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망명 생활을 마친 에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고국으로 돌아왔다. 이날 오전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아르헨티나 북부 라콰이카에서 도보로 국경을 넘어 볼리비아 남부 비야손으로 들어갔다. 대선 부정 시비로 볼리비아를 떠난 지 1년 만이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국경까지 나와 배웅했고, 비야손에서는 수백 명의 지지자가 돌아온 모랄레스를 열렬히 환영했다고 AFP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국경을 넘은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언제가 돌아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으나 이렇게 금방이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배웅 나온 페르난데스 대통령에게는 "내 목숨을 구했다"고 감사를 전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2006년 볼리비아 첫 원주민 대통령으로 취임해 13년 가까이 집권했고, 4선 연임을 시도한 지난해 10월 대선에서 부정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일면서 퇴진 압력이 거세지자 지난해 11월 물러났다.
사퇴를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멕시코 정부가 보낸 비행기에 올라 도망치듯 볼리비아를 떠났고 얼마 뒤 볼리비아에서 더 가까운 아르헨티나로 망명지를 옮겨 11개월가량을 보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떠날 때도 반드시 돌아와 정치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나, 이후 들어선 우파 임시정부가 모랄레스 전 대통령에게 테러 등의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 귀국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1년 만에 새로 치러진 지난달 대선에서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이끄는 사회주의운동(MAS) 정당의 후보 루이스 아르세가 당선돼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극적으로 부활할 수 있게 됐다.
모랄레스 정권에서 경제 장관을 지냈던 아르세 신임 대통령은 모랄레스가 귀국길에 오르기 전날인 지난 8일 공식 취임하며 좌파 정권의 귀환을 알렸다.
이날 볼리비아에 입성한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1000㎞가 넘는 거리를 육로로 이동하며 지지자들을 만난 후, 볼리비아를 떠난 지 꼭 1년째 되는 날인 11일 망명 출발지였던 코차밤바주치모레에 도착할 예정이다.
수백 대의 지지자들의 차량이 그의 귀환 여정을 함께 할 예정이다.
김경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