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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김광현 소환한 소형준, 드디어 국대 에이스 찾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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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신인 우완 투수 소형준(KT 위즈)이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과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뒤를 이어 야구 대표팀 에이스 후계자로 떠올랐다.

9일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에서 KT 선발 소형준이 7회초 2사 1,2루 상황에서 교체된 후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9일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에서 KT 선발 소형준이 7회초 2사 1,2루 상황에서 교체된 후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소형준은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0 KBO리그 플레이오프(5전3승제) 1차전에서 선발투수로 나왔다. 고졸 신인으로서 팀의 포스트시즌 첫 경기에서 선발로 나왔다는 것은 파격적이었다. 그만큼 이강철 KT 감독은 소형준이 정규시즌에서 보여준 호투를 믿었다. 소형준은 13승(6패), 평균자책점 3.86이다. 고졸 신인인데도 최고 성적을 거뒀다. 류현진 이후 14년 만에 고졸 신인으로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했다. 국내 투수 중 다승 공동 1위다.

소형준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6과 3분의 2이닝 동안 100개를 던져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포스트시즌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0-0으로 맞선 7회 초 2사에서 박세혁에게 우전 안타, 김재호에게 볼넷을 내주고 불펜투수 주권에서 마운드를 넘겨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야구 팬들의 관심이 폭발했다. 소형준이 큰 무대에서 꿋꿋하게 호투하는 모습에 야구 팬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한동안 소형준 이름 석자가 떠올랐다.

소형준은 "제가 19세라서 경험이 없고 어려움을 겪을 거라는 예상이 많았는데, 저는 자신이 있었다. 보란 듯이 잘 던지고 싶은 마음이 커서 의지가 불타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생애 가장 긴장한 경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정규시즌과 똑같이 던지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2009년 WBC에 출전했던 류현진. [중앙포토]

2009년 WBC에 출전했던 류현진. [중앙포토]

소형준이 잘 던지자 괴물 신인이었던 류현진과 김광현의 프로 데뷔 시즌 기록이 소환됐다. 지난 2006년 한화 이글스에 입단한 류현진은 정규시즌에서 압도적이었다. 18승 6패, 평균자책점 2.23, 204탈삼진으로 투수 3관왕(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에 올랐고 신인상과 최우수선수(MVP)를 동시에 석권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서는 좋지 않았다. 당시 KIA 타이거즈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포스트시즌 첫 선발로 나왔는데, 5와 3분의 2이닝 동안 5피안타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한화가 현대 유니콘스와 플레이오프,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를 치르면서 류현진은 데뷔 시즌에 포스트시즌에서만 5경기(선발 4경기)에 출전했다. 그런데 23이닝 12실점(11자책점)으로 2패를 기록했다. 포스트시즌 첫 선발 경기만 놓고 보자면, 소형준이 류현진을 뛰어넘는 피칭을 보여줬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했던 김광현. [중앙포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했던 김광현. [중앙포토]

지난 2007년 SK 와이번스 유니폼을 입은 김광현은 정규시즌에선 기대 이하였다. 3승 7패, 평균자책점 3.62로 2군을 오갔다. 그런데 포스트시즌에서 엄청난 호투를 보여줬다. 당시 김성근 SK 감독은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명단에 김광현을 넣었다. 그리고 1승 2패로 수세인 상황에서 4차전에 김광현을 선발로 내세웠다. 그의 대결 상대는 22승을 기록한 다니엘 리오스였다. 김광현의 열세가 예상됐지만, 보란 듯이 호투했다. 7과 3분의 1이닝 동안 9개의 삼진을 잡고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그가 허용한 안타는 단 1개였다. 김광현은 그해 한국시리즈에서 2경기에 나와 8이닝 무실점, 1승을 거두며 KBO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성장했다.

류현진과 김광현은 대표팀의 좌완 원투펀치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등을 이끌었다. 이후 류현진과 김광현을 이을 대형 신인 투수는 나오지 않았다. 특히 우완 선발 자원이 부족했다. 2015년 프리미어12 초대 대회 때는 당시 김인식 대표팀 감독이 "선발 역할을 할 오른손 정통파 투수가 없어서 고민이 크다"고 했다. 대표팀 경력이 없었던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에서 뛰고 있던 이대은(현재 KT)까지 부를 정도였다.

그런데 13년 동안 사라졌던 대형 신인 투수가 등장했는데, 그 투수가 바로 우완 정통파다. 한국 투수 전설 중 한 명인 이강철 KT 감독은 비록 졌지만 소형준에 대한 칭찬은 아끼지 않았다. 이 감독은 "소형준은 이보다 더 칭찬할 수 없을 만큼 잘했다. 모처럼 국가대표급 투수가 하나 나온 거 같다. 내가 선수로 뛸 때보다 훨씬 잘했고, 그 어느 투수보다 좋은 경기를 했다"고 평가했다.

적장 김태형 두산 감독도 "보통 신인 투수를 포스트시즌 첫 경기에 내보낼 수가 없는데, 이날 경기에서 던지는 걸 보니 1선발로 나와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경기 운영이나 마운드에서의 모습이나 모두 좋았다"고 인정했다. 드디어 대표팀을 이끌 에이스 후계자를 찾았다. 한국 야구에 아주 기쁜 소식이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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