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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50주기' 고향 대구 한옥서 '전태일' 문패 달기 행사 열린다

중앙일보

입력

대구 중구 남산동 2178-1번지 한옥. 이곳은 전태일 열사가 1964년 살았던 곳이다. 김정석 기자

대구 중구 남산동 2178-1번지 한옥. 이곳은 전태일 열사가 1964년 살았던 곳이다. 김정석 기자

12일 대구 남산로 한옥서 문패 달기 행사 

대구 중구 남산로8길 25-16. 좁은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기와지붕을 한 한옥 한 채가 서 있다. 지붕은 금 간 기왓장으로 둘려 있다. 한옥 벽 곳곳은 칠이 벗겨진 채 방치돼있다.

 오래되고 볼품없는 낡은 한옥이지만 이 집은 특별한 사연을 갖고 있다. 대구에서 태어난 전태일(1948~70) 열사가 가족과 함께 1년여를 살았던 집이다. 1963년, 그의 나이 15세 때였다.

 전 열사는 집 근처에 있는 청옥고등공민학교(현 명덕초등학교)를 다녔다. 고(故) 조영래 변호사가 쓴 『전태일 평전』엔 전 열사가 이 학교에 다니던 때를 '내 생애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로 꼽았다고 나온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버들다리)에서 열린 전태일 열사 50주기 버들다리 축제에서 전태일 열사 동상에 목도리가 둘려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버들다리)에서 열린 전태일 열사 50주기 버들다리 축제에서 전태일 열사 동상에 목도리가 둘려 있다. 연합뉴스

 오는 13일 전 열사의 대구 한옥에서는 '전태일'이라고 이름이 쓰인 문패 달기 행사가 열린다. '사단법인 전태일의 친구들'은 10일 "전태일 열사 50주기(오는 13일)를 하루 앞두고 문패 달기 행사를 연다"고 말했다.

 전 열사가 살던 대구 한옥은 '전태일의 친구들'이 시민 3000여명의 성금을 모아 지난해 7월 매입(4억3000여만원) 계약을 했다. 그러곤 최근 마지막 대금 지급을 마쳤다. 김채원 상임이사는 "문패 달기 행사 하루 전인 11일 한옥에 사는 분들이 이사를 나가게 된다"며 "12일 문패 달기 행사를 시작으로 전태일 열사의 삶과 정신을 알리는 대구 기념관 등으로 한옥을 가꾸고 보존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태일의 친구들'은 50주기 당일인 13일엔 경북대에서 50주기 기념 심포지엄 '지금 여기 전태일'도 연다.

 전 열사는 1970년 11월 13일 22세 나이로 노동자 권리보장을 외치며 분신했다. 그는 1948년 8월 26일 대구 중구 남산동 50번지에서 태어났다.

 전 열사가 태어난 실제 대구 생가는 현재 도로에 편입되면서 지금은 흔적조차 없다. 1963년 살았던 한옥에서 문패 달기 행사가 열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 열사는 1964년 식모살이하러 서울로 떠나는 어머니를 따라 막냇동생을 업고 상경했다고 한다. 이후 서울 평화시장 의류제조회사 수습공, 구두닦이, 재봉사 등을 전전하며 일했다. 고향인 대구엔 결국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대구=김윤호·김정석 기자
youknow@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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