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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부터 중남미까지 싹쓸이 ... 中 어선은 왜 그럴까

중앙일보

입력

지난 4일(현지시간) 중남미 대륙의 4개국 칠레·페루·콜롬비아·에콰도르가 머리를 맞댔다. 더이상 견딜 수 없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가 내놓은 공동성명의 내용은 이랬다.

 지난 10월 칠레 정부의 중국 어선 관련 대책 회의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0월 칠레 정부의 중국 어선 관련 대책 회의 [로이터=연합뉴스]

"외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 더는 못 보겠다. 함께 맞서자."

중국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외국 어선'이 곧 '중국 어선'이란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으로 골치 아픈 곳은 우리뿐 아니다. 중국 어선들은 태평양 넘어 중남미 대륙까지 뻗고 있다.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지난 여름, 보다 못한 에콰도르 정부가 갈라파고스 제도 인근에 모여든 중국 어선 300여 척을 쫓아내려 군을 동원했을 정도다.

 지난 5월 아르헨티나 배타적경제수역에서 불법 조업을 하다 적발된 중국 어선 [AFP=연합뉴스]

지난 5월 아르헨티나 배타적경제수역에서 불법 조업을 하다 적발된 중국 어선 [AFP=연합뉴스]

특정 국가에 속하지 않는 바다인 공해(公海)에서 조업한다고는 하지만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는 게 문제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현지 어부들이 1년에 걸쳐 잡을 수산물을 중국 어선들은 1주일 안에 잡는다"고 설명한다. 남미 국가들의 어업 종사자들이 생존권을 위협받는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중국 어선들의 문제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마구잡이 포획으로 해양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바다에 버리는 쓰레기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란 게 환경단체들의 주장이다.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자, 중국에 막대한 빚을 지고 있어 그간 제대로 된 비판을 하지 못했던 중남미 국가들이 나선 것이다. 중남미뿐 아니다. 중국과 우호적인 파키스탄에서도 어부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역시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분노다.

그런데 이 문제, 근절되지 않는 까닭은 뭘까.

 지난 8월 에콰도르 국방장관의 관련 기자회견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8월 에콰도르 국방장관의 관련 기자회견 [로이터=연합뉴스]

우선 중국은 전 세계 수산물의 3분의 1을 소비하는 나라다. 원양어선들은 이익을 위해서 가능한 멀리 나가려 애쓴다. 다양한 어종이 살고 있는 칠레와 에콰도르 인근 해역뿐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 서쪽 해안까지 간다.

이런 원양어선들의 뒤에는 매년 수십억 위안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중국 정부가 있다. 이런 정부가 든든한 것일까. 중국 어선들은, 들어가선 안 되는 해역으로 들어갔을 시에는 위치 식별 시스템을 꺼둘 정도로 대담하다.

중국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는 이유는 그저 이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영유권 분쟁이 일고 있는 남중국해를 들여다 보면 짐작이 간다.

시진핑 주석 [AP=연합뉴스]

시진핑 주석 [AP=연합뉴스]

환경문제를 다루는 온라인 매체 '예일 환경 360'은 "중국 원양어선들에는 '수산물 포획' 이상의 것이 걸려있다"며 "어부들은 사실상 중국 정부의 '준군사 인력'"이라고 비판한다. "민간 선박으로 보이지만 다른 나라 선박들을 규모와 힘으로 밀어내고 있고, 이는 중국 정부가 '영유권'을 주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 국제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FP는 "환경보호와 지속가능한 어업에 대한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며 "연대"를 강조했다. 중남미 국가들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함께 참여해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미국을 거론했다.

원양어업에 나선 중국 어선 수는 약 1만7000척으로 알려져 있다. 그 어떤 나라보다도 많은 압도적인 수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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