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애플, 'X86' 시대에 종지부…자체 개발 칩셋 탑재한 맥북 공개

중앙일보

입력

팀 쿡 애플 CEO가 자체개발 칩셋 'M1'이 들어간 최신 맥북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 애플]

팀 쿡 애플 CEO가 자체개발 칩셋 'M1'이 들어간 최신 맥북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 애플]

애플이 '맥북' 최신작을 공개하면서 인텔과의 중앙처리장치(CPU) 동맹 관계를 끝냈다. 애플의 PC용 기기에 인텔이 아닌 자체 칩셋이 들어간 것은 2006년 이후 14년 만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 '애플 세계개발자대회'(WWDC 2020)에서 "앞으로 2년간 인텔 칩에서 자체 칩으로 모두 전환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인텔이 주도했던 'X86' 위주 PC 시장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인텔의 'X86' 생태계, 애플이 무너뜨리기 시작 

10일(현지시각) 애플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자체 개발한 칩셋 'M1'과 이를 탑재한 노트북 '맥북에어'(13인치·화면크기 기준)와 맥북프로(13인치), 소형 데스크톱 '맥미니' 신제품을 공개했다. 아이폰12에 들어간 'A14'를 PC용으로 개조했기 때문에 'A14X'라는 이름이 붙여질 것으로 알려졌지만, 애플은 새 칩셋 명칭을 M1으로 정했다. 아이폰이 아닌 맥(Mac)에 들어가는 칩셋인 까닭이다.

M1칩셋이 들어간 맥북에어는 기존 제품 대비 CPU 속도가 최대 3.5배 빨라졌다. [사진 애플]

M1칩셋이 들어간 맥북에어는 기존 제품 대비 CPU 속도가 최대 3.5배 빨라졌다. [사진 애플]

애플이 모바일용 칩셋에 이어 PC용 칩셋까지 직접 설계에 나서는 것은 그만큼 반도체 설계 역량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M1은 영국 반도체 업체 ARM의 설계도에 애플의 자체 역량으로 설계·개발했고, 양산은 대만 TSMC의 5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에서 맡았다. 인텔의 10·14나노 대비 미세공정을 택했기 때문에 칩 크기가 작아졌고, 이에 따라 발열도 줄어들었다.

M1의 구조는 기본적으로는 아이폰용 최신 칩셋 A14와 같은 구조를 띠고 있다. 8코어 중앙처리장치(CPU), 8코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비롯해 보안 칩과 16코어 뉴럴엔진(NPU)이 들어갔다. 직렬연산을 하는 CPU와 달리 사람의 뇌처럼 병렬 연산을 하는 NPU가 16코어나 들어가 머신러닝 기능이 강화됐다. 전자기기가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러닝 기술은 인공지능(AI)의 기초가 된다.

팀 쿡 CEO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칩 될 것"  

팀 쿡 CEO는 "애플실리콘 프로젝트의 첫 작품인 M1은 애플이 창조한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칩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애플에 따르면 맥북 에어 신제품은 인텔 칩이 들어간 전작과 비교해 CPU는 최대 3.5배, GPU는 최대 5배 구동이 빨라졌다.

애플이 M1을 공식 발표함에 따라 CPU 시장을 주름잡았던 인텔의 리더십에는 손상이 불가피해졌다. 1978년 '8086' 명령어 체계를 시작으로 '386→486→586' 등 CPU의 세대 변화를 이끌었던 인텔은 최근 들어 기술력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관련 업계에선 설계부터 양산까지 모두 맡는 종합반도체 기업 인텔의 사업 모델이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인텔이 10나노 이하 미세공정에서 양산에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경쟁업체 AMD는 대만 TSMC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파트너십을 맺고, 7나노 CPU를 내놓기도 했다. 퀄컴도 ARM의 설계 명령어 체계를 빌린 PC용 CPU를 내놨다. MS의 노트북인 '서피스프로X'뿐 아니라 레노버·에이수스 같은 PC 업체가 퀄컴 칩을 채택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