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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화이자 약발 안 받네…'언택트 전성시대' 저무나

중앙일보

입력

백신 개발 소식에 간밤 유럽 증시가 폭등하고 미국 증시도 많이 올랐지만, 국내 증시는 힘을 많이 못 받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90% 예방효과 소식에 장 초반 보합세를 보이고 있는 1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코스피지수가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90% 예방효과 소식에 장 초반 보합세를 보이고 있는 1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는 9일(현지시각)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공동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백신이 90% 이상 효과가 있다는 3차 임상시험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지금까지 백신 관련 호재는 많았지만, 대규모 실험집단(6개국 4만3538명)을 대상으로 한데다, 효과가 기대보다 커 시장은 크게 들썩였다.

프랑스 증시 7%대 상승…美 다우 오르고 나스닥 내려

최근 봉쇄에 들어간 유럽의 환호성이 가장 컸다. 프랑스 CAC4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57% 올랐다. 독일 DAX지수와 영국 FTSE100지수도 4.94%, 4.67% 올랐고 범유럽지수인 유로스톡스 50지수는 6.36% 올랐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러스 확산 후 금융시장은 봉쇄와 부양책에 초점을 뒀는데, 봉쇄는 했지만 경기부양책은 사실상 불가능했던 유럽에서 주가지수가 크게 올랐다”고 했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개발 중인 백신후보. 중앙포토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개발 중인 백신후보. 중앙포토

화이자(+7.69%)는 시가총액이 워낙 큰 탓에(한화 약 243조원) 바이오엔테크(+13.91%)만큼 주가가 뛰진 못했다. 미국 증시는 에너지·금융·산업 등 경제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는 업종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WTI 유가는 8.5% 올랐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중 에너지 부문의 상승률은 14.22%에 달했다. 델타항공(+17.03%) 등 항공주, 부킹닷컴(+18.75%) 등 여행주, 카니발(+39.29%) 등 크루즈 업종, JP모건(+13.54%) 등 금융주가 크게 올랐다. 지금까지 ‘언택트주’로 수혜를 누려온 넷플릭스(-8.59%)·아마존(-5.06%)·페이팔(-8.88%) 같은 온라인쇼핑·전자결제·게임·화상회의 관련 주식들은 급락했다. 투자심리가 살아나니 안전자산도 뒷전이 됐다. 뉴욕상품거래소 금 가격은 5% 떨어지고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0.9%대로 올랐다(가격은 내림).

백신 소식 증시 급등은 유럽〉미국〉한국 순

국내 증시는 어제 연고점을 찍고도 상승 출발했지만, 유럽이나 미국에 비하면 힘이 약하다. 1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6.75포인트(0.28%) 오른 2453.95에 출발해 하락세를 보이다 오전 10시 45분 기준 지수는 2454.51을 기록하고 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아모레퍼시픽(+4%)·에스오일(+11.4%)·한국조선해양(+4.44%)·강원랜드(+4.88%)·대한항공(+12.61%)·현대중공업지주(+5.36%)·호텔신라(+7.13%) 주가를 끌어올렸다. 노랑풍선·하나투어 등 여행주는 11~13%대, KB금융·신한지주·삼성화재 등 금융주도 3~4%대 상승세다.

지수가 힘을 못 받는 건 대형 언택트주의 하락 때문이다. 시가총액 5위와 10위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3~4%대 하락 중이다. 엔씨소프트(-4.27%) 같은 게임업종, NHN한국사이버결제(-6.5%)를 비롯한 전자결제업종도 울상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상으로의 복귀가 진행될 경우 언택트 관련 종목의 실적 개선세는 둔화할 수 있다”면서 “시총 상위 종목에 포함된 언택트 관련 종목의 매물 출회는 지수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4.6원 내린(환율은 오름) 1118.5원으로 출발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백신 기대가 신흥국 증시로의 자금 유입을 자극해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수세를 강화할 것이고, 이는 환율이 더 오르는 걸 억누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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