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론

‘자퇴 도미노’ 지방대학 몰락에 브레이크 걸어야

중앙일보

입력 2020.11.11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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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전호환 부산대 교수, 전 부산대 총장

전호환 부산대 교수, 전 부산대 총장

“경북대에서 지난 3년간 2050명의 학생이 자퇴했다. 부산대 사정은 어떤가요?” 지방 국립대 자퇴생 관련 언론 보도 이후 총장을 지낸 필자가 자주 받는 질문이다.

지방 국립대 자퇴생 급증 위기
뉴딜 재원 지방대에 투입하길

“벚꽃 피는 지역 순서에 따라 대학이 사라진다고 하지 않나. 부산은 대구보다 더 남쪽에 있다”고 필자는 대답한다.

월간 ‘현대경영’에 따르면 최고경영자(CEO) 배출 순위에서 서울대·고려대·연세대·한양대에 이어 5위를 차지한 부산대조차 지난 3년간 1679명이 자퇴했다.

2020년도 부산대 모집 인원 4509명 대비 3397명이 합격을 포기했다. 합격생 4명 중 3명꼴이다. 수도권 대학으로 빠져나갔다. 부산대가 이럴진대 다른 지방 국립대와 사립대 사정이 어떤지 상상이 가는가.

올해 학령인구는 44만 명으로 전국 대학의 입학정원(55만 명)보다 적은 첫해다. 예상대로 수시 모집에서 지방대 경쟁률이 대폭 하락했다. 서울 지역 대학들의 수시 평균 경쟁률은 14.7대 1이었지만 지방 대학은 5.6대 1에 불과했다.

수시전형은 6곳까지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률 6대 1 미만이면 사실상 지방대는 정원 미달이다. 18년 전의 출생자 수(49만여 명)가 지금의 대학 입학자원이기 때문이다.

2019년 말 기준 수도권 인구는 50%를 넘었고, 대학은 40%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2018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51.8%, 일자리의 49.7%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어느 선진국에도 없는 수도권 초집중으로 삶이 팍팍해졌다.

그래서 청년들은 미래를 불안해하고 결혼·출산을 기피한다. 올해 출생자는 27만 명이 채 안 될 것이라 한다. 18년 지나 선진국 수준, 즉 27만 명의 40%가 대학에 들어간다고 가정하면 지금 대학의 10개 중 8개가 문을 닫아야 한다. 이대로 방치하면 지방대학이 전멸할 수밖에 없다.

향후 30년 안에 전국 시·군·구 40% 이상이 소멸한다는 것도 사실상 정해진 미래다. 지방이 죽으면 수도권도 미래가 없다. 대학 없는 도시는 활기를 갖기 어렵다. 미국·독일·영국 등 선진국은 지방에 우수대학들이 골고루 분포돼 있다. 대학들이 창업을 일으켜 젊은이들을 모으고 지역을 먹여 살린다. 지방을 살리는 길은 지역 균형발전이 최상의 선택이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 관련 160조 원의 투자 재원 중 75조원 이상을 지역 균형 뉴딜에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이 재원의 대부분은 지방 대학 활성화에 써야 한다. 대학의 투자는 미래 일자리 창출과 지역을 살리는 종잣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존 위기에 빠진 지방대학을 살릴 몇 가지 묘책을 키워드로 제시한다.

① 부실 사립대학 ‘잔여재산 일부 회수’ 조건으로 폐교 퇴로를 열어주고 남은 재정은 지방 대학에 투입 ② 수도권 사립대 등록금 자율화로 국제 경쟁력 높이고 국가장학금은 지방 국립대와 공영형 사립대학으로 전용

③ 대학을 연구 중심대학, 4년제 교양학부 중심대학, 2년제 기술인력 양성대학으로 3분해 차등 지원 및 권역별 육성 ④ 정부 출연 연구기관 지방 이전으로 권역별 대학 중심 창업 생태계 조성 ⑤ 교육대학은 거점대학으로 통폐합한 뒤 교원양성대학원으로 전환 ⑥ 대학 통폐합 유휴자산을 처분해 통합 대학재정에 재투입

⑦ 학령인구 대비 수도권 학생 비율 상한선 30% 적용 ⑧ 거점국립대학 학부 정원 대폭 축소, 재정은 세계적 연구중심 대학 수준으로 확대

⑨ 대학발전 기부금에 세제 혜택 확대, 대학장학재단 기본재산 이차보전제도 도입 ⑩ 총장 직선제 폐지 등이다.

물론 10개 항목마다 찬반이 있을 수 있다. 대학의 80%가 소멸하는 ‘정해진 미래’가 다가오고 있는데 마냥 손을 놓고 있으면 대한민국은 자멸하는 길로 갈 것이다.

전호환 부산대 교수, 전 부산대 총장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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