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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협정 복귀 선언한 바이든···'2050년 탄소중립' 대세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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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6일(현지시간) 델라웨어 윌밍턴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6일(현지시간) 델라웨어 윌밍턴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77일 안에 파리 기후 협정에 다시 가입하겠다."

줄이고 흡수하고 땅 속 저장해 #온실가스 배출량 순 제로 만들기 #한국과 일본도 지난달 목표 제시 #30년 간 허리띠 졸라맬 각오해야

미국의 제46대 대통령 당선을 앞둔 지난 4일 밤(현지 시각) 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트위터에 밝힌 내용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날 공식 탈퇴한 파리 기후협정에 취임 첫날(내년 1월 20일)복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처럼 강한 의지를 가진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한 국제 사회의 협력과 노력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고려대 국제학부 정서용 교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의 미국과 중국이 만든 기후변화 협상 틀이 바로 파리 기후협정인데, 트럼프 정부 아래에서는 미국이 빠지고 유럽연합(EU)과 중국이 주도했다"며 "이제 미국이 복귀해 미·중·EU가 함께 기후변화 협상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한국에도 온실가스 감축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라는 요구가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대 경제학부 김정인 교수는 "한국으로서는 기후 협상 대응에 어려움도 겪겠지만, 배터리나 전기차 등에서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100% 청정에너지 위해 연방 예산 투입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의 기후변화·에너지·환경 공약.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의 기후변화·에너지·환경 공약.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바이든 당선인의 내놓은 기후·에너지·환경 공약을 보면 미국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바이든 당선인은 파리 기후협정 복귀 선언이다.
2015년에 채택된 파리 기후협정은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도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기로 한 국제적인 약속이다.
당시 미국은 2025년까지 2005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26~28% 감축하기로 공약한 바 있다.

바이든은 여기에서 한발 앞서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데까지 줄이고, 나머지 배출되는 것은 나무를 심거나 대기 중에 배출된 온실가스를 흡수·저장해 순(純) 배출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방 예산을 활용해 100% 청정에너지와 무공해 차량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2030년까지 전기차 충전소 50만 곳 이상 설치하고, 2035년까지 건물 부문 탄소 배출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원자력 에너지에 대해서는 중립적인 입장이다.
공약에서 그는 "지역사와 경제,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기후 비상 문제를 해결하려면 모든 저탄소와 제로 탄소 기술을 살펴봐야 한다"며 "비용에서부터 안전·폐기물 처리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원자력과 관련된 과제들을 조사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자로 건설 비용이 절반 수준인 소형 모듈형 원자로가 100% 청정에너지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술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당선인의 기후 정책이 순조롭게 진행되려면 내년 1월 조지아 주에서 이뤄질 상원의원 결선투표에서 2석 모두 확보해야 한다.
2석을 추가하는 데 실패한다면, 다수당인 공화당과 협상을 벌일 수밖에 없고 경우에 따라 정책도 약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국 현지 언론에서는 "점점 더 심하게 다가오는 기후변화나 잇따라 탄소 중립을 선언하는 국제 기류 때문에 바이든 당선인의 정책은 오바마 행정부 때보다는 진척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U는 물론 한국과 일본 정부도 지난달 2050년 탄소 중립 달성하겠다고 선언했고, 중국도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를 포함해 120여 개국에서 탄소 중립을 선언하거나 검토 중인 상황에서 미국까지 동참한다면 2050년 탄소 중립 목표는 대세가 되고,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1.5도 목표도 가시화될 듯 

2018년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48차 유엔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IPCC) 총회에서 이회성 의장 및 의장단이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 대해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2018년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48차 유엔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IPCC) 총회에서 이회성 의장 및 의장단이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 대해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비영리 연구단체인 기후 행동 트래커(Climate Action Tracker. CAT)는 8일 "바이든 정부가 탄소 중립을 추진할 경우 파리 기후협정이 추구하는 1.5도 목표가 타격권 안에 들어오게 됐다"고 밝혔다.

지구 기온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도로 막아야 한다는 게 '1.5도 목표'다.

CAT는 현재 추세대로라면 21세기 말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2.7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중국이 약속한 탄소 중립을 달성하면 기온 상승을 0.2~0.3도 낮출 수 있고, 미국이 동참하면 추가로 0.1도 더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과 일본, EU까지 포함해 세계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국가들,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들이 탄소 중립에 동참하게 되면 1.5도 목표도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대미 수출 업체는 모두 영향권

5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와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조 바이든의 당선으로 미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적으로 돌아서면 미국에 수출하는 국내 업체가 전반적으로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5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와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조 바이든의 당선으로 미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적으로 돌아서면 미국에 수출하는 국내 업체가 전반적으로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미국의 기후변화 정책이 선회하면 한국 등에도 같은 조건에서 무역 경쟁에 나서도록 요구할 것이고, 이는 전방위적 압력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특히, EU와의 협상을 통해 탄소 국경세가 도입될 수도 있다.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나 기업의 제품에 관세를 매겨 가격경쟁력을 낮추는 정책이다.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터 김녹영 실장은 "미국이 탄소 감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하면 EU보다 국내 기업들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고, 미국에 수출하는 업종은 다 영향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정부 차원에서 규제를 두지 않더라도, 각 기업이 거래 기업으로 ‘친환경’, ‘저탄소’ 기준에 맞는 거래업체를 찾기 시작하면, 국내 기업들도 그 기준에 맞춰 생산·소비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미국이 여러 가지 카드를 검토하겠지만, 기후변화 문제가 실제 통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구체적인 추세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국도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한 만큼 미국의 압력에 의해서라기보다 자체적으로 감촉 로드맵을 마련, 추진해야 할 상황이다.

김녹영 실장은 "최근 들어 기후 변화는 사회적으로도 그렇고, 글로벌 트렌드이기도 해서 기업들도 대비는 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기업들로서는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투자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현재 기술 조건에서는 최대한 노력하고 있지만, 탄소 중립처럼 기준이 높아지면 또 다른 대안이나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도 현재 SK가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클럽에 가입하려고 하는 등 선도적인 기업들은 노력하고 있지만, 기업 혼자 힘으로는 어렵고 정부가 관련 제도나 기술 등 지원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화력발전 감축에 집중

충남의 한 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연기가 솟아나고 있다. 10년 내에 온실가스 배출을 1억톤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화력발전소를 중심으로 감축에 나설 계획이다. 강찬수 기자

충남의 한 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연기가 솟아나고 있다. 10년 내에 온실가스 배출을 1억톤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화력발전소를 중심으로 감축에 나설 계획이다. 강찬수 기자

선진국들과 달리 한국은 외환위기 당시를 제외하면 2018년 7억2760만 톤을 기록할 때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속 늘었다.
물론 지난해에는 2018년보다 줄었고, 올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더 줄어들 전망이다.

그럼에도 2050년 탄소 중립이 순조롭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앞으로 30년 동안 전년도 대비 10%씩 줄이는 식으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선진국도 마찬가지겠지만, 현재의 기술로는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어려워 새로운 기술 개발이 절실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오진규 박사는 "2030년 목표는 설정했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 정책 로드맵(roadmap)이나 기술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아 감축 효과가 작았다"고 지적했다.

김정인 교수는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요한데, 지금처럼 태양광이든, 풍력이든, 연료전지든 외국 기업 좋은 일로만 만들어서는 곤란하다"며 "아울러 우리 국민도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기요금 인상 등 부담을 져야 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미국의 파리 기후협정 재가입 이후 상황에 대해 외교 라인을 포함, 정부 차원에서 전반적인 검토를 진행 중이다.

정부는 연말까지 '2050 넷 제로(Net Zero)' 목표에 맞춰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 만들어 유엔에 제출하고, 구체적인 세부 계획은 차차 만들어갈 계획이다.

환경부 황석태 생활환경실장은 "일단 2030년 목표는 기존에 제출했던 감축목표(5억3600만톤)를 그대로 유엔에 내지만, 최대한 빨리 수정할 계획"이라며 "그린뉴딜과 에너지 전환 등에 맞춰 구석구석에서 새로운 감축 원을 찾아서 가능한 한 많이 줄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것이다.

정부 감축 계획에서는 화력발전 부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현재 감축 목표로는 2030년까지 배출량을 1억톤 이상 줄여야 하는데, 발전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에 따른 인력 감축도 걸려 있어서 관련 업계의 반발도 예상된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김정연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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