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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감사원 백데이터까지 모조리 받았다, 檢 원전 본격수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대전 고검 정문에 도착, 마중나온 측근으로 분류되는 강남일 대전고검장(가운데), 이두봉 대전지검장(오른쪽)과 차례로 악수한 뒤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대전 고검 정문에 도착, 마중나온 측근으로 분류되는 강남일 대전고검장(가운데), 이두봉 대전지검장(오른쪽)과 차례로 악수한 뒤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검찰이 현 정부의 '월성 원전 1호기 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대한 백데이터(근거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이 자체적으로 넘긴 7000페이지 분량의 '수사참고자료'에다 별도로 압수 영장을 근거로 백데이터까지 챙긴 것이다.

10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지검 형사5부(이상현 부장검사)는 최근 감사원으로부터 '월성 원전 1호기 폐쇄 결정' 감사 결과에 대한 백데이터를 확보했다. 검찰이 지난 5일 발부받은 압수 영장을 제시해 이를 임의제출 받는 형식을 따랐다.

감사원 백데이터까지 모조리 확보 

백데이터에는 감사원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근거가 된 한국수력원자력의 경제성 평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근거 자료가 포함됐다고 한다. 백운규 전 산업부장관을 비롯한 산업부 관계자들이 자료를 삭제하는 등 감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했다고 판단한 근거도 담겼다는 애기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향후 증거능력을 고려해서 안전하게 영장으로 백데이터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감사원으로부터 수사참고자료도 전달받았다. 감사원이 지난달 20일 월성 원전 1호기 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한 직후 전달됐다. 사실상 수사의뢰를 한 것이다. 자료는 60~70페이지 분량으로 혐의 대상자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됐다. 각 대상자마다 사건·증거관계, 적용법조, 소결(결론)로 구성됐다. 자료에 대한 증거 목록까지 포함하면 전체 분량은 7000페이지 상당이다.

대전지검 검사와 수사관들이 6일 오전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등과 관련, 경북 경주시 양북면 한국수력원자력(주) 본사에서 이틀째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뉴스1]

대전지검 검사와 수사관들이 6일 오전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등과 관련, 경북 경주시 양북면 한국수력원자력(주) 본사에서 이틀째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뉴스1]

검찰 내에서는 수사참고자료가 고발장 수준을 넘어 판결문 수준의 자료라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다. 검찰은 최재형 감사원장이 30년간 판사 생활을 통해 쌓은 노하우가 수사참고자료와 백데이터에 고스란히 담겼다고 본다. 한 검찰 간부는 "일부 혐의자는 수사참고자료와 백데이터만 근거해 기소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다. 말이 자료지 사실상 판결문에 가깝다"고 전했다.

검찰은 감사원의 수사참고자료를 2주간 검토해 범죄사실을 추출했다. 이를 바탕으로 법원에 영장을 청구해 감사원과 세종시의 산업통상자원부, 경북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대구 한국가스공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 또는 압수 영장을 발부받았다.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을 지낸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의 집무실, 산업부 실무자의 서울 자택과 휴대폰 등도 포함됐다. 산업부, 한수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은 지난 5, 6일 이뤄지고, 감사원에 대한 압수 영장 집행만 최근 진행된 것이다.

"정책 수사 아닌 '조작'에 대한 수사"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최재형 감사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잠시 눈을 감고 있다. [중앙포토]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최재형 감사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잠시 눈을 감고 있다. [중앙포토]

이런 수사 과정에도 불구하고 여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정책을 직격한 수사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수사로 정치를 하고 있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이에 검찰은 감사원으로부터 넘겨받은 감사 자료에 근거한 수사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책에 대한 수사가 아닌 '원전 경제성 조작' '증거 조작'에 대한 수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검찰이 과거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4대강 사업을 수사한 전례를 근거로 들었다.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찰 간부는 "원전 정책 실행과정에서 법을 위배했는지 수사하는 것이지 정책 자체가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한 검찰 중간간부는 "행정부의 정책 영역이라고 해서 위법이 있어도 수사를 자제해야 한다는 원칙은 없다"며 "범죄혐의가 있는데 행정부 영역이라고 해서 선택적으로 수사하지 않으면 오히려 직무유기가 된다"고 지적했다.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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