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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아르메니아 휴전 협정…"아제르 점령지 유지"

중앙일보

입력

10일(현지시간)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에서 아제르바이잔과의 휴전 협정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에서 아제르바이잔과의 휴전 협정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6주 넘게 교전을 벌여 온 남캅카스 접경국가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가 휴전에 합의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양국은 이날 오전 1시부터 휴전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 합의문에는 아르메니아가 아제르바이잔 점령 지역에 대해 영유권을 포기하며, 러시아가 앞으로 5년간 평화유지군 2000여명을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 파견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합의가 양국 간의 갈등을 종식할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날 즉각 군 병력 2000여명과 병력 수송용 장갑차 90대, 군용 차량 380대 등을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 투입했다.

아제르바이잔의 전통적 동맹국인 터키는 러시아와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 대한 합동 모니터링 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양국 간의 합의는 모스크바와 앙카라에서 이날 오후 체결된다.

합의에 따라 아르메니아는 이번 달 안에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서 2번째로 큰 도시인 슈시(슈샤) 등 아제르바이잔이 점유하고 있는 지역을 포기해야 한다. 아제르바이잔은 지난 1991~1994년 아르메니아와의 전쟁에서 빼앗긴 영토를 대부분 탈환했다고 주장했다.

10일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휴전 협정을 기념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10일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휴전 협정을 기념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합의 사실이 알려지자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선 시민들이 모여 국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에서는 합의안 철회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밤사이 정부 건물을 습격하는 등 소요가 잇따랐다. 일부는 니콜 파쉬냔 총리의 사퇴를 촉구했다.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소련 치하에서 아제르바이잔에 편입된 이래 국제사회에서 아제르바이잔 영토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인구 90% 이상은 동방정교를 믿는 아르메니아인으로, 무슬림인 튀르크계 아제르바이잔인 주민들과 언어와 민족ㆍ종교가 달라 강한 정치 사회적 갈등을 빚어왔다. 특히 1991~1994년에는 아르메니아인들의 분리독립 및 아르메니아 편입 주장을 아제르바이잔 측에서 무력 진압하면서 전쟁이 발발, 3만여명이 숨졌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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