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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속 천사 엄마는 악마였다···숨진 16개월 입양아 온몸 골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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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중앙포토

아동학대. 중앙포토

30대 부부에게 입양된 뒤 온몸에 멍이 든 채 숨진 생후 16개월 영아가 과거 방송에 출연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당시 영상에선 숨진 영아의 학대 정황이 포착됐는데, 학대 혐의를 받는 엄마는 친절하고 화목한 모습을 보여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10일 MBC 뉴스데스크는 추석 연휴였던 지난달 1일 EBS 입양가족 특집 다큐멘터리 ‘어느 평범한 가족’에 A양이 출연했던 장면을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에서 가족들은 모여 파티를 했고, 엄마 B씨는 A양을 안고 케이크에 있는 촛불을 껐다. B씨는 “축하해! 건강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A양의 이마에는 검은 멍 자국이 있었고 피부도 검게 변해 있었다.

MBC에 따르면 3년 전 입양 단체에서 잠깐 일했던 B씨는 지난 2월 친딸에게 같은 성별의 동생을 만들어주고 싶다며 A양을 입양했다. 하지만 입양 한 달 뒤부터 학대가 시작됐다. B씨는 A양이 이유식을 잘 먹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지난 3월 초부터 4시간가량 집에 혼자 두는 등 16차례나 방임했다. 자신의 친딸을 데리고 외식을 하면서 A양은 지하주차장에 혼자 두는 경우도 있었다.

10일 MBC 뉴스데스크가 16개월 아동을 학대한 혐의를 받는 B씨 가족이 지난달 1일 EBS의 입양가족 특집 다큐멘터리에 출연했던 장면을 보도했다. MBC뉴스데스크 캡처

10일 MBC 뉴스데스크가 16개월 아동을 학대한 혐의를 받는 B씨 가족이 지난달 1일 EBS의 입양가족 특집 다큐멘터리에 출연했던 장면을 보도했다. MBC뉴스데스크 캡처

7월부터는 엘리베이터에서 유모차를 세게 밀어 벽에 부딪히게 하거나, 손으로 A양의 목을 잡아 올리는 등 폭행을 한 장면이 CCTV에 포착됐다. B씨는 A양의 사망 당일 "부검 결과 잘 나오게 기도 부탁해"라는 메시지를 친구에게 보냈으며, 심지어 A양이 숨진 바로 다음 날엔 동네 이웃에게 '물건 공동구매'를 제안하는 등의 행동을 하기도 했다.

A양은 지난달 13일 오전 10시 25분쯤 양천구에 있는 병원 응급실에 심정지 상태로 들어왔다. 복부와 뇌에 큰 상처를 입은 A양은 6시간 동안 치료를 받다 끝내 숨졌다. A양의 온몸에서 멍 자국과 골절을 발견한 의료진은 아동 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다.

앞서 A양과 관련된 학대 신고는 지난 5월부터 총 3차례 있었으나 경찰은 학대 정황을 발견하지 못해 부모에게 A양을 다시 돌려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영아의 사인은 외력에 의한 복부손상'이라는 부검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복부손상 외에도 A양의 머리뼈와 갈비뼈, 쇄골, 다리뼈 등 곳곳이 부러져 있거나 부러졌던 흔적이 남아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B씨에 대한 구속 여부는 11일 결정된다. 서울남부지법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를 받는 B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실시한다. 심문 결과는 이날 오후 늦게 나올 전망이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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