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31년 복심' 집으로 돌아온다…'에볼라 차르' 클레인

중앙일보

입력 2020.11.12 14:58

업데이트 2020.11.12 16:58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내정한 론 클레인(59)은 워싱턴 정가에서 '바이든의 복심'으로 통한다. 바이든이 상원의원이던 시절부터 31년간 인연을 맺어왔고, 부통령 시절에도 비서실장으로 최측근에서 보좌했다. 미국 언론들이 일찌감치 백악관 비서실장 후보로 거론해 온 이유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론 클레인을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11일(현지시간) 발탁했다. 사진은 2014년 에볼라 대응관으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일했던 클레인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론 클레인을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11일(현지시간) 발탁했다. 사진은 2014년 에볼라 대응관으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일했던 클레인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인디애나폴리스 출신인 클레인은 미국 조지타운 대학교를 나와 1987년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했다. 이후 바이론 화이트 전 연방 대법관의 법률 서기관으로 일했고, 1989년 상원 사법위원회의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당시 델라웨어주 상원의원이던 바이든과 처음 만났다. 그 뒤 2009~2011년 바이든이 부통령 시절 그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첫 비서실장에 임명된 ‘에볼라 차르’ 론 클레인.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첫 비서실장에 임명된 ‘에볼라 차르’ 론 클레인.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특히 클레인은 2014∼2015년 당시 백악관 에볼라대응 조정관을 맡아 미국의 에볼라 바이러스 대응책 마련을 책임져 ‘에볼라 차르’로 불렸다. 지금도 그는 트위터에 자신을 '전(前) 에볼라 차르'라고 소개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도 11일 밤(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서에서 “2009년에 우리는 함께 최악이던 미국 경제를 구했고, 2014년에는 쉽지 않은 공중보건 비상사태(에볼라)를 함께 했다”며 발탁의 배경을 설명했다.

'전(前) 에볼라 차르'로 자신을 소개한 론 클레인 [트위터]

'전(前) 에볼라 차르'로 자신을 소개한 론 클레인 [트위터]

러시아 황제라는 뜻을 지닌 ‘차르’는 백악관 직속으로 특정 분야 업무를 총괄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감독관을 뜻한다. 이때문에 클레인이 기용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 대응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에서 코로나 19 최고 권위자로 불리는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과도 에볼라 대응 때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NBC방송은 "클레인은 전염병을 다뤄 본 사람이고 2014년 에볼라가 터졌을 때 파우치 소장과 호흡을 맞춰본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론 클레인과 같이 일했던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전 선임고문은 트위터를 통해 "그는 똑똑하고 전략적이고 조직적이며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는 사람"이라며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의 백악관을 이끌어가기에 좋은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장막 속 전략가..고(故) 긴즈버그 인준도 끌어내 

클레인은 미국 부통령 2명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앨 고어(1995~1999년)와 조 바이든(2009~2011년)때다. 민주당 선거 캠프에서도 여러 번 일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그런 그를 ‘장막 속 전략가’라고 표현했다.

1993년 연방 대법관 인준을 앞두고 청문회에 참석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로이터=연합뉴스]

1993년 연방 대법관 인준을 앞두고 청문회에 참석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로이터=연합뉴스]

민주당 리더십 위원회의 참모로 일하면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선거캠프에서 내각을 어떤 인물로 꾸릴지 논의하는 역할을 맡았다. 클린턴 당시 임명된 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연방 대법관의 인준을 끌어내는 데도 기여했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에는 잠시 워싱턴 정가를 떠나 투자 회사인 레볼루션 LLC의 부사장 겸 총 고문을 지냈다. 그러다가 올해 바이든의 대통령 선거 캠페인에 수석 고문으로 합류하며 민주당 정권 탈환에 시동을 걸었다.

20년 전 앨 고어 패배의 속 쓰린 기억…영화 '리카운트' 속 실존 인물

이번 46대 미 대통령 선거는 론 클레인에게는 감회가 새로운 선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 20년 전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와 지금 입장은 정반대지만 말이다.

론 클레인이 보좌했던 앨 고어 전 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로 2000년 대선 때 조지 W. 부시 당시 공화당 후보와 대결했다가 패배했다.

영화 '리카운트'에서 케빈 스페이시(맨 윗줄)가 맡은 역할이 당시 론 클레인이다. [아마존닷컴]

영화 '리카운트'에서 케빈 스페이시(맨 윗줄)가 맡은 역할이 당시 론 클레인이다. [아마존닷컴]

당시 선거인단 25명이 달린 플로리다주(州)에서 접전이 벌어졌는데 검표 과정에 문제가 발견됐다.

고어 재검표 위원회의 총 고문변호사로 임명된 론 클레인은 신속히 플로리다로 향했다. 그러나 투표 기계 확인 작업이 난항을 겪고 당시 국무장관 캐서린 해리스가 법원에 요청한 재검표 저지로 미국 대선은 36일간 교착상태에 빠진다.

그 뒤 연방 대법원이 재검표 중단을 결정해 겨우 승자가 가려졌다. 결국 고어는 총득표수에서 54만여표를 더 얻고도 선거인단 수에 밀려 패배한다. 이를 소재로 만든 영화 ‘리카운트(2008)’에서 배우 케빈 스페이시가 클레인의 역할을 맡았다.

지난해 클레인은 트위터에 "사람들은 나더러 2000년 선거와 재검표를 잊고 극복하라고 하지만 아직 극복 못 한 것 같고 솔직히 극복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고 적었다. 클레인으로선 바이든 캠프의 승리로 20년 전의 트라우마를 극복할 계기를 찾게 된 셈이다.

고등학교 때 그는 두뇌게임 팀에 속해 있었는데 팀이 시즌 준우승을 거머쥘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다고 한다. 변호사 겸 환경운동가인 모니카 메디나(59)와 결혼해 세 명의 자녀를 뒀다. 모니카 메디나는 버락 오바마 정부 인수위에서도 일했으며 국제포경위원회(IWC) 미국측 대표 등을 지냈다.

2014년 존 클레인(왼쪽)당시 에볼라 대응 조정관과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2014년 존 클레인(왼쪽)당시 에볼라 대응 조정관과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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