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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피의 축출' 시작…눈엣가시 FBI·CIA 국장 떨고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전격 경질되면서 임기가 70여일 남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피의 축출'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선거 결과에 불복한 대통령이 관료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인사권을 휘두르며 레임덕 차단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서다.

9일(현지시간) CNN은 에스퍼 장관에 이어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경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현직 관리들을 인용해 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대통령을 불쾌하게 한 인사들에 대한 광범위한 축출의 전조가 보인다"고 보도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전격 경질되면서 CIA와 FBI 수장도 경질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왼쪽)과 지나 해스펠 CIA 국장. [트위터]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전격 경질되면서 CIA와 FBI 수장도 경질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왼쪽)과 지나 해스펠 CIA 국장. [트위터]

이에 따르면 트럼프 캠프 내에선 이미 선거 전에 레이 국장을 해고하는 문제가 논의됐다고 한다.

레이 국장은 대선 기간 트럼프의 재촉에도 조 바이든의 아들 헌터 바이든이 연루된 '우크라이나 스캔들' 의혹 수사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또 '우편투표=사기투표'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는 반대로 "선거 사기는 확실하지 않다"고 의회에 증언해 '이너서클'의 분노를 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미국 의회에서 나란히 자리를 한 댄 코츠 전 국가정보국(DNI)국장(오른쪽)과 지나 해스펠(가운데)CIA 국장,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 이 중 댄 코츠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협화음으로 2019년 트위터로 전격 경질 통보를 받았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미국 의회에서 나란히 자리를 한 댄 코츠 전 국가정보국(DNI)국장(오른쪽)과 지나 해스펠(가운데)CIA 국장,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 이 중 댄 코츠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협화음으로 2019년 트위터로 전격 경질 통보를 받았다. [AFP=연합뉴스]

해스펠 국장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 간 내통 의혹인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문건을 기밀 해제하자는 데 반대해 눈 밖에 났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전에 존 더럼 연방 검사장이 작성한 보고서를 이용해 선거 판도를 뒤흔들 생각이었다. '더럼 보고서'는 2016년 대선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러시아 정부의 선거 개입 정황을 불법적으로 수사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해스펠 국장이 이 보고서를 뒷받침할 기밀문서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트럼프의 계획에 제동을 건 격이 됐다.

CNN은 "국가안보를 책임진 최고위급 인사인 레이와 해스펠을 해임한다면 행정부 내부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움직임에 민주당 의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애덤 스미스 하원 군사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국가안보 수장들을 해임하는 건 적대국을 대담하게 하고, 미국을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마크 워너 상원 정보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이 남은 기간 상원에서 인준한 정보기관이나 국가안보 담당자를 제거해 변동성을 불러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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