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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 찾아 핵잠 올라갔다가 총살…굶주린 야생곰 가족의 비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러시아 극동 캄차카주에서 먹이를 찾아 헤매다 핵잠수함 갑판에 오른 어미곰과 새끼곰이 해군 관계자에 의해 총살됐다고 모스크바타임스·인테르팍스통신 등 현지 매체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튜브 캡처

러시아 극동 캄차카주에서 먹이를 찾아 헤매다 핵잠수함 갑판에 오른 어미곰과 새끼곰이 해군 관계자에 의해 총살됐다고 모스크바타임스·인테르팍스통신 등 현지 매체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튜브 캡처

먹이를 찾아 헤매던 어미곰과 새끼곰이 러시아 핵잠수함에 올라탔다가 총살당해 공분이 일고 있다.

9일(현지시간) 모스크바타임스·인테르팍스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극동 캄차카주에서 갈색곰 두 마리가 정박 중인 핵잠수함 갑판에 올랐다가 해군 관계자에 의해 사살됐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된 영상에는 "그대로 곰을 내쫓았다간 마을을 위협할 수 있으니 다른 방법이 없다"는 해군 관계자의 음성과 함께 이들 곰이 총에 맞아 바다로 떨어지는 모습 등 당시 상황이 담겼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러시아 해군의 불필요한 동물 사살을 비판했다.

러시아 태평양함대 대변인은 인테르팍스통신에 "크라셰닌니코프만을 헤엄쳐 해군 태평양함대 기지가 있는 리바치까지 다다른 곰들이 핵잠수함에 올라탔다"며 "군인들이 소리를 치며 곰을 쫓아내려 했지만 떠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사냥 전문가와 특화된 무기를 동원해 곰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굶주린 곰들이 먹이를 찾다가 잠수함 기지까지 간 것으로 추정했다. 어미곰은 수척한 데다 부상을 입은 상태였고 새끼는 매우 날카로웠다면서다. 어미곰과 새끼곰이 마을을 배회해 쫓아내곤 했다는 주민들의 증언도 전했다.

캄차카반도에는 약 2만 4000마리의 야생곰이 서식하고 있다. 주민들은 굶주린 야생곰이 민가에 출몰하는 일이 잦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환경보호론자들은 곰들이 먹이를 바다가 아닌 내륙에서 찾는 원인으로 기후 변화에 따른 해안가 얼음의 약화를 꼽는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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