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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이 쏜 '신당론'에…'바른정당 동지' 지상욱·장제원 갈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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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주최로 열린 '중대재해 방지 및 예방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 위원장 왼쪽에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오른쪽에는 차례로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가 앉아 있다. 지 원장은 전날 "반문연대를 해서 주인이 되겠다는 생각만 한다"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비판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오종택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주최로 열린 '중대재해 방지 및 예방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 위원장 왼쪽에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오른쪽에는 차례로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가 앉아 있다. 지 원장은 전날 "반문연대를 해서 주인이 되겠다는 생각만 한다"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비판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오종택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꺼낸 ‘신당 창당론’이 국민의힘 내부에 균열을 만들어 내고 있다. 총선 전 보수 통합 과정에서 묻어 놨던 탄핵 문제까지 다시 거론됐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언제부터 국민의힘의 주인이 되셨느냐”며 같은 당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을 저격했다. 장 의원의 날 선 비판은 지 원장이 전날 안 대표를 겨냥해 올린 글 때문이다.

최근 안 대표는 “비호감인국민의힘 대신, 새 혁신 플랫폼을 중심으로 야권을 재편하자”고 제안했다. 사실상 헤쳐모여 당을 새로 만들자는 것인데, 지 원장은 그런 안 대표를 향해 “반문연대 해서 주인이 되겠다는 생각만 하는데, 이제 그만하라”며 “(안 대표는) 정치 입문 9년 만에 5번 창당했다. 혁신, 혁신 많이 들었는데 도대체 무엇을 하자는 건지 아직도 국민은 이해를 못 한다”라고 비판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9일 법무부 및 대검찰청의 특수활동비 집행 내역 현장 검증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방문한 모습. 장 의원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국민의당, 무소속 모두 힘을 합쳐 집권하는 것만이 정권을 상납한 우리의 죄를 용서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적으며 안 대표의 '혁신 플랫폼 제안'을 지지했다. 뉴스1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9일 법무부 및 대검찰청의 특수활동비 집행 내역 현장 검증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방문한 모습. 장 의원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국민의당, 무소속 모두 힘을 합쳐 집권하는 것만이 정권을 상납한 우리의 죄를 용서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적으며 안 대표의 '혁신 플랫폼 제안'을 지지했다. 뉴스1

두 사람은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데, 지 원장이 자신보다 정치적 체급이 높은 안 대표를 겨냥한 측면도 있다. 그러자 장제원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과 바른미래당, 새보수당 등을 거친 뒤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의 전신)에 다시 합류한 지 원장의 과거를 소환해 “그토록 적폐라 몰아붙였던 자유한국당과는 왜 통합했냐”고 쏘아붙였다. 장 의원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정치 이력을 들춰내면 야권 인사 중 정치할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라며 “대통령을 끌어내린 탄핵에서 문재인 정권에 깨춤 추다 이제야 깨닫고 넘어온 분들까지, 모두 죄인들”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분열의 출발점이 된 탄핵 문제를 언급하며, 안 대표를 옹호한 것이다.

당내에선 장 의원이 금기어에 가까운 탄핵이란 단어까지 꺼내 들며 지 원장을 거칠게 비판한 것에 대해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지 원장을 임명한 이가 바로 김종인 비대위원장인 까닭에 '안철수·장제원 Vs. 김종인·지상욱'의 대립구도까지 거론되기 때문이다. 당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장 의원은 김종인 위원장과 대립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김 위원장 중심의 판을 흔들고 게임메이커가 되려면 안 대표의 제안을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 의원은 안 대표를 자신이 주도하는 '미래혁신포럼'에 불러 국민의힘 의원들과 만나게 한 적도 있다.

이런 모양새에 대해 한 중진 의원은 “탄핵의 강을 건너자며 보수세력이 뭉쳤지만, 총선이 코앞이니 덮어 둔 것일 뿐이다. 당 분열의 뇌관이 될 수 있는 문제까지 거론하면서 서로 비난하면 당이 온전할 수 없다”고 우려했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정치인이 자기 정치 하는 걸 뭐로 막겠나. 대선까지 치열한 싸움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미래포럼 세미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한민국의 혁신과제와 미래비전'에 참석해 강연하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혁신 플랫폼을 통한 야권 재편을 제안했다. "비호감도가 높은 국민의힘이 중심이 되면 보궐선거에서 질수밖에 없다"면서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미래포럼 세미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한민국의 혁신과제와 미래비전'에 참석해 강연하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혁신 플랫폼을 통한 야권 재편을 제안했다. "비호감도가 높은 국민의힘이 중심이 되면 보궐선거에서 질수밖에 없다"면서다. 연합뉴스

실제 야권 곳곳에선 며칠째 신당론을 둘러싼 백가쟁명식 훈수가 쏟아지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서울ㆍ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자유ㆍ보수ㆍ중도ㆍ우국(憂國) 진영을 통합해 반문연대를 출범시키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며 안 대표 제안에 호응했다.

반면 같은 당 박수영 의원은 혁신 플랫폼에 대해 “신당 창당이라면 시기적으로 맞지 않고, 아니라면 도대체 무슨 뜻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늘 그랬듯 모호한 얘기만 던져서는 과거의 안 대표와 달라진 게 없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부정적 반응을 내놨다.

게다가 제안에 반응한 의원들도 이후 해법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안 대표가 중심이 되는 것에는 거부감도 많다. 장 의원 역시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배제된 채 안 대표가 주도하는 야권 재편이라면 거기엔 반대한다"며 "만약 혁신 플랫폼이 국민의힘 내부를 갈라치는 방식으로 추진되면 내가 먼저 제동을 걸 것"이라고 말했다.

고민이 깊을 국민의힘 지도부는 일절 대응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앞서 “관심 없으니 혼자 하라”고 일축했고,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 103명이 다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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