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설거지도 아이템빨…남자의 슬기로운 주방 생활

중앙일보

입력 2020.11.11 14:00

[더,오래] 한재동의 남자도 쇼핑을 좋아해(25)

“손에 물 안 묻히게 할게.”

프러포즈 중에서도 가장 식상한 멘트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달리 고전이겠는가? 나도 써먹었고, 덕분에 결혼에 성공했다. 총각 때도 나름 착한 아들 노릇한다며 설거지를 하긴 했지만, 정말 새 발의 피였던 모양이다. 끊임없이 나오는 설거지를 볼 때면, 다시 한번 어머님께 감사함을 느꼈다.

게임도, 청소도, 육아도 모두 아이템빨이라고 하는데, 설거지도 아이템빨이다. 수세미와 세제만 있으면 되지 않느냐고? 다이소만 가봐도 신세계가 펼쳐진다. 수 번의 집들이를 포함, 몇 년의 슬기로운 주방 생활을 통해 검증받은 몇 가지 주방용품을 소개하려 한다.

아이템을 추천하기 전에 주방용품 제품명에 ‘싱크’, ‘씽크’, ‘싱크대’등이 섞여 있어 좀 찾아왔다. 싱크대가 표준어다. 싱크대는 영어(sink)와 한자(臺, 대)가 합쳐진 말이다. 식당에서 종종 들리는 빌지(Bill+紙)와 같은 콩글리시인 줄 알았더니 의외였다. 싱크대의 순화어는 개수대라고 한다. 하지만 많이 쓰이고 있지 않아 제품검색을 쉽게 하기 위해 싱크대라고 하겠다.

첫 번째는 ‘자동 개폐형 싱크대 배수구 커버’다. 이름이 길지만,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주방용품계의 샤넬’ 같은 특출난 명품 브랜드도 없고, 대부분 아이디어성 제품이거나 마트 등의 PB상품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제품명 그대로 배수구 커버인데, 평상시에는 뚜껑이 닫혀 있고 물의 압력 등으로 자동으로 열리는 제품이다. 굳이 이런 복잡한 걸 쓸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배수구 냄새에 고생했다면 저 제품의 위대함을 알 수 있다. 배수구에서 올라오는 악취부터, 배수구 망에 걸리는 음식물 쓰레기 냄새도 막아준다. 주방 살림 마스터이신 장모께서 주신 회심의 선물이기도 했다.

싱크대 냄새와 벌레를 막아주는대 탁월하다. [사진 티몬]

싱크대 냄새와 벌레를 막아주는대 탁월하다. [사진 티몬]

다음은 ‘세제 일체형 싱크대 청소솔’이다. 다이소 아이쇼핑을 하다가 발견한 아이디어 상품인데, 싱크대 청소용품 업계를 뒤집어 놓은 혁신적인 아이템이라고 생각한다. 한 손에 움켜잡을 수 있는 크기의 청소솔로, 몸통에 세제를 넣으면 청소할 때 솔을 문지를 때 필요한 만큼 세제가 흘러나와서 매우 편리하다. 싱크대는 며칠만 청소를 안 해도 물때와 곰팡이가 피기 때문에 자주 청소하는 게 중요한데, 이 청소솔 덕분에 쉽게 할 수 있었다.

세제가 흘러나와서 싱크대 청소를 쉽게 만들어 준다. [사진 옥션]

세제가 흘러나와서 싱크대 청소를 쉽게 만들어 준다. [사진 옥션]

주방 매트도 있으면 좋다. 설거지를 하고 나면 발바닥이 생각보다 아픈데, 주방 매트를 깔고는 고통이 사라졌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나처럼 배가 좀 나온 아저씨에게는 필수품이다. 몸이 무거운 만큼 하중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디자인도 다양해 취향에 맞출 수 있다. 남편이 설거지에 필요하다는데 이 정도는 본인 취향에 맞춰서 사겠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남심을 저격하는 디자인은 발견하지 못했다) PVC 재질이 발이 편하고 방수가 돼 잘 쓰고 있다.

설거지하면 늘 주방이 물로 흥건하다. 힘차게 수세미를 돌리다 보면 바닥에 물이 잔뜩 튀기 때문이다. 이미 지친 상태에서 바닥 물기까지 닦는 것이 참 힘들었는데, ‘싱크대 물막이’를 쓰고 나서는 바닥에 물이 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실리콘 형태로 되어 있어 가볍고 설치도 쉽다. 무엇보다 투명 재질로 되어 있는 것을 구매하면 주방인테리어를 해치지도 않는다. 가격도 대부분 만원을 넘기지 않는다.

음식물 처리기 광고에 나온 것처럼, 많은 남편이 음식물 쓰레기 처리를 담당하고 있다. 나도 하고 있는데, 홈쇼핑에서 음식물 처리기가 나올 때마다 눈여겨보고 있다. 하지만 주변에서 쓰는 사람을 아직 많이 보지 못했고, 너무 비싸기도 해서 언감생심 구경만 하고 있다.

대신 얼마 전 밀폐식 음식물 쓰레기통을 구매했다. 기존에는 남는 비닐봉지에다가 담아서 버리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 날파리도 생기고 악취가 나기도 했다. 밀폐식 음식물 쓰레기통은 악취와 벌레를 막아준다. 다만 버릴 때와 청소가 번거로워 호불호가 갈린다. 하지만 비닐봉지보다는 왠지 환경적으로 더 좋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아직 음식물 쓰레기통이 더 환경친화적이라는 근거는 찾지 못했지만 말이다.

이걸 들고 다니는 남편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사진 락앤락몰]

이걸 들고 다니는 남편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사진 락앤락몰]

이렇게 쓰고 보니 무슨 집안일을 도맡아 척척 해내는 것 같지만, 아내 입장에서는 한 50점 정도 줄 수 있는 남편인 것 같다. 주방생활을 10년 이상하신 베테랑이 보기에는 귀여운 수준일 것이다. 서당 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나도 주방생활 3년 정도 했으니 후배에게 어깨에 힘주고 잘난 척을 좀 해봤다. 그리고 언젠가는 식기세척기와 음식물처리기를 사고 싶다.

직장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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