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비핵화 연동 안된 종전선언, 바이든 반대 부딪힐 것"

중앙일보

입력 2020.11.12 11:35

업데이트 2020.11.12 11:45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국 대선 이후 한미동맹과 한반도 정세 전망' 포럼에 참석,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국 대선 이후 한미동맹과 한반도 정세 전망' 포럼에 참석,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바이든 정부에서는 비핵화와 연동되지 않은 종전선언이나 한미 군사훈련 중단 정책은 미국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국회 글로벌안보포럼’(대표 박진 국민의힘 의원) 기조연설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절차를 중시한다. 바텀업 방식의 외교적 실효성에 입각해 비핵화가 추진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정은과의 관계를 러브레터로 희화화하는 식으로는 안 할 것”이라고도 했다.

반 전 총장은 ‘바이든 시대’를 맞은 문재인 정부가 북핵문제 접근법을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와 북의 비핵화에 대한 분명한 개념을 확립하고 공유해야 한다. 중재자가 아니라 당사자가 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는 “미국(바이든 정부)이 비핵화 목표 중간 단계로 북이 핵무기 일부를 포기하면 제재 일부를 완화하는 식으로 협상전략을 유연하게 할 가능성도 대두한다. 북한은 조금 내놓고 더 큰 것을 얻으려는 살라미 전술을 쓸 텐데 거기에 넘어가면 안 된다”고 했다.

한미동맹과 관련해선 “바이든 당선인이 동맹국·우방국과의 유대를 복원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동맹의 무게와 가치가 커지고 우호협력의 범위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가 했듯) 갈취라는 단어를 쓰며 방위비를 5배로 올리라고 하진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다만 “고위 정부 당국자들이 한미동맹 정신을 해치는 언행을 자제했으면 좋겠다. 우방인 미국을 상당히 당황하게 하는 일”이라는 당부를 덧붙였다.

전시작전권 환수 논의와 관련해선 “상당한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근본적으로는 “자국 국방 운영체계의 관점을 앞세우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특정 조건이 충족될 때 전작권을 환수할 수 있다는 미온적 태도는, 바이든 정부에서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입장에서는 ‘왜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전작권 문제도 바뀌느냐’는 불안감과 짜증도 있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전작권 환수를 시작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선 연기됐다. 그걸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조였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트럼프 정부에서 최고조에 이른 미·중 갈등과 관련해선 “헤게모니 다툼에서는 바이든도 (트럼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이나 정치체제 문제 등은 중국이 바꿀 리가 없고, 패권 경쟁에서는 미국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다. 다만 “경제, 비핵화, 보건 이슈 등 공통 혜택을 가져올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미·중이 협력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 전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으로 재직할 당시(2007년~2016년)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 부통령(2009년~2017년)이었다. 반 전 총장은 강연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선거 승리 선언 이후 바이든에게 개인 채널로 편지를 보냈더니 접수가 확인됐다. 한미 관계가 긍정적으로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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