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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KT, 처음은 다들 그랬어...

중앙일보

입력

지난 2013년 창단한 프로야구 '막내' KT 위즈가 7년 만에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PO·5전3승제)에 올랐다. 그런데 두산 베어스에게 2패를 당하면서 벼랑 끝에 몰렸다. 야수진의 실책이 나오고 득점권에선 방망이가 침묵하는 등 세밀함이 떨어지고 있다.

10일 PO 2차전이 끝나고 KT 선수들이 경기 후 굳은 표정을 지으며 그라운드를 빠져나가고 있다. [뉴스1]

10일 PO 2차전이 끝나고 KT 선수들이 경기 후 굳은 표정을 지으며 그라운드를 빠져나가고 있다. [뉴스1]

가을야구 초보라면 어느 팀이라도 겪은 일이다. 2011년에 창단된 9구단 NC 다이노스는 2014년 첫 가을야구를 치렀다. 당시 3위로 준PO에 직행했다. NC를 열렬히 응원하는 '마산 아재'들이 창원 홈을 가득 메웠다. 그러나 1, 2차전에서 투수들은 얼어있었고, 득점 기회에서 삼진을 당하는 등 부족한 모습이었다. 4위 LG 트윈스에게 2패를 당했다. 서울 잠실 원정에서 1승을 거두기는 했지만, 최종적으로 1승 3패로 탈락했다.

LG도 2013년에 2위로 PO에 올랐지만 무기력했다. 2002년 이후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서 LG 팬들의 열기가 엄청났다. LG 가을야구의 상징인 유광점퍼 판매율이 쑥 올라갔다.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가을야구 무대에 서지 못했던 LG는 두산에 1승 3패로 졌다. 야수의 실책과 투수의 제구 난조 등 총체적 난국이었다.

한화 이글스도 2018년에 3위를 기록하면서 2007년 이후 11년 만에 가을야구를 하게 됐다. 그러나 대전 홈에서 키움 히어로즈에게 2패를 당했다. 서울 고척돔에서 1승을 만회했지만, 결국 1승 3패로 짐을 쌌다. 한화의 가을야구를 보기 위해 티켓 전쟁이 벌어졌지만, 번트 작전 실패에 주루사가 나오고 잔루가 속출하는 등 엉성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가을야구 경험이 중요하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두산은 비록 정규시즌에선 KT보다 낮은 3위였지만, 가을야구 무대에선 천하무적이다. 지난 5시즌 동안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김태형 두산 감독은 경험을 바탕으로 단기전 운영 철학을 확고하게 세웠다. 김 감독은 "단기전은 시험하는 무대가 아니다. 가장 승산이 있는 선수만 기용한다. 다른 카드는 잘 꺼내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상대 허를 찌르는 카드는 찾아보기 힘들다. 마무리투수 이영하가 흔들려도 계속 기용하는 것이 그렇다. 대주자 1순위는 이유찬이라는 것도 숨기지 않는다.

10일 두산과 KT의 PO 2차전. 2회말 1사 만루 KT 심우준 병살타 때 3루주자 유한준이 태그아웃 당하고 있다. [뉴스1]

10일 두산과 KT의 PO 2차전. 2회말 1사 만루 KT 심우준 병살타 때 3루주자 유한준이 태그아웃 당하고 있다. [뉴스1]

반면 KT는 PO 1차전에선 깜짝 카드로 3차전 선발투수인 윌리엄 쿠에바스를 불펜으로 투입했다가 3분의 2이닝 2실점했다. 2차전에선 득점 기회에서 적시타 대신 병살타가 나오는 등 맥을 끊는 장면이 나왔다. 이강철 KT 감독은 "타순을 잘 못 짰다. 내 잘못"이라고 했다. KT도 앞으로 가을야구 경험이 많이 쌓는다면 두산같은 저력을 보여줄 수 있다. 두산도 2000년대 가을야구에서 아쉬운 경기력으로 만년 준우승 팀으로 불렸다. 그 실패를 바탕으로 2015년 한국시리즈(KS) 우승을 차지했고, 지난 시즌까지 5년 연속 KS에 올랐다.

이제 가을야구에서 첫 발을 뗀 KT는 12일 오후 6시 30분 서울 고척돔에서 PO 3차전을 치른다. 선발 쿠에바스는 올 시즌 10승(8패), 평균자책점 4.10을 기록했다. 두산전에서 3경기에 나와 1승(1패), 평균자책점 5.02로 부진했다. 두산 선발 라울 알칸타라는 올해 유일한 20승(2패) 투수지만, KT 상대로는 3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이 4.24로 높았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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