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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코로나19가 부른 식량안보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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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

세계 기아 인구가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6억9000만명에서 1억3000만명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최근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식량연맹’이란 국제 협력체를 출범했다. 금융·기술 분야의 국제 공조로 긴급한 식량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다.

식량안보는 다면성을 전제한다. 가용성은 식량이 국내 또는 해외에 충분히 있어야 하는 것이고, 접근성은 소득·가격·유통·물류 측면에서 식량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위생·영양 기준에 따라 식량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이용성, 재해·기후변화 같은 외부충격에 대해 회복력을 가져야 하는 회복성 등도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그룹은 2012년부터 매년 식량안보의 다면성을 계측해 ‘글로벌 식량안보지수’를 발표한다. 한국은 110여 국가 가운데 2012년 21위, 지난해 29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20%대의 낮은 곡물 자급률을 해외시장 접근성 확대를 통해 해결해 왔다. 주요 곡물 수출국의 생산·유통·물류는 인적 대면도가 낮은 기계·시설장치에 의존한다. 단기적으로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인한 식량 수급의 영향은 적을 것이다. 그러나 팬데믹의 빈도 증가와 교역 위축 가능성이 우려된다. 한국은 국민 1인당 경지 면적이 세계 최하위다. 식량안보를 국가전략의 우선 과제로 둘 수밖에 없다.

먼저 국내 농업자원의 개발·보존·이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교역 위축에 의한 해외 접근성 약화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산업화와 도시의 성장으로 농경지가 급격히 감소했다. 농경지의 확보·보존과 국내 농업 생산기반의 확충 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쌀 다음으로 우리 국민에게 중요한 밀과 콩의 국내 자급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밀은 품종 개발부터 가공·유통까지 산업 전반의 인프라가 미흡하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입산과 경쟁할 수 있는 품질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콩은 최근 논콩 생산단지를 중심으로 생산 기반이 확충되고 있다. 지속 성장을 위해 국산 콩의 소비 기반을 넓혀야 한다.

해외시장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종전에는 해외 농업자원 개발, 국제 곡물 조달 시스템 구축 등 하드웨어 차원의 접근이었다. 국제 곡물 시장 전문인력 양성과 같은 소프트웨어 전략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민간기업의 해외농업 개발 진출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식량 위기에 대비하는 프로세스를 마련하고 활용 가능한 식량 비축 물량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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