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영재가 작곡한 '프랙탈' 음악…"자연스러움으로 과학과 음악 통해"

중앙일보

입력 2020.11.11 16:20

업데이트 2020.11.11 17:13

미국에 머물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작곡가 김택수. 과학도에서 작곡가가 됐다. [중앙포토]

미국에 머물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작곡가 김택수. 과학도에서 작곡가가 됐다. [중앙포토]

한 부분이 전체와 동일한 구조로 반복되는 것. 1975년 나온 프랙탈(fractal) 이론이다. 자연의 현상, 인체의 구조를 설명하는 데 쓰인다. 1993년 영화화 된 ‘쥬라기 공원’의 원작 소설에서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자연의 복잡성을 주장하는 데에, 또 작은 원인이 큰 결과로 나타난다는 ‘나비효과’의 근본적 원리로 프랙탈 이론이 사용됐다.

이 이론을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과학 영재 출신의 작곡가 김택수(40)가 이러한 실험을 했다. 제목은 ‘프래탈리시모!!(Frattalissimo!!)’. 프랙탈 이론을 다른 음악용어들처럼 이탈리아어로 바꾸기 위해 ‘c’를 빼고 ‘가장 프랙탈스럽게’라는 뜻의 가상 이탈리아어로 만들어냈다. 클라리넷, 자일로폰 등 4대의 타악기, 피아노, 첼로가 연주하는 7분짜리 음악이다.

전화 인터뷰에서 김택수는 “어디에서 봐도 항상 같은 게 나오고, 각도와 차원을 달리해도 결과적으로 같은 것이 보이는 구조가 프랙탈이다. 음의 높이, 리듬, 화성을 프랙탈 구조로 만들어 보려 했다”고 했다. 짧은 음 하나와 긴 음 둘을 결합해 곡의 기본적인 모티브를 만들고 이를 지속시키면서 같은 패턴을 만들었다. “화음도 거의 한 종류를 형태만 바꿔가며 썼기 때문에 어느 부분을 들어도 같은 화성을 듣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복잡한 수학 이론을 음악에 적용한 작곡가 김택수는 1998년 국제 화학 올림피아드에서 은메달을 땄고, 서울과학고와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서울대 작곡과에 다시 입학해 대학원까지 마치고 미국 인디애나 음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6년 중앙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하고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진은숙 마스터클래스 참가자로 선정됐으며 2009년엔 윤이상 작곡대상에도 입상했다. 뉴욕필하모닉이 지난해 그의 작품을 연주했으며 현재는 미국 샌디에이고 주립대학의 교수다.

‘프래탈리시모’에 대해 김택수는 “고등학생 때 프랙탈 이론에 대한 책을 읽었다. 이 이론은 결국 미래를 예측하는 데 쓰이는 것이기 때문에, 상상력이 자극됐다”고 했다. “음악을 듣고 떠올리는 심상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마도 밀물이 서서히 올라오는 밤바다의 인상이 가장 보편적이지 않을까 싶다. ‘물’이라는 물질이 시야, 거리에 따라 다른 느낌을 주며 드라마를 만드는 것과 같은 경험을 이 음악이 선사하리라 본다.” 김택수는 2012년 작곡한 ‘프래탈리시모’ 이후 알고리즘, 불확정성 원리 등을 이용해 과학과 음악의 통로를 실험하고 있다.

2012년 미국 아스펜 음악제에서 연주됐던 ‘프래탈리시모’가 한국에서도 공연된다. 다음 달 8일 서울 신사동 오드포트에서 무관중 연주로 녹화해 다음 달 중순쯤 유튜브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공연의 제목은 ‘과학×음악 콘서트’. 김택수를 비롯한 작곡가 총 5명이 과학과 음악의 연관성을 찾는다. 작곡가 안성민은 항목을 읽고 소리 나는 대로 쓰는 ‘개미수열’을 하프 연주곡으로 표현하고, 이용범은 물리학 ‘끈 이론’을 주제로 첼로ㆍ플루트 2중주를 작곡한다. 작곡가 전민재는 극지방의 '극야 현상'으로, 정진욱은 ‘티핑 포인트’로 음악을 완성한다. 김택수는 “과학은 결국 자연스러운 것, 즉 자연의 현상이나 인간의 몸을 설명하는 것이다. 자연스러움은 음악도 추구하는 개념이다. 자연스러워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학과 음악이 통한다고 본다”고 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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