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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일부러 선거뒤 발표"···백신 목매던 트럼프 분노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청신호가 켜졌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46대 대통령 당선자의 희비는 엇갈렸다. 대선을 치른 지 일주일 뒤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가 독일 바이오엔테크사와 함께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효과가 90% 이상이라는 중간 결과를 내놓으면서다.

파우치는 "오늘은 좋은 날" 반겨

트럼프 '음모론' 

대선 전 백신 개발에 사활을 걸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로이터 통신의 뉴스 속보를 '리트윗'하며 즉각 반응했다. "백신이 곧 온다. 증시가 폭등했다. 90% 효과라니, 무척 훌륭한 뉴스"라면서다.

그러면서 "내가 계속 말해왔듯, 화이자(등 백신 개발 제약회사)는 대선 이후에 백신 개발 소식을 발표했다"면서 음모론에 불을 지폈다. 이어 "식품의약국(FDA)도 더 일찍 발표했어야 한다,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그는 "FDA와 민주당이 백신으로 인한 나의 승리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선이 끝나고 닷새가 지나서야 소식이 나온 것"이라며 "바이든이 대통령이었다면 백신 개발은 4년 더 걸렸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자신의 재선을 막으려는 세력이 대선 전에 백신 개발 소식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10월부터 백신과 치료제 긴급 사용 문제로 FDA를 직접 압박하는 모습도 보였다.

바이든 '신중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AFP=연합뉴스]

정작 바이든 당선인은 신중론을 폈다. 위기가 당장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다. 그는 화이자의 중간발표 직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백신 승인 절차는 과학적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미국은 여전히 매우 어두운 겨울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백신 사용까지는 몇달이 더 걸릴 것"이라며 '마스크 착용'에 대한 당부를 강조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자칫 백신 개발 소식으로 경계가 느슨해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파우치 "놀랍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로이터=연합뉴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로이터=연합뉴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사사건건 부딪쳐온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화이자의 발표를 반겼다.

그는 에이즈 바이러스(HIV) 감염 방지를 위한 연구단체 'HIV 예방 시험 네트워크(HPTN)의 화상 기자회견에 참석해 '화이자 백신 효과가 90% 이상'이라는 소식에 "놀랍다"며 "그렇게 높을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 CNBC 방송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그동안 최소 75% 이상의 효과를 가진 코로나19 백신을 기대해왔다. 화이자가 밝힌 백신의 효과는 일반 독감 백신(40~60%)보다도 두배 가량 높다.

이에 파우치 소장은 "미래를 생각할 때 매우 좋은 소식"이라며 "오늘은 의생명과학 연구와 관련 임상시험에 아주 좋은 날"이라고 평가했다.

파우치 소장은 이번 연구결과로 '메신저 리보핵산'(mRNA·전령RNA) 방식의 백신의 효력이 입증됐다고 진단했다. 또 바이오업체 모더나 역시 mRNA 방식의 백신을 개발하고 있어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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