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171일 가두고 진술 압박" 法 질타한 '우유성 간첩조작' 전말

중앙일보

입력 2020.11.12 16:50

업데이트 2020.11.12 17:19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에 휘말렸던 유우성씨가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대한민국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판결선고를 마치고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에 휘말렸던 유우성씨가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대한민국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판결선고를 마치고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현 시대 상황에서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12일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의 피해자인 유우성씨와 그의 동생 유가려씨에게 국가가 2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한 서울중앙지법 김지숙 부장판사는 국정원과 검찰을 동시에 질타했다.

법원, 檢과 국정원 동시에 질타  

유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려 그의 출입국 기록을 조작한 국정원에 대해선 "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선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현 시대 상황에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유가려씨에 대한 국정원의 불법 구금 상황을 인식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유우성씨에 대한 보복기소까지 한 검찰에 대해서도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형사사법절차의 신뢰를 저버렸다"고 했다.

이날 법원의 판결은 유씨가 2015년 대법원의 국가보안법 무죄 확정 판결 이후 5년 만에 나온 민사 배상판결이다. 김 부장판사는 "유씨가 대법원의 무죄 판결까지 간첩의 가족이란 비난 속에 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명예 또한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밝혔다. 다만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며 "유씨의 신분 및 행적 등에 있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의심을 살만한 정황도 일부 있었다"는 점을 덧붙였다.

2014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수사 결과를 발표하던 당시 윤갑근 대검 강력부장의 모습. 검찰은 증거조작에 관련된 국정원 직원들을 기소했다. [중앙포토]

2014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수사 결과를 발표하던 당시 윤갑근 대검 강력부장의 모습. 검찰은 증거조작에 관련된 국정원 직원들을 기소했다. [중앙포토]

유우성 간첩사건 조작의 전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이라 불린 유씨의 사건은 국정원이 2011년 한 탈북자로부터 당시 한국에 거주 중이던 유씨가 화교 출신임을 숨기고 2004년 입국해 탈북민 지원을 받은 사실과 유씨의 여동생 유가려씨가 곧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란 진술을 확보하며 시작됐다. 당시 유씨는 서울시에서 탈북민 관련 업무를 맡은 계약직 공무원이었다.

국정원은 이후 한국에 입국한 유가려씨를 구금한 뒤 그녀가 화교 신분을 숨긴 사실을 밝혀냈다. 유우성씨에 대한 추가 진술을 받아내려 유씨를 영장과 변호인의 접견 없이 CCTV가 있는 독방에 171일간 구금했다. 그 과정에서 회유와 압박, 모욕이 있었고 유씨는 자신의 오빠인 유우성씨가 간첩이라 진술했다.

자신의 여동생의 진술에 유우성씨는 구속된 상태로 1심 재판을 받았다. 하지만 1심 법원은 유씨의 진술이 진술거부권의 고지 없이 위법하게 이뤄진 점을 들어, 유우성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법정은 유우성씨와 유가려씨가 서로 울먹이며 안타까워하다 눈물바다가 됐었다.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유우성씨가 지난해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간첩조작 범행 국정원 수사관 및 검사 고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검찰은 당시 수사 검사들을 기소하지 않았다. [뉴스1]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유우성씨가 지난해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간첩조작 범행 국정원 수사관 및 검사 고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검찰은 당시 수사 검사들을 기소하지 않았다. [뉴스1]

국정원의 증거조작, 그리고 반전 

항소심이 시작됐고 국정원은 유죄를 받아내려 유우성씨의 북·중 출입국 기록을 조작한 증거를 검찰에 제공했다. 이는 유씨의 변호인을 통해 항소심에서 사실과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증거 조작에 관여한 국정원 직원들이 오히려 구속기소돼 실형과 집행유예를에 처해지는 반전이 일어났다.

유씨의 수사와 재판을 맡았던 검사들은 정직 1개월과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받았을 뿐 기소되진 않았다. 이날 법원의 판결은 이런 국가의 불법적인 수사 과정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법원은 유씨가 국가보안법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검찰이 앞서 기소유예 처분을 했던 유씨의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를 기소한 부분도 보복기소, 즉 불법행위라 판단했다.

유우성 "다신 간첩조작 일어나지 않기를" 

이 기소에 대해선 2015년과 2016년 1·2심 법원이 공소권 남용에 따른 '공소기각' 판결을 했다. 아직 대법원 판결은 나지 않은 상태다. 유우성씨는 승소 뒤 기자들과 만나 "간첩 사건을 조작했던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여전히 미진하고 앞으로는 간첩 조작 사건으로 피해를 보는 일이 다신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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