 내사 종결했다.

16개월 여아의 사망 사건에 분노하는 청원 글도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세 차례나 신고돼 살릴 수 있었던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습니다.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법을 강화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12일 기준 1만3391명의 동의를 얻었다. 11일에는 ‘양천 아동 학대범의 엄중 처벌 및 양천경찰서 관계자들에 대한 엄중한 징계를 요구’하는 청원 글이 게시됐다.

아동학대는 증가, 처벌은 솜방망이  

아동학대 범죄는 꾸준히 증가 추세다. 국회법제사법위원회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아동학대 범죄 사건 접수는 지난 2015년 2691건, 2016년 4580건, 2017년 5456건, 2018년 6160건, 2019년 7994건이다. 지난 5년 사이 약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늘어난 아동학대 접수 건수에 비해 사법 조치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아동학대처벌법이 제정된 이후 검찰에 접수된 아동학대 사건 처분을 보면 구속률은 ▶2015년 3% ▶2016년 4% ▶2017년 2% ▶2018년 1% ▶2019년 1%에 그쳤다. 기소율도 2015년과 2016년은 26%, 2017년과 2018년 15%, 2019년 13%였다.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미흡한 인식이 수사기관의 미온적 대처를 낳는다는 지적이다. 공혜정 아동학대방지협의회 대표는 “이번 사건처럼 주변 조사 없이 용의자 말만 듣고 사건을 처리한 수사기관의 안일한 인식이 문제”라며 “다리 마사지로 아이 몸에 멍이 생겼다는 부모 말에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만 봐도 아동학대에 대한 이해도가 어떤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아동학대 일러스트. 중앙포토

아동학대 일러스트. 중앙포토

“정부가 아동보호체계 강화해야”

아동학대 범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이들은 경미한 사고에도 사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동학대 범죄에 접근할 때 경중을 나눠 수사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단순히 수사기관 잘못이라기보다 아동보호 체계가 탄탄하지 못해 생겨난 구조적 비극”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30개 시·군·구 중 아동보호전문기관은 68곳밖에 없어 인력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정부가 진상 조사에 나서 관리 체계를 점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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