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예측 가능한 미래, 한국에 우호적이지만은 않아

중앙일보

입력 2020.11.10 17:11

업데이트 2020.11.10 18:16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대가 곧 열린다. 세계 경제와 통상 무대 ‘1인자’ 미국의 지휘자가 바뀌는 대형 변수다. 9일 바이든 당선인의 통상ㆍ경제 정책을 전망하는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전문가들의 진단은 한 방향으로 모였다.

[미 대선 후 경제ㆍ통상정책 전망 좌담회]
박태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
최석영 외교부 경제통상대사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예측 가능성이 커졌다. 그렇다고 한국에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낙관론은 위험하다.”
이날 좌담회엔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 원장(전 통상교섭본부장), 최석영 외교부 경제통상대사(전 주제네바 대사),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 참석했다. 박 원장이 사회를 보며 좌담을 이끌었다.

미국 대선 이후 통상ㆍ경제 정책을 전망하는 좌담회가 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전 통상교섭본부장), 최석영 외교부 경제통상대사(전 주제네바 대사). 김성룡 기자

미국 대선 이후 통상ㆍ경제 정책을 전망하는 좌담회가 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전 통상교섭본부장), 최석영 외교부 경제통상대사(전 주제네바 대사). 김성룡 기자

▶박=경제 정책에 있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조=가장 크게 바뀔 부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대응이다. 경제 영향을 최소화하려고 이동 제한 조치를 빨리 끝내려 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방역도 중시하는 정책이 취임 초부터 나타날 것으로 본다. 방역을 강화하면, 예상보다 경기가 빨리 회복하기 힘들 수 있다.

▶박=바이든 정부의 정책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조=민주당은 세금을 더 많이 걷고 지출을 많이 하는 ‘큰 정부’ 기조를 펴왔다. 그런데 대통령은 민주당이고 상원은 공화당이 지켰다. 증세나 재정 확대 규모가 예상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재정 지출이 늘긴 할 텐데 양보다 내용이 중요하다. 트럼프는 셰일가스, 석유, 화학 등 전통적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중시했다. 바이든은 신재생 에너지, 전기차 등에 대해 지출 비중을 늘릴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이 분야에 한국 기업의 기회가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 있다. 바이든의 핵심 공약이 미국 기업에 투자의 과실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9일 좌담회에서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 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박 원장은 2006년 서울대 국제대학원장, 2007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장, 2011년 외교통상부(현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냈다. 김성룡 기자

9일 좌담회에서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 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박 원장은 2006년 서울대 국제대학원장, 2007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장, 2011년 외교통상부(현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냈다. 김성룡 기자

▶박=한국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조=예측 가능성이 커졌지만 우리에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 트럼프는 ‘톱-다운(위에서 결정하고 아래에서 실행)’ 방식으로 해왔지만, 바이든은 실무진에서부터 차근차근 올라온 정책을 실행해 나갈 거다. 여러 핀셋 규제에 대한 준비를 꼼꼼히 할 필요가 있다.
북한 입장에선 미국이 관심을 주지 않는다고 느낄 만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럴 때마다 북한은 미사일을 쏜다든지, 핵실험을 했었다. 국내 기업은 (북한의 도발이)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박=보호무역 정책을 구사할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온다.
▶최=트럼프와 바이든의 통상 정책에 있어 유사한 점은 자국 우선주의와 불공정 무역 관행 억제다. 미국 제조업에 인센티브(혜택)를 많이 주고, 미국 밖에 투자하는 기업에 징벌적 과세를 하는 정책이다. 정부 조달에 있어 미국 기업 우대 정책을 펴나갈 것이라고 본다.
다른 점이라면 중국에 접근하는 데 있어 트럼프식 일방 압박 정책보다는 규범과 국제 공조를 강조할 것으로 예상한다. (트럼프는) 무역확산법 232조에 따라 중국산 철강ㆍ알루미늄에 징벌적 과세를 매겼는데 (바이든은) 정책 재검토를 할 것 같다. ‘수퍼 301조(무역법 301조)’에 따라 중국에 관세도 부과했는데 바이든 당선인은 이를 계속 비판해왔다. 어떻게 중국을 다룰지는 구체적으로 제시하진 않았다. 다만 중국의 산업 보조금, 불공정 무역, 지식재산권 문제에 대해선 민주ㆍ공화당 모두 공통되게 인식하고 있다.

9일 좌담회에 참석한 최석영 외교부 경제통상대사. 외교통상부 FTA 교섭대표, 주제네바 국제기구 대표부 대사, WTO 서비스무역이사회 의장 등을 지냈다. 김성룡 기자

9일 좌담회에 참석한 최석영 외교부 경제통상대사. 외교통상부 FTA 교섭대표, 주제네바 국제기구 대표부 대사, WTO 서비스무역이사회 의장 등을 지냈다. 김성룡 기자

▶박=관세 말고 다른 수단이 있을 수 있나.

▶최=세계무역기구(WTO)를 다시 활성화하는 노력을 할 것으로 본다. 합의에 따른, 규범에 의한 무역 질서를 확립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박=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미ㆍ중이 협력하는 분야도 있을 텐데.
▶최=환경 분야에서 같이 갈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중국이 압박받는 부분도 많다. (바이든 당선인이 복귀를 선언한)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중국과 공조가 필요하다. 탄소세를 도입하면 중국이나 개발도상국 입장에선 비용이 더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반덤핑 관세 같은 세금을 맞아야 한다.
▶조=미국은 민주당ㆍ공화당 가리지 않고 첨단산업에 있어 중국 굴기를 막아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몇 명의 판단으로 하는 (트럼프식) 싸움이 아니라 전략 전문가 집단에 의한 체계적 싸움이 될 수 있다. 이는 한국에도 적용될 수 있다. 반드시 수출 환경이 좋아진다고만 볼 수 없다. 노동, 환경, 지적재산권 등 미국이 강점 있는 부분에 핀셋 방식으로 개선 요구를 받을 수 있다. 최근 베트남이 환율 조작국 대상에 들어갔다. 중국뿐 아니라 미국이 싸우는 국가가 늘어날 수 있다. 앞으로 통상 환경이 좋아질 것이란 낙관론은 위험하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 9일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문가 자문위원, 금융감독원 특별연구위원, 외교부 자체평가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김성룡 기자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 9일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문가 자문위원, 금융감독원 특별연구위원, 외교부 자체평가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김성룡 기자

▶박=WTO가 어려운 상황이다. 상소기구 위원을 새로 뽑는 것도 막혀있고, 사무총장 선거도 지연되고 있다. 총체적 개혁을 위한 조치가 있을 수 있나.

▶최=바이든이 당선되면 EU와 협력해서 구체적 개혁안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WTO 사무총장은 누가 되든 간에 마비된 WTO의 사법ㆍ입법 기능을 부활시키고, 새로운 의제를 제시해 시한을 갖고 협상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사무총장 선출은 컨센서스(합의를 통한 의견 일치) 방식이라 미국의 (유명희 지지) 입장이 바뀌지 않으면 진전 없이 상황이 유지되는 거다.

▶박=미국이 다시 리더십을 보이고 자유무역을 중시하는 동맹국과 같이한다면 WTO를 개혁하고 합의하고 이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금방 바뀌진 않겠지만 불확실성이 걷혔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최=포괄적 무역 협상이 어렵다면 WTO도 분야별 협상을 추진하는 방안도 있다. 예를 들어 전자 상거래 등 특정 분야에서 합의를 이루고 규범을 형성하는 식이다. 미국이 리더십을 행사한다면, 다양한 형태의 진전이 기대된다.

▶박=몇몇 국가끼리 무역협정을 맺는 것을 WTO 규약에서 다른 국가에 차별이 된다고 못 하게 했다. 자유무역협정(FTA)만 예외인데, 대신 협상에 모든 분야가 들어가는 조건이다. 그러다 보니 엄청난 경직성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소수 분야만을 포함한 FTA를 맺는 걸 허용하면 협정 방식이 더 유연해질 수 있다.

▶최=트럼프 대통령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한국은 TPP, 포괄적ㆍ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모두에 들어가지 않았다. 미국이 TPP에 재가입하거나 CPTPP를 수정하는 방식으로 지역무역협정에 참여한다면 한국도 함께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CPTPP에 12개 국가가 참여했다. 한국처럼 무역의존도가 높은 나라의 경우, 특혜 무역지대가 인근에 만들어졌을 때 그 바깥에 있는 것보다는 안에 들어가는 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좌담회 참석자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 원장

-2006년 서울대 국제대학원장
-2007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장

-2011년 외교통상부(현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

▶최석영 외교부 경제통상대사
-2010년 외교통상부 FTA 교섭대표

-2013년 주제네바 국제기구 대표부 대사

-2013년 WTO 서비스무역이사회 의장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2015년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문가 자문위원

-2015년 금융감독원 특별연구위원

-2019년 외교부 자체평가위원회 위원

정리=조현숙ㆍ김남준 기자 newear@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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