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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으악새 슬피 우는 가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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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단풍과 함께 대표적으로 가을 정취를 느끼게 하는 것이 억새다. 인터넷에는 ‘으악새 슬피 우는 가을, ○○ 억새축제’ 하면서 억새의 모습을 소개하는 글이 올라 있다. 은빛 물결 일렁이며 사각거리는 억새의 모습을 표현하기에는 이만한 제목이 없을 듯하다.

‘으악새 슬피 우는 가을’은 ‘아~ 으악새 슬피 우는 가을인가요’로 시작되는 ‘짝사랑’이란 노래에 나오는 구절이다. 일제 강점기 고복수가 부른 노래로 지금도 애창되는 곡이다. 그렇다면 이 ‘으악새’는 과연 억새가 맞는 것일까?

억새의 옛말은 ‘어웍새’이며 사투리가 ‘웍새’ 또는 ‘으악새’다. 한때 사전에도 ‘으악새=억새의 사투리’라고 돼 있었다. 따라서 이 노래에 나오는 ‘으악새’가 ‘억새’라는 게 대체적 의견이었다.

그러나 이 노래의 2절 ‘뜸북새 슬피우니~’에 비춰 ‘으악새’를 새로 보아야 한다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더욱이 왜가리의 방언이 ‘왁새’이므로 ‘으악새’는 ‘왁새’를 길게 발음한 것이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1990년대 들어 대부분 사전이 ‘으악새=①억새의 사투리 ②왜가리의 사투리’라고 올렸다.

하지만 현재 표준국어대사전엔 ‘으악새’가 아예 표제어로 올라 있지 않다. 따라서 사전적으로 설명하기가 어려워졌다. 다만 작곡가인 손목인의 저서엔 작사자에게 ‘으악새’가 뭐냐고 물었더니 “고향 뒷산에 오르면 ‘으악, 으악’ 하는 새 울음소리가 들려 그냥 ‘으악새’로 했다”는 대답을 들었다는 기록이 나온다고 한다. 만약 이게 맞다면 최소한 노랫말에 나오는 ‘으악새’는 새가 되는 것이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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