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참외, 시래기, 마늘…일본에서 아쉬운 한국 식품

중앙일보

입력 2020.11.12 08:00

업데이트 2020.11.12 09:09

[더,오래] 양은심의 도쿄에서 맨땅에 헤딩(50)

일본의 슈퍼에서 한국산 파프리카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을 잊을 수가 없다. 빨간색과 노란색. 아마 15년은 더 된 일이지 싶다. 모양, 크기, 때깔, 썰었을 때의 두께까지 뭐 하나 흠잡을 것이 없었다. 그리고 헐값이 아닌 좋은 값이었다. 제값으로 팔리고 있는 것 같아 신이 났다. 그때까지 슈퍼에서 한국산 과일이나 야채를 본 기억은 없다. 아직도 파프리카 이외의 한국산을 접하는 일은 거의 없다. 초록색의 일본산 피망은 흔하고 저렴하다. 고추잡채를 만들 때 일본에서는 피망을 쓴다.

일본의 슈퍼에서 한국산 파프리카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을 잊을 수가 없다. 빨간색과 노란색. 아마 15년은 더 된 일이지 싶다.[사진 pxfuel]

일본의 슈퍼에서 한국산 파프리카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을 잊을 수가 없다. 빨간색과 노란색. 아마 15년은 더 된 일이지 싶다.[사진 pxfuel]

매해 여름이 오면 참외도 일본으로 수출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수박과 멜론 재배에는 열을 올리는데 참외에는 관심이 없다. 멜론은 흔한데 참외는 없다. 참외는 ‘마쿠와우리(マクワウリ)’라고 번역한다. 그러나 그것은 한국의 참외와는 다르다. 껍질에 줄이 없는 것이 대부분이고 멜론처럼 둥그렇고 크다. 가끔 참외 모양을 한 것이 있지만 역시 흰 줄이 없다. 참외는 껍질째 먹어도 맛있지만 마쿠와우리는 아니다.

올해 여름 치과에 갔는데 야채를 가져가라고 해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유기농이라 벌레가 있을지도 모르니 양해해 달란다. 양배추와 여주를 받아왔다. 양배추는 옆 밭 주인이 준 것이고, 여주는 직접 재배한 것이라 했다. 도쿄의 치과에서 야채를 얻어가다니 농촌에 있는 치과 같다며 한바탕 웃었다. 그 의사는 시골에 토지를 빌어 야채 키우는 연습을 시작했다고 했다. 은퇴하면 시골에서 야채만큼은 자급자족하며 살고 싶다고. 병원 옥상에서는 오이와 방울토마토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나 또한 옥상에서 야채를 키워보려던 참이라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다음 치료 때 마침 한국 식료품 회사에 주문해 도착한 참외를 하나 들고 갔다. 처음 보는 과일이라며 신기해한다. 멜론 비슷한데 멜론보다 연한 맛이라고 설명했다. 텃밭이 있으니 먹고 난 후 씨를 말렸다가 한 번 뿌려보라고 했다. 의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손바닥을 치며 신나한다. 나는 일본에서도 팔릴 과일이라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매해 여름 방학 때마다 한국의 외가에 갔던 우리 아이들은 참외를 아주 좋아한다고. 여름 하면 수박과 참외라고.

과연 내년 여름에 일본의 한 텃밭에서 참외가 자라고 있을지 궁금하다. 혹시 하나 정도 얻어먹을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럼 치과에 가야 하나? 여하튼 참외 재배의 성공을 빈다. 그리고 그 동네 텃밭에 퍼지길 기대한다. 그리고 돌고 돌아서 슈퍼에 등장하기 시작하면 얼마나 좋을까.

야무진 노란색을 한 통통한 참외가 일본의 슈퍼에 등장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대한다. 왜냐하면 통할 과일이니까. [사진 wikimedia commons]

야무진 노란색을 한 통통한 참외가 일본의 슈퍼에 등장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대한다. 왜냐하면 통할 과일이니까. [사진 wikimedia commons]

그러나 나는 그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한국에서 수출해 주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어디까지나 사업의 ‘사’자도 장사의 ‘장’자도 모르는 사람의 생각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읊어본다. 야무진 노란색을 한 통통한 참외가 일본의 슈퍼에 등장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대한다. 왜냐하면 통할 과일이니까.

참외 외에도 마늘을 수출하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본다. 한국에서도 중국산 마늘을 많이 쓴다고 하니 수출할 양이 없을지는 모르나, 어디까지나 나의 바람이다. 일본의 슈퍼에는 중국산 마늘과 일본산 마늘이 있다. 중국산은 4~5통에 100엔 정도 한다. 저렴하다. 일본산 마늘은 한 통에 250엔 이상이다. 거의 300엔에 육박할 때가 허다하다. 200엔 이하를 보기 힘들다. 너무 비싸서 약에나 써야지 싶을 정도다. 서민은 당연히 저렴한 중국산을 많이 산다. 중국산과 일본산의 중간 가격대로 수출할 수는 없을까? 한국 마늘 한 통에 200엔 이하로만 팔아도 잘 팔릴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한국산이면 안심하고 살 것이다. 과일처럼 빨리 상하는 것도 아니니 괜찮을 것 같은데, 전문가의 생각은 어떤지 모르겠다.

또 하나 일본에도 있었으면 하는 것은 시래기다. 무를 많이 쓰는 일본인데도 무청을 말리거나 삶아서 사용하는 습관이 없다. 그래서 무청을 구하기가 어렵다. 가끔 야채를 팔러 오는 트럭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다. 왜 그걸 말릴 생각을 하지 않는지 신기할 정도다. 시래기는 수출하려면 요리 연구가와의 협업이 필요할 거란 생각이다.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제안을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생선조림을 해 먹는 문화가 있으니 전혀 쓰지 못할 것 같지는 않은데, 시래기는 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듯싶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아니 5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에서 만드는 김치는 맛이 없었다. 특히 한국에서 온 사람의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다시마를 넣었는지 끈적거렸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이 발전했다. 일본 생활이 길어서인지 일본에서 만드는 김치에 익숙해졌다. 그러고 보니 외출하는 날 김치 먹는 걸 조심하던 습관도 어느새 옅어졌다. 지금은 일본인도 즐겨 먹기 때문이다. 김치찌개와 김치를 넣은 돼지고기볶음은 자연스럽게 식탁에 오를 정도이다. 일본인이 김치찌개로 식사하고 디저트로 참외를 먹는 날을 상상해 본다. “오늘은 디저트까지 싹 한국 요리다”라는 대화가 오고 가면 좋겠다.

한일출판번역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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