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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은 악당이다" 바이든 등돌리게 한 7년전 그날 2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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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조 바이든 미 민주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 확정 이후 바이든과 중국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개인적인 인연을 강조하는 분석이 많이 나온다. 홍콩의 성도일보(星島日報)는 9일 바이든과 시진핑의 관계가 “사적으로 돈독하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선 바이든-시진핑 관계 돈독 주장 #2011년 이후 오랜 시간 함께 보내며 우정 쌓아 #2013년 서로의 국익 앞에선 금이 가 #바이든, 초기 “솔직하다” 칭찬 #올핸 “악당”, “민주의식 전혀 없다”로 바뀌어

지난 2011년 8월 19일 방중한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과 함께 베이징호텔에서 열린 미중 기업가 좌담회에 참석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지난 2011년 8월 19일 방중한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과 함께 베이징호텔에서 열린 미중 기업가 좌담회에 참석했다. [중국 신화망 캡처]

그러나 바이든과 중국 및 시진핑과의 만남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기대’에서 ‘실망’으로 변화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향후 미·중 관계가 도널드 트럼프 시대보다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점을 시사한다.

오히려 중국에 대한 압박이 체계적이고 국제적으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 중국엔 현재 설마 트럼프 때보다 더 나빠지기야 하겠느냐는 정서가 팽배해 있는데 그 정반대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바이든의 첫 중국 방문은 1979년이다. 미 상원의원 대표단의 한 명으로, 당시 부총리 신분으로 있던 중국의 일인자 덩샤오핑(鄧小平)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바이든은 자신의 첫 방중을 “미·중 관계 새 시작의 증인”으로 포장했다.

지난 2001년 8월 중국을 찾은 바이든이 중국 지도부의 여름 휴양지인 베이다이허(北帶河)에서 장쩌민 국가주석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지난 2001년 8월 중국을 찾은 바이든이 중국 지도부의 여름 휴양지인 베이다이허(北帶河)에서 장쩌민 국가주석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91년엔 미 상원 외교관계위원회 멤버로 중국을 찾았다. 바이든은 당시 “미·중 교류가 날로 깊어지며 보다 많은 미국 청년이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며 “이는 미·중 관계의 항구적인 기초를 건설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2001년엔 상원 대외관계위원회 위원장의 신분으로 방중했다.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을 만나 “미국은 중국의 굴기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물론 전제가 있었다. “규칙을 준수하는 중국을 기대한다”는 게 그것이다.

2011년엔 부통령 신분으로 손녀까지 데리고 중국에 왔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만났지만, 바이든의 실제 목적은 당시 국가부주석으로 중국의 미래를 이끌 시진핑의 사람됨을 파악하는 것이었다는 게 중화권 인터넷 매체 둬웨이(多維)의 설명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지난 2011년 8월 21일 방중한 조 바이든 미 부통령과 함께 중국 쓰촨성 청뚜의 고대 수리시설인 두장옌을 참관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지난 2011년 8월 21일 방중한 조 바이든 미 부통령과 함께 중국 쓰촨성 청뚜의 고대 수리시설인 두장옌을 참관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바이든은 당시 5일간의 일정 중 10시간 넘게 시진핑과 교류했다. 시진핑의 안내로 쓰촨(四川)성 청뚜(成都)에 있는 고대의 수리시설 두장옌(都江堰)을 참관하고 쓰촨대학에서 연설했다. 또 함께 저녁을 먹으며 개인적 친분을 다졌다.

이때부터 1년 반 동안 바이든과 시진핑은 모두 8차례 만나 회담하고 산보하며 같이 밥을 먹는 등 약 25시간을 함께 보냈다. 바이든은 통역이 어려운 아일랜드 시까지 동원해 시진핑의 마음을 여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정작 시험의 날이 왔을 때 기대는 빗나갔다. 2013년 12월 초의 일이다. 미·중 양국의 신형대국 관계 건설 문제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로 중·일 긴장이 높아진 걸 완화하는 게 주요 안건이었다.

지난 2011년 8월 18일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방중한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을 위한 환영 행사를 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1년 8월 18일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방중한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을 위한 환영 행사를 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이 방중 전 일본을 들렀을 때 일본 정부는 붉은 카펫을 깔아 영접했다. 바이든의 방중 성과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이든이 시진핑을 만나 통역만 대동한 채 예정된 45분을 훨씬 넘는 두 시간 동안 대화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바이든의 중국에 대한 투자 30여 년과 시진핑 개인에 대한 투자 모두 냉정한 국익 앞에선 효과가 없다는 게 드러난 것이다. 2015년 시진핑의 미국 국빈 방문 때 바이든이 부통령 신분으로 오찬을 베풀었지만, 이제 서로에 대한 환상은 없었으리라 여겨진다.

바이든은 시진핑을 어떻게 볼까.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지낸 커트 캠벨에 따르면 바이든의 시진핑에 대한 판단은 “이 사람은 강경하고 현실적인 것을 추구한다. 또 미국의 권력에 의문을 표하며 공산당이 우세하다고 굳게 믿는다”는 것이다.

지난 2012년 2월 17일 시진핑이 중국 국가부주석 신분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 조 바이든 부통령 안내로 미 LA에 있는 국제학습센터를 찾아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지난 2012년 2월 17일 시진핑이 중국 국가부주석 신분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 조 바이든 부통령 안내로 미 LA에 있는 국제학습센터를 찾아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바이든은 “내 생각에 이 사람은 우리를 바쁘게 만들 것”이라고도 했다. 일을 벌일 것이고 미국은 대응에 바쁠 것이란 이야기다. 특히 2013년 시진핑과의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뒤 바이든은 “그는 총명하고 매우 도전적인 질문을 할 줄 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은 시진핑이 미국의 정치 시스템 운영 방식과 주(州)지사의 권력, 그리고 미 대통령은 군사와 정보 기구에 대해 얼마만큼의 권력을 행사하느냐를 물었다고 한다. 이런 시진핑의 질문을 토대로 바이든은 시 주석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렸다.

바로 “그는 덩샤오핑 이래 중국에서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정당을 장악하는 것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정부를 완전히 통제하는 것”이라고 바이든은 설명했다.

미국 방문에 나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5년 9월 24일 워싱턴에 도착했을 때 조 바이든 부통령이 나와 영접했다. [중국 신화망 캡처]

미국 방문에 나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5년 9월 24일 워싱턴에 도착했을 때 조 바이든 부통령이 나와 영접했다. [중국 신화망 캡처]

바이든은 시진핑과의 초기 교류 시 시진핑을 “개방적이고 솔직하다”고 했으나 올해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며 말이 변화했다. “민주적인 생각이라곤 전혀 없는 사람”으로 말이다. 심지어 “악당”이라고도 말했다.

"실제로는 재교육 캠프에서 100만의 위구르 사람을 가두고 관리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따라서 국제사회와 함께 “중국에 압력을 가하고 고립시키고 벌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게 대선용 구호인지 아니면 진심인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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