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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한눈 팔고 무단횡단···교통사고 사망 40%는 보행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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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숭례문 앞 도로에서 행인들이 무단횡단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숭례문 앞 도로에서 행인들이 무단횡단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달 23일 오후 8시쯤 부산 수영구의 한 횡단보도에서 보행신호등이 적색일 때 길을 건너던 80대 노인이 차에 치여 숨졌다. 앞서 같은 달 13일에도 인천시 남동구 예술회관역 인근 도로에서 무단횡단을 하던 60대가 승용차와 충돌해 사망했다.

<안전은 생명이다>⑧ #교통사고 사망자 39.5%가 보행자 #OECD회원 평균의 2배, 최하위권 #전방 주시 태만, 무단횡단 등 원인 #스몸비와 열악한 인프라도 한 몫

 지난 4일에는 인천시 남동구 간석동에서 신호를 위반한 승합차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40대 여성을 들이받아 중상을 입혔다. 길을 걷거나 건너다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크게 다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7~2019년) 교통사고 사망자는 모두 1만 1315명이었다. 이 중 보행 중 숨진 경우는 4464명으로 39.5%를 차지했다. 교통사고 사망자 10명 중 4명은 보행자라는 의미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교통사고 관련 사망자 수는 2012년 이후 매년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보행 중 사망자는 1302명으로 전년도(1487명)보다 12.4%가 줄었다. 문제는 교통사고 사망자에서 보행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여전히 4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수치는 OECD 평균(18.6%)의 2배나 된다. 또 인구 10만명당 보행 중 사망자 수도 우리나라가 3.3명으로 OECD 평균인 1.0명의 3.3배다.

 연령별로 따져보면 65세 이상 노인이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다. 전체 보행 중 사망자의 55.8%가 65세 이상이다. 여기에 55~64세(18.9%)의 장년층까지 합하면 무려 74.7%나 된다. 특히 군(郡) 단위 지역은 65세 이상 비중이 68.1%까지 치솟는다.

 공단에 따르면 보행자 사망사고는 일몰과 퇴근 시간이 포함된 오후 6시~8시 사이가 15.5%로 최다였고, 이어서 오후 8시~10시(12.6%), 오후 10시~자정(9.9%) 순이었다. 오전 4시~6시도 9.5%를 차지했다.

무단횡단 교통사고를 재현하고 있는 장면. [중앙포토]

무단횡단 교통사고를 재현하고 있는 장면. [중앙포토]

 보행자 교통사고가 빈발하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차량 운전자의 안전운전 불이행과 과속,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전방 주시 태만과 난폭 운전 등 안전운전 불이행으로 인한 보행 중 사망자는 3257명으로 전체의 73%를 차지한다. 과속은 9.2%다.

 무단횡단도 골칫거리다. 보행 중 사망자 가운데 횡단보도가 아닌 곳으로 건너다 숨진 경우가 무려 34.4%나 된다. 횡단보도로 건너다 일어난 사고는 22.4%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는 이른바 '스몸비'도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실제로 지난해 스마트폰을 사용하던 행인의 교통사고는 225건으로 2017년보다 27% 넘게 증가했다. 공단의 실험결과, 보행 중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시야 폭이 56% 감소하고, 전방 주시 정도도 85%나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는 스몸비로 인한 교통사고도 늘고 있다. [중앙포토]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는 스몸비로 인한 교통사고도 늘고 있다. [중앙포토]

 공단의 홍성민 선임연구원은 "보행자 사고를 줄이려면 중앙보행섬과 고원식 횡단보도 설치, 차로 폭 축소 등 인프라 투자와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에 못지않게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등 운전자의 보행자 보호, 그리고 무단횡단 자제 등 보행자의 안전의식 강화도 필수"라고 강조했다.

 권병윤 공단 이사장은 "도시 내 지역별 제한속도를 각각 시속 50㎞와 30㎞로 낮추는 '안전속도 5030'등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에 적극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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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교통안전공단·중앙일보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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