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의 신개념 걸그룹, 가수·아바타 4+4인조 ‘에스파’

중앙일보

입력 2020.11.12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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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SM엔터테인먼트가 6년만에 공개한 새 걸그룹 ‘에스파(æspa)’의 지젤·윈터·카리나·닝닝(왼쪽부터). 아래는 이들의 아바타. [사진 SM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가 6년만에 공개한 새 걸그룹 ‘에스파(æspa)’의 지젤·윈터·카리나·닝닝(왼쪽부터). 아래는 이들의 아바타.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올해 가요계의 가장 큰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힌 SM엔터테인먼트의 새 걸그룹이 베일을 벗었다. 17일 정식 데뷔하는 4인조 ‘에스파(æspa)’다. 에스파에 가요계의 관심이 쏠린 것은 지금까지 SM에서 내놓은 걸그룹이 향후 시장의 방향타가 된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6년 만에 새 걸그룹 17일 정식 데뷔
실물과 가상세계 멤버 함께 활동
디지털로 현실 복제하는 메타버스
시공 초월 아이돌산업 새 길 도전
“사람과 너무 흡사” 반감 생길 수도

대표적인 사례가 1997년 SES와 2007년 소녀시대다. 이들은 각각 1세대와 2세대 걸그룹 시대의 막을 올리는 선도 역할을 했다. SES가 10~20대 남심을 공략하는 본격적인 걸그룹의 시초였다면, 소녀시대는 9인의 멤버로 등장해 다인조 걸그룹의 시대를 열었다.

SM이 레드벨벳 이후 6년만에 출격시킨 에스파 역시 이전과 전혀 다른 새로운 걸그룹의 콘셉트를 선보이고 있다. 카리나·윈터(이상 한국)·지젤(일본)·닝닝(중국) 다국적 4인조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들의 또 다른 자아인 아바타 4인이 추가됐다. 4인조이면서 8인조인 독특한 구조다.

11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티저 영상 ‘SYNK, KARINA’(싱크 카리나)에서는 현실 세계 속 멤버 카리나가 가상 세계의 아바타 ‘æ-KARINA’(아이-카리나)와 연결돼 함께 춤 추고 소통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인공지능 시스템인 ‘NAVIS’(나비스)의 도움을 받아 서로 만나 함께 스토리를 만들면서 세계관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활동이 진행될 예정이다. 팀명 ‘에스파(æspa)’도 ‘아바타 X 익스피리언스(Avatar X Experience)’에서 따온 ‘æ’와 양면이라는 뜻의 영단어 ‘aspect’를 결합했는 것이 SM 측 설명이다. SM은 새로운 시도에 대해 얼마 전 살짝 암시했다.

SM엔터테인먼트가 6년만에 공개한 새 걸그룹 ‘에스파(æspa)’의 아바타. 지젤, 윈터, 카리나, 닝닝(왼쪽부터). [사진 SM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가 6년만에 공개한 새 걸그룹 ‘에스파(æspa)’의 아바타. 지젤, 윈터, 카리나, 닝닝(왼쪽부터).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는 9월 11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 협력 세미나’에서 “저와 SM이 바라보는 미래 세상은 ‘셀러브리티의 세상’ 그리고 ‘로봇의 세상’ 등 크게 두 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AI와 로봇을 통해 개인화된 된 수많은 아바타가 생겨날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미래에 초거대 버추얼(virtual) 제국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버추얼’은 ‘사실과 거의 다름없는’ 또는 ‘가상의’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SM은 기술을 활용한 혁신적 시도를 여러 차례 보여왔다. 앞서 5월 슈퍼주니어의 ‘비욘드 더 슈퍼쇼’(Beyond the SUPER SHOW)에서는 AR(증강현실)기술을 이용해 멤버 시원이 화면에서 무대로 거대하게 튀어나오는 듯한 장면을 연출해 신선한 충격을 안기는가 하면 2013년엔 강남역에서 소녀시대의 홀로그램 V콘서트를 열어 화제를 모았다. 또 2017년에도 3D 오디오 VR(가상현실)을 이용해 녹음실에서 팬과 엑소 멤버가 함께 음악을 감상하는 듯한 가상현실을 선보이기도 했다. 여기엔 미국에서 컴퓨터공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이력도 작용했다고 한다.

버추얼 세계를 접목한 시도는 전에도 있었다. 1998년 국내 1호 사이버 가수 아담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도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캐릭터 아리, 카이사, 이블린, 아칼리로 구성된 가상 걸그룹 K/DA가 데뷔하기도 했다. 다만 에스파의 경우 실존 멤버들과 공존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 아담 등 사이버 가수의 경우엔 기술력의 부족으로 구현할 수 있는 한계가 명확했기 때문에 활동을 지속하기 어려웠다”며 “하지만 각종 IT의 발달로 가상·증강현실까지 구현하게 된 현재는 아바타 멤버들이 실제 멤버들과 한 무대에서 공연하는 것까지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최근 화두인 메타버스(metaverse) 와도 맞닿는다. 메타버스는 현실 사회를 디지털로 복제하면서 돌아가는 가상의 세계다. 그래픽·클라우드·VR 등이 발전한 데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언택트 문화가 유행하면서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네이버제트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로부터 총 120억 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네이버제트는 AR 아바타 앱 ‘제페토’를 운영하는 회사다.

연예계에선 아바타를 이용한 각종 캐릭터 사업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본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의 아바타를 활용하면 각종 시공간의 제약을 모두 뛰어넘을 수 있다. 심지어 각자 마음에 드는 아이돌 아바타와 자신의 방에서 단둘이 대화하고 맞춤형 공연을 관람하는 것까지 가능하다”며 “그 확장성은 무한대에 가깝다”고 기대했다.

흥행 가능성과 관련, 정덕현 평론가는 “AI 발달로 지나치게 인간과 흡사해지는 가상의 존재가 나오는 것에 대한 대중의 두려움도 있다. 너무 흡사한 3D 캐릭터보다는 2D 캐릭터에 친근감을 느끼는 이유도 마찬가지”라며 “에스파의 시도는 신선하지만, 기술 발달에 대한 반감을 극복하는 것이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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