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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 디자인 직접 챙긴다…"디자인에 혼을 담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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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차세대 모바일기기 관련 디자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차세대 모바일기기 관련 디자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이 부친상 후 첫 공식 경영 행보로 '디자인 전략회의'를 택했다. 삼성이 이 부회장의 경영일정을 공개한 건 고 이건희 회장이 별세하고 처음 있는 일이다. 이 회장의 '디자인 경영'을 한 차원 더 발전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건희 회장처럼 '디자인' 직접 챙긴 이재용  

1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서울 우면동 R&D 캠퍼스를 찾아 디자인 전략회의를 열고, 미래 디자인 비전 및 추진 방향 등을 점검했다. 이 부회장은 "디자인에 혼을 담아내자. 다시 한번 디자인 혁명을 이루자"고 강조했다. 그는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자. 도전은 위기 속에서 더 빛난다"고도 말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모바일 기기, TV, 생활가전 등 삼성전자의 세트(완제품) 사업부를 모두 통합해 디자인 전략회의를 주관했다. 삼성에서도 처음있는 일이라고 한다. 삼성전자는 "제품과 서비스의 융·복합화가 빨라지는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통합 디자인 역량'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선 진 리드카 버지니아대학 경영대 교수, 래리 라이퍼 스탠퍼드대학 디스쿨 창립자 등 글로벌 석학의 인터뷰 영상과 최신 디자인 트렌드, 혁신 사례 등을 공유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운동·취침·식습관을 관리해주는 로봇, 서빙·배달·안내 등을 해주는 식당용 로봇, 개인 맞춤형 콘텐트를 감상할 수 있는 안경 형태의 스마트기기 등 차세대 디자인을 적용한 시제품을 직접 체험했다.

이재용(왼쪽 첫번째) 부회장이 12일 서울 우면동 R&D 캠퍼스에서 서빙·배달·안내 등을 해주는 식당용 로봇 시제품을 직접 살펴보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왼쪽 첫번째) 부회장이 12일 서울 우면동 R&D 캠퍼스에서 서빙·배달·안내 등을 해주는 식당용 로봇 시제품을 직접 살펴보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 부회장의 아버지인 고 이건희 회장 역시 삼성의 디자인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상당한 힘을 쏟았다. 1996년 신년사를 통해 "올해를 '디자인 혁명의 해'로 정하고, 우리의 철학과 혼이 깃든 삼성 고유의 디자인 개발에 그룹의 역량을 총집결해 나가자"고 말하기도 했다. 제품 성능만 우세해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와인잔 모양에서 모티브를 얻어 TV 하단부를 디자인한 삼성의 '보르도 TV'. [중앙포토]

와인잔 모양에서 모티브를 얻어 TV 하단부를 디자인한 삼성의 '보르도 TV'. [중앙포토]

2005년에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사장급 고위 임원을 소집해 '디자인 전략회의'를 주재했다. 당시 이 회장은 "삼성의 디자인 경쟁력은 아직도 1.5류"라며 "제품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시간은 평균 0.6초인데 이 짧은 순간에 고객의 발길을 붙잡지 못하면 승리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그다음 해 삼성은 와인잔 형상의 보르도 TV를 출시해 연간 300만대 판매했고, 소니를 제치고 TV 판매량 세계 1위에 올랐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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