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긴급 사태'를 선언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시한 일본에서는 도시 소음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과학硏 수도권 18곳 지진소음 분석 #휴교와 긴급사태로 2단계 감소 관찰돼
특히, 초·중·고교 등 학교만 문을 닫았을 때와 사회 전체가 거리 두기를 했을 때 소음 감소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일본 국립산업과학기술연구소 연구팀은 11일 '지구·행성·우주(Earth, Planet, Space)' 저널에 코로나19로 사회적 활동 감소가 일본 수도권 지역의 지진 소음도 변화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도쿄 등 일본 수도권 지역에 분포하는 300여 개의 메트로폴리탄 지진 관측망(MeSO-net) 중에서 수도권 중심부에 위치한 18개 측정지점을 골라 분석했다.
이들 측정지점은 지면에서 깊이 10~20m에 설치돼 있고, 일반적으로 학교나 공원 건물에 있다.
연구팀은 지면에서 100m 이상 깊이에 위치한 고감도 지진계 네트워크(Hi-net) 대신에 MeSO-net 지점을 선택한 것은 인간 활동에 의한 지진파에 더 민감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휴교 땐 고주파 지진 소음 감소
연구팀은 이들 18개 지점에 대해 2018년 1월부터 지난 1월까지 연속 지진 기록을 조사해 평상시의 소음 특성을 분석,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의 지진 소음과 비교했다.
연구팀은 사회적 거리의 시행에 따라 2단계의 지진 소음의 감소가 관찰되었다고 밝혔다.
첫 번째 지진 소음 감소는 지난 3월 초 20~40㎐의 상대적으로 높은 주파수 대역에서 발생했다.
이는 당시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요청으로 전국의 학교가 휴교에 들어간 시기에 해당한다.
이 때는 사회 활동이 많이 감소하지는 않았지만, 학교 건물에 위치한 일부 측정지점에서는 고주파 대역인 20~40㎐에서 지진파의 감소가 기록됐다.
지진 소음의 두 번째 감소는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1~20㎐의 저주파 대역을 중심으로 더 넓은 주파수 대역에서 발생했다.
이 시기는 도쿄도 지사가 시민들에게 집에 머물 것을 요청했을 때와 정부가 수도권에 긴급 사태를 선포한 때에 해당한다.
많은 사람이 통근을 중단, 기차역을 이용하는 인구도 줄어드는 등 사회 활동이 많이 감소한 것과 일치하는 시기다.
하지만 지진 소음은 기차역 인구 증가와 더불어 5월 중순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는 5월 말 긴급 사태가 해제되기 전부터 사회 활동이 점차 재개되었음을 시사한다.
"학교는 문화적 소음 발생원"
연구팀은 코로나19가 없었던 2018~2019년의 지진 소음을 분석한 결과, 측정지점들 사이에서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우선 일주일 내내 평일 낮시간을 중심으로 약 4㎐에서 큰 소음이 유지되다가 일요일에 감소하는 것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평일에는 일요일과 달리 무거운 물건의 운송, 건물과 공장의 기계 진동 등과 같은 경제 활동으로 인해 지진 소음이 추가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10~20㎐의 주파수 대역에서도 소음 신호가 관찰됐는데, 이 대역의 대표적인 주파수 13㎐ 지진 소음 역시 평일이 휴일보다 높았다.
하지만 4㎐에 비해서는 평일과 휴일 차이가 작았다.
연구팀은 이 10~20㎐ 주파수 대역의 지진 소음을 "측정 지점 주변의 지역 사회 활동을 반영하는 들뜬 문화적 소음"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사람들이 걷고 달리고, 큰 소리로 얘기할 때 발생하는 소음, 학교나 공원에서 아이들이 뛰어놀 때 발생하는 소음과 비슷한 것이다.
3월 초 학교가 문 닫았을 때 20~40㎐ 주파수 대역의 소음이 많이 감소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는 셈이다.
18개 측정지점도 3곳(공원 2곳, 대학 1곳)을 제외하면 모두 학교 건물에 위치했다.
다른 나라에서도 지진 소음 감소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 코로나19로 인한 사회 활동의 대규모 변화는 지진 소음 수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코로나19는 인간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지진 소음의 특성을 조사할 드문 기회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중국이나 이탈리아 등 다른 나라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도시 봉쇄로 소음이 감소한 사실이 관찰됐으나, 일본처럼 2단계 지진 감소를 구분해서 파악한 곳은 없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지난 9월 사이언스에 게재된 '보고'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각국의 도시에서는 최대 50%까지 고주파 지진 소음(4~14㎐)이 감소한 것으로 관측됐다.
당시 사이언스에 실린 그래픽을 보면, 외국 도시들과 달리 한국의 포항시는 강한 봉쇄가 이뤄지지 않아 지진 소음 변화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봉쇄로 인해 중국에서는 도시별로 지진 소음이 4~12 데시벨(㏈) 감소했으나, 이탈리아 도시에서는 4~6㏈ 감소한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