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경유 팔아 車 100여대 망가졌는데…'사업정지 3개월' 솜방망이 논란

중앙일보

입력 2020.11.11 16:52

가짜 경유를 팔아 차량 100여 대를 고장 나게 한 충남 공주시 A 주유소에 대한 행정 조치가 영업정지 3개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충남 공주와 논산에서 가짜 경유를 팔아 차량 100여대를 망가뜨린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주유소 업주가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공주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충남 공주와 논산에서 가짜 경유를 팔아 차량 100여대를 망가뜨린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주유소 업주가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공주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김정섭 공주시장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피해자 접수가 급증한 지난달 28일 해당 주유소 측에 영업 중단을 요청해 현재도 영업 중단 상태"라며 "시에서 별도 기간을 정해 3개월 사업 정지 처분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주시 "별도 기간 정해 사업정지 처분 예정"
피해자들, "고장난 차량 100여대 보상 못받아"

 A 주유소는 2017년 불량 석유 판매로 한 차례 행정명령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차례 적발 시 처분을 가중해 내릴 수 있으나, 사업장이 아닌 사업주가 바뀌어서 가중 조치가 어렵게 된 탓이다. 가짜 석유 판매·유통 업자들은 주유소를 단기 임대하거나 사업주 명을 자주 바꾸는 수법으로 석유를 판매하고 있다고 공주시는 설명했다.

 김 시장은 "추후 재발 방지를 위해 석유관리원과 협력을 강화해 가짜 석유 유통 근절을 위한 홍보와 캠페인을 하고, 대표자 변경이 자주 있거나 가짜 석유 판매 등 위반사례가 있는 주유소 등을 대상으로 유통과 품질검사 등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짜 석유로 인해 차량 등의 피해를 보신 분들에게 유감의 뜻을 전한다"며 "가짜 석유, 정량미달, 불법유통 등에 대한 신고포상금 제도를 시민들에 홍보해 항시 감시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주경찰서는 지난 6일 가짜 경유를 판 주유소 사업주 B 씨와 공급책 C 씨를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위반 혐의로 구속해 수사 중이다. 해당 주유소에서 판매한 경유는 지난달 30일 한국석유관리원 1차 품질검사 결과 가짜 경유로 판정됐다. 관리원 측은 자동차 경유에 각종 폐유를 섞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공주시에 따르면 이날 현재 해당 주유소 피해자 신고는 총 94건이다. 이 가운데 공주시에 15건, 개인정보보호 관계로 중복 접수가 확인되지 않지만, 석유관리원에 79건이 신고됐다. 이 중 공주시 거주자는 7명이다. 이들은 배기가스 저감장치 고장, 시동 꺼짐 현상 등으로 최소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피해를 호소했다.

 피해 차량 가운데는 충남 논산지역 119구급차도 포함됐다. 논산소방서 상월면 119지역대는 지난달 26일 환자를 대전의 대학병원으로 이송하던 중 갑자기 시동이 꺼져 다른 구급차로 환자를 이송했다.

정상경유와 고장 차량에서 채취한 가짜경유. 연합뉴스

정상경유와 고장 차량에서 채취한 가짜경유. 연합뉴스

 하지만 현행법상 피해자들은 차량 손상과 폐차, 영업 손실 등 물적·경제적 피해 보상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은 최근 온라인을 통해 모여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정부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관련 글을 올리는 한편, 가짜 석유 판매와 유통 등에 관한 법적 처벌 규정 강화와 근본적인 제도 개선, 해결 방안 마련 등을 요구했다.

 충남도는 피해자 중 소상공인 또는 소기업 대표 등에 한해 한국신용보증재단을 통한 5000만 원 이내 보증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공주=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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